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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KT&G 대전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투표가 진행돼 KT&G와 아이칸 측 관계자들이 개표 및 감표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17일 KT&G 대전본사에서 열린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한 투표가 진행돼 KT&G와 아이칸 측 관계자들이 개표 및 감표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3신 : 17일 오후 2시]

칼 아이칸, KT&G 이사회 들어가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 가능성


예상했던 대로였다.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이 KT&G 이사회에 들어가게 됐다. 국내 기업의 경영진과 적대적 관계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가 이사회에 참여한 것은 아이칸이 처음이다.

이로써 아이칸은 KT&G의 경영에 보다 깊숙이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아이칸의 이사회 진출을 '트로이의 목마'로 비유할 정도다.

17일 오후 대전시 대덕구 KT&G 인력개발원에서 막을 내린 주주총회에서 칼 아이칸-스틸파트너스 연합에서 사외이사로 내세운 워렌 지 리헤텐슈타인씨가 사외이사로 최종 확종됐다.

주총 투표 결과 일반사외이사 두 자리는 당초 예상대로 KT&G와 아이칸 연합 쪽에서 각각 1명씩 나눠 가졌다. KT&G 쪽에선 안용찬 애경 대표이사가 선정됐다.

5명의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2명을 뽑는 이날 표 대결에서 아이칸연합의 리히텐스타인씨는 8480만표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이어 KT&G의 안용찬 후보가 7474만표를 얻어 2위로 사외이사에 선출됐다.

'트로이의 목마'로 이사회 들어온 아이칸... KT&G "큰 변화 없다"

아이칸 연합군의 KT&G 이사회 입성에 따라 향후 KT&G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칸 쪽은 회사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향후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면서 영향력을 키워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예전보다 핵심 경영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KT&G 쪽에선 부담이다. 언제든지 적대적 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는 아이칸이 향후 경영권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를 세우기 위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 차익을 올리고 빠지는 투기펀드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KT&G의 내부 정보를 이용해 철수 시점을 조율할 수도 있다. 이래저래 부담이 아닐수 없다.

이밖에 아이칸 쪽에서 그동안 주장해 온 비핵심 사업 정리와 부동산 매각 등의 요구도 이사회에서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물론 현재 사외이사 1명으로 KT&G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전체 이사진 12명 가운데 1명의 힘으로는 결정적인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곽영균 KT&G 사장도 이날 주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들과 함께 주주이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KT&G가 그동안 가져온 경영방침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적대적 인수합병을 내건 세력이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향후 KT&G의 이사진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어떤 식으로든 경영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2신: 17일 낮 12시 20분]

사외이사 선임 안건 상정... 소액주주들도 치열한 설전


17일 오전 11시께 대전시 대덕구 KT&G 정기 주주총회장이 술렁거렸다. 이날 주총의 최대 관심사인 KT&G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보고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칼 아이칸 연합세력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송현웅 법무법인 에버그린 변호사가 발언 신청을 했다. 그는 사외이사 선임 투표에 앞서 "KT&G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포문을 열었다.

송 변호사는 "지난 몇달간 회사와 가치실현을 위해 대화를 제안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했고 주주들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주력사업인 담배에 집중해야 하며, 비핵심 사업은 분리하거나 처분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담배인삼공사의 기업공개(IPO)와 유휴부동산 매각 등을 주장했다.

또한 "'KT&G 가치실현을위한위원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은 모두 국제적으로 명망있고 실력있는 분들로 이사회에 참석하게 되면 회사 기업가치 제고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사외이사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아이칸 연합 "KT&G는 기업가치 못 살리고 있다"

송 변호사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양정식이라고 밝힌 소액주주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양씨는 "위원회가 제안한 것은 단기적으로 일부 주주에게 이익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모든 주주에게는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송 변호사의 발언을 되받아쳤다.

