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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와, 얼굴 좋네. 축하해요. 취업이 되니까 그렇지 않아도 잘 생긴 얼굴이 더 멋있어졌네요.”

철이(가명, 28)씨는 2004년 12월에 성취프로그램을 받은 청년구직자다. 졸업을 한 후 취업에 도전장을 낸 지 1년 8개월째. 드디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고생했어요. 그렇게 애를 쓰더니 드디어 성공했네요.”
“이번에 안 되면 공기업은 포기하려고 했어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도전했는데….”

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했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듯,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다.

▲ 면접 연습 중인 구직자들
ⓒ 이명숙
“시험은 어땠어요?”
“제가 논술에 약하잖아요. 다행히 이번에는 논술이 없었어요. 필기시험은 전공 80문제, 상식 50문제였고 인성검사, 면접까지 3단계로 진행됐어요.”
“면접 때 질문은 어땠어요?”

공기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주기 위해 면접 과정을 자세히 물었다.

“자기 소개하기, 집단토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말해보시오, 정도였는데, 집단토론은 의견을 개진하는 수준이었고 면접은 연습한 대로 핵심을 집어서 구체적으로 표현을 했는데 느낌이라는 게 있잖아요. 면접 끝나고 나오는데 감이 좋았습니다.”

이번이 공기업에 도전하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임했다는 철이씨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를 했다.

“열등감을 안 가지려고 했는데, 지방대라는 것 때문에 자꾸 열등감이 생기는 겁니다. 재수를 해서 대학을 다시 갈까 고민하다, 차라리 그 시간을 내 능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삼자라는 각오로 1학년 때부터 영어를 시작했어요.”

서울·경기지역에 있는 대학보다 지방대생 취업이 더 힘들다는 사회 인식으로 갈등과 열등감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철이씨.

대학 1학년 때부터 회화학원을 다니면서 영어공부를 한 것은 물론 학점관리도 했다. 1학년 때부터 전공 관리를 못 해 버리면, 시간이 없어서 영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학점관리를 한 것이다.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 온 후, 3학년 1학기를 끝내고 캐나다 벤쿠버로 어학연수를 1년 간 다녀오기도 했다. 복학을 한 후에도 토익과 회화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영어에 대한 감각을 익혔다. 영어는 시사적인 것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고, 공대이기 때문에 전공에도 신경 썼다.

자격증이 있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일반기계기사 자격증 준비도 했다. 학교에서 마련한 취업스쿨은 물론 봉사활동에도 신경을 써서 국제협력도우미, 한국문화체험, 혼자서 호주 동부 해안가를 1개월 동안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2004년 8월, 코스모스 졸업을 한 철이씨는 공기업과 외국계기업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꾸준하게 취업에 대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금방 좋은 결과가 나타나리라 자신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서류전형조차 거의 통과하지 못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성취프로그램을 수료한 친구에게 고용안정센터에 가면 이력서,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면접에 대한 구직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소개를 받고 2004년 12월에 찾아 온 것이다.

▲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 이명숙
철이씨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 면접은 면접역할 연기를 통해,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갔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2005년 5월까지 지원분야에 맞게 자신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수정 작업을 해 나갔다.

1년 8개월 동안 공기업, 외국계기업 등에 70번 서류제출, 그 중 서류전형통과 15번, 최종 면접까지는 8번이었다.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면 속이 덜 상했지만 최종 면접에서 탈락하고 나면 그 후유증이 너무 컸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이 1년 내내 떨어지니까 서서히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거예요. 사람도 만나기 싫고 의욕상실까지 오는데…. 몇 번을 포기하고 눈높이를 낮춰서 도전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쉽게 눈높이가 낮춰지지 않더라고요. 대학 1학년 때부터 공기업에 맞춰 취업 준비를 했는데 포기하자니 너무 억울하기도 하고, 그래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했거든요. 이번에 떨어지면, 정말로 눈높이를 팍 낮추려고 했는데 된 겁니다.”

합격자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울컥했다는 철이씨는 70번 떨어지는 동안 자포자기를 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거라며 힘들어도 절대로 포기하면 안 된다고 누차 강조한다.

“힘들게 취업 했잖아요. 공기업이나 대기업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구직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어요?”

어렵게 취업을 한 철이씨에게 구직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지방대를 나와서 취업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 준비를 하자 말문을 연다.

“처음에는 학벌이 작용할지 모르지만 능력이 없으면 학벌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준비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 온 거 같아요. 이번에 들어가게 된 공기업도 전국에서 몇 명 뽑지 않았거든요. 저처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취업이 안 된다고 미리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스로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될 턱이 없잖아요. 저도 최종 면접까지 가서 떨어졌을 때는 그 충격이 컸습니다. 하지만 바로 일어섰거든요. 낙담할 시간에 준비를 하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좌절하지 말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인드와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철이씨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취업을 쉽게 한 사람은 합격의 기쁨을 모르더라고요. 힘든 일이 생기면 이겨내지를 못하고 퇴직을 하기도 하고. 취업 때문에 일 년 넘게 고생을 해보니까 직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알았으니 직장생활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다 이겨낼 자신이 생겼습니다. 그때는 비록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 시간들이 아주 값진 시간들이었던 것 같아요.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 시간들이 나중에는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겠더라고요.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을 해 주고 싶습니다. 저도 그런 기간들이 없었다면, 이런 생각 자체를 못했을 겁니다.”

고생 끝에 얻은 직장이라 더 소중하다는 철이씨는 인간관계는 물론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라며 희망에 차 있다.

▲ 구직자들에게 희망을
ⓒ 이명숙
앞으로 구직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들을 해 달라는 철이씨를 보내고 돌아서는데 며칠 전에 상담했던 두 청년구직자 얼굴이 자꾸만 떠오른다. 학점 3.94, 토익 890점인데도 1년 2개월, 학점 4.05, 토익 900점인데도 불구하고 1년 8개월째 구직활동 중인 그들에게도 하루 빨리 좋은 소식이 오기를.

힘들더라도 철이씨처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를. 취업을 해서 사회로 나가는 철이씨를 보내는 마음과 여전히 구직활동 중인 구직자를 바라보는 마음 안에 정호승님의 시가 살며시 스며든다.

첫마음

- 정호승

사랑하는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덧붙이는 글 | 국정브리핑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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