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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철 암그루의 꼭대기에, 오보록이 붙어있는 열매
소철 암그루의 꼭대기에, 오보록이 붙어있는 열매 ⓒ 김청구
지난 15일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에 있는 '식물원'을 구경하였습니다. 식물원 안에 들어서니, 어떤 관람객이 소철 잎 밑에 사진기를 바짝 들이밀고 진지한 모습으로 무언가를 연신 찍고 있었습니다. 나도 카메라를 가지고 갔기 때문에 호기심이 일어서,

"무얼 그렇게 열심히 찍고 계십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바짝 가서 저것 좀 보십시오. 소철꽃을……."

'소철꽃'이란 말에 나는 귀가 번쩍 열리며, 이제까지 잎과 줄기만 바라보던 시각을 소철의 꽃에 돌리게 되었습니다. 실례를 무릅쓰고 식물들을 심어놓은, 높이 두어 자 가량 되는 단(壇)에 올라섰습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잘 알다시피, 소철은 줄기 윗부분에만 잎이 촘촘히 달려 있고 아래에는 전에 돋았던 잎자루[葉柄] 흔적만 다닥다닥합니다. 따라서 소철이 사람보다 크면, 순(筍)이 있는 꼭짓점에서 무슨 변화가 생겨도 그냥 지나치기 쉽습니다.

소담스럽게 달린 소철 열매
소담스럽게 달린 소철 열매 ⓒ 김청구
단 위에 올라서서 줄기 끝을 내려다보니, 생전 처음 보는 물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황갈색과 주황색 물체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철의 꽃과 열매였습니다. 꽃과 씨는 줄기의 꼭대기에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큰 덩이를 이루었는데, 그 덩이의 지름이 40cm 정도입니다.

자전거 바퀴살처럼 복사(輻射)형으로 뻗은 진초록 잎들의 중앙에, 주황과 황갈색으로 자리를 펼친 꽃과 열매! 꽃이나 열매라기보다는, 은쟁반에 담은 천도(天桃)를 푸른 채반 위에 올려, 천사가 머리 위에 이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채반=물에 젖은 나물ㆍ국수 등의 물을 빼거나 건조시킬 때 쓰는 농가의 세간. 댓조각이나 버들가지로 엮어서 만듦.)

꽃은 황갈색이고, 모양은 바위틈에 자라는 바위솔 같기도 하며, 듬성듬성 뻗은 꽃잎은 초여름에 돋은 고사리 순 같기도 하였습니다. 꽃잎이라 불렀지만 평소에 자주 보는 화초의 꽃잎과는 전혀 다른 모양입니다.

그러한 꽃잎 사이사이에는 약간 붉은 주황색의 수많은 열매가 달려 있는데, 그 크기는 다 자란 '개복숭아'만 하고, 모양도 개복숭아처럼 약간 타원형에 조금 눌린 것처럼 조금씩 납작납작합니다. 이러한 낟알의 열매들이 적게는 30~40개, 많게는 근 100개 정도가 원반 같은 덩이를 이룹니다.(기자는 이날 세 그루의 소철에서 꽃과 열매를 관찰했음.)

소철은 열대성 식물로, 일본ㆍ인도 등이 원산지이며 잎의 길이는 50~200cm정도 자라고, 조류의 깃 같은 잎이 마주나기로 난다고 안내판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소철 수그루와 수꽃(긴 솔방울처럼 생겼음)
소철 수그루와 수꽃(긴 솔방울처럼 생겼음) ⓒ 김청구
소철은 암수딴그루[雌雄異株] 식물인데, 수그루[雄株]에는 우리가 꽃집에서 흔히 보는 꽃과는 전혀 다른 꽃[꽃이라 말하기는 어렵고, 포자(胞子:송홧가루처럼 씨 역할 하는 가루)를 생산해 지니고 있는 '포자집'이 적당할 것 같음]이 달려 있습니다.

이 수꽃의 크기는, 길이가 30~70cm 정도이며, 중간을 자른다면 그 지름이 5~8cm 정도이고, 겉모양은 솔방울이나 잣송이와 같아, 생선비늘 같은 포자방의 뚜껑이 수백 개씩 달려 있습니다.

소철의 수꽃
소철의 수꽃 ⓒ 김청구
지금은 암그루[雌株]에 달린 열매가 거의 다 익어가는 시기이므로 수꽃(포자집) 표면도 만지면 마른 솔방울처럼 딱딱하고 거칩니다.

암꽃과 열매, 그리고 수꽃(포자집)을 찍고 관찰하다가 불현듯 은행나무 가지 생각이 나서 소철 암그루ㆍ수그루의 잎이 뻗은 모습을 비교 관찰해 보았습니다.

소철 암그루의 잎사귀
소철 암그루의 잎사귀 ⓒ 김청구
암은행나무 가지는 수나무가지보다 지면을 향해 많이 늘어져 자라는데, 소철의 암그루 잎도 암은행나무 가지처럼 뻗지 않았나 알아보았더니, 은행나무처럼 확연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 차이가 조금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게시된 사진'으로 한 번 비교 관찰해보시기 바랍니다.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피어있던 암꽃(지금은 바짝 말라있음)
2004년 가을부터 2005년 봄까지 피어있던 암꽃(지금은 바짝 말라있음) ⓒ 김청구
기자가 관리인에게, 소철에 대하여 이것저것 자꾸 물어보자 관리인은 이틀 전에 소철을 손질하다가 부주의로 떨어뜨린 씨라며, 떨어진 씨 몇 알을 주며 심어보라고 권했습니다.

지난해 가을에 꽃 피어 올해 3월 열린 열매
지난해 가을에 꽃 피어 올해 3월 열린 열매 ⓒ 김청구
다음은 식물원 관리인에게서 들은 소철의 '꽃과 씨에 관한 정보'입니다.

▲꽃= 가을 10월 무렵에 핀다. 호박 암꽃처럼, 소철 암꽃도 필 때부터 작은 씨가 맺혀 있는 바, 여기에 수꽃가루가 날아와 가루받이가 이루어지면, 씨가 정상으로 점점 커감.

▲씨의 크기= 모양이 타원형이고 조금 납작한데, 길이가 4cm, 폭이 3cm, 두께가 2.5cm 정도 되며, 3월 말이나 4월 상순이면 완전히 익음. 씨는 낟알로 돼 있지만 큰 덩이를 이루는 바, 씨가 100개 정도 되는 경우 덩이의 지름이 약 40cm나 된다. 씨는 한 덩이에 적게는 20~30개, 많게는 100개 정도 열림.

▲사진에 보이는 씨는 그 자체가 씨이지, 속에 (감씨처럼) 다른 씨가 들어있는 게 아님. 밤[栗]처럼 생각하면 이해될 것임

▲씨가 익기 전에는 표면이 팽팽하지만 익기 시작하면 쭈글쭈글해지며, 표면에 나있던 솜털도 벗겨지기 시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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