양씨는 "KT&G와 다른 담배업체들과 비교했을때 현금 배당률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모두 만족하고 있으며, 현 경영진을 적극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른 소액주주가 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많은 주총 가 봤지만, 이익을 좋아하지 않는 주주는 처음 만나본다"면서 "위원회 쪽에서 (KT&G 주식을) 6만원에 살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회사는 검토도 안 하고 거부했다고 한다, 이것이 올바른 태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어 "여러분은 몇만년 살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 단기인지 장기인지 모르겠다"면서 "주주들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에서 왔다는 김수환씨는 "가치실현위원회의 말도 일정부분 수긍이 가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담배인삼공사(KT&G의 예전 이름)에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이어 "현재 그 쪽(아이칸 연합)에서 주장하는 인삼공사 기업공개와 기업 매각 등의 요구는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같은 공사의 예전 소액주주라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낮 11시 30분 현재 주총장에서는 일반사외이사 선출을 위한 투표를 마치고 개표 작업이 진행 중이다.

KT&G 주총장에 몰린 해외언론들
AP, 로이터, 블룸버그... 시시각각 기사 전송

이날 KT&G의 주총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총장이 마련돼 있는 대전시 대덕구 KT&G 인력개발원 3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는 국내외 취재진 100여명이 모여 들었다.

한 기업의 주총 현장에 이처럼 외국 언론사가 대거 취재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신이 국내 기업 주총 가운데 관심을 갖는 경우는 삼성전자 정도.

이처럼 이번 주총에 외신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미국 월가에서도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KT&G의 경우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이후 기업지배구조 우수 기업으로 인정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외국투기자본의 공격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국내외 언론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날 주총 현장에 나온 외국 언론사는 AP통신을 비롯해 AFP, 로이터, 블룸버그, 다우존스, 월스트리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니혼게자이 등 해외 유력 매체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시시각각 주총 결과가 나오는대로 자사 통신망 등으로 기사를 보내고 있다.

KT&G 관계자는 "국내 언론 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이번 주총에 큰 관심을 나타내 솔직히 부담스럽다"면서 "최근 아이칸 연합세력과 회사간의 (경영권) 논쟁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1신 : 17일 오전 10시 50분]

긴장 감도는 KT&G 주총장... 핵심은 사외인사 선출


17일 오전 대전광역시 대덕구의 KT&G 인력개발원 대강당. KT&G의 신탄진 담배 제조공장이 함께 있는 이 곳은 아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나돌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열리는 KT&G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담배인삼공사 노동조합에서 나온 조합원 20여명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강당 주변에는 보안요원 등이 배치돼 있으며, 입구에서는 주총에 참석하는 주주 또는 대리인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KT&G 주총이 국내외 큰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미국계 기업사냥꾼인 칼 아이칸씨가 올해 초 외국인 지분을 모아 경영참여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아이칸씨는 미국 월가에서도 악명 높기로 유명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대가(大家)로 알려져 있다.

아이칸의 KT&G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국내에선 기업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 중이다.

아이칸 쪽 사외이사 몇 명이 나올까

이날 KT&G 주총의 핵심은 아이칸 연합세력이 후보로 내세운 3명의 사외이사 후보 가운데 몇 명이 이사회에 진출하느냐 하는 것이다. KT&G 이사회의 이사진은 모두 12명이다. 이날 주총에선 모두 6명의 새로운 사외이사가 뽑힌다. 이 가운데 4명은 감사위원이고, 2명은 일반 사외이사다.

아이칸(3명)과 KT&G(2명) 쪽에서 낸 5명의 후보가 2명의 사외이사 자리를 놓고,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주총에서 득표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사외이사가 선임된다.

아이칸과 KT&G가 표대결을 벌이게 될 경우 아이칸 연합세력에서 일반 사외이사 1명, KT&G 쪽에서 1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곽영균 KT&G사장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지분 확보를 보면 아이칸씨 측의 사외이사 1명 정도가 이사회에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었다.

당시 곽 사장은 경영권 위협 논란에 대해 "전체 12명의 이사 가운데 아이칸 측에서 사외이사 1명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경영권 위협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세계적인 기업사냥꾼인 아이칸 쪽에서 이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각종 이사회 안건마다 회사의 입장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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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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