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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성(性)박물관 초대관장 배정원
건강과 성(性)박물관 초대관장 배정원 ⓒ 우먼타임스
[장정화 기자] 성인을 대상으로 성교육과 성박물관을 접목한 ‘건강과 성(性)’ 박물관이 제주도에서 18일 문을 열었다. 파리, 암스테르담, 일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성박물관이 에로틱한 섹스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건강과 성(性)’ 박물관은 성교육을 특화했다는 점에서 세계유일의 성박물관이다.

“성을 다룰 때 자칫하면 강박적이고 억압적인 계도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에로틱하거나 저질로 흐를 수 있지요. 저는 ‘하모니스트’입니다. 마찬가지로 성에서도 마초이즘, 페미니즘이 아니라 ‘하모니즘’을 추구합니다.”

‘건강과 성(性)’ 박물관 초대관장 배정원씨. 그는 한국사회의 오늘을 한쪽 편에서는 지나게 외설적이고 폭력적인 성에 노출돼 아동성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양산되는 상황인 반면, 40~50대 중년과 노년에서는 아예 섹스를 하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 커플이 대다수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양극으로 치우친 성을 우리의 생활과 문화 속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박물관은 성교육전시관과 세계성문화전시관으로 구성했다. 성교육전시관에서는 결혼, 이혼, 동성애,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삶의 양식을 보여주는 다양한 삶의 양식, 감각과 성, 생애주기와 성, 섹스판타지 등의 5개 전시관을 배치했다. 세계성문화전시관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아시아 각 나라들과 페루, 영국, 프랑스 유럽 등지에서 수집한 성생활물품, 유물, 춘화, 도자기, 조각품, 책, 인형 등을 다양한 볼거리로 제공했다.

전시관 내부를 구성하기 위해 배 관장은 그동안 경향신문, 조선닷컴 게시판에서 수년 동안 성상담가로 활약해온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 사회학, 종교 등 다방면에 걸쳐 무려 200권이나 넘는 관련도서를 읽고 나서 전시장의 150여개에 달하는 패널 글을 손수 완성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곳은 성교육전시관 중 섹스판타지 전시관.

“우리들이 갖는 다양한 성적 환상을 리얼돌(real doll)을 통해 구현했습니다. 관음증, 노출증, 포르노에 대한 성적환상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게 했어요.”

미국만화 ‘걸리버 여행기’를 패러디하여 옷 벗겨진 여자를 지켜보는 소인국 남자들을 통해 관음증을 형상화했는가 하면, 야한 속옷을 입고 누워 있는 노출증의 여성을 형상화했다. 이 대목에서 그녀는 여성의 성을 대상화하지 않고 구현하고자 상당히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현실의 성적 판타지는 주로 남성의 상상 속 행위가 아닌가. 여성의 주체적 성적판타지는 어떤 것일까? 단순하게 여성을 남성의 자리에 넣은 ‘역할 바꾸기’로는 부족하다.

“성을 구현하다보니 성적 이미지가 너무 섹슈얼하고 공격적이더라고요. 그래서 패널 글에서 여자와 남자의 성심리가 다르고 원하는 섹스 양식이 다름을 보여주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넣는 식으로 보충했어요.”

하드웨어(전시물)가 가진 한계는 청소년, 노인의 성, 섹스와 건강 등의 풍성한 교육프로그램이 담긴 소프트웨어로 보강하기로 했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과 향유에 머물지 않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성적 복지, 성 정보의 메카로 박물관을 키워갈 것입니다.”

배 관장의 희망찬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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