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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대학교를 졸업한 조카가 있다. 아직 대학졸업한 조카를 거느릴 만큼 나이가 들지는 않았지만 나의 시아버님께서 막내이신지라 누나인 시고모님께서 연세가 많으셔서 당연히 사촌시숙도 나보다 10살 이상 연상이고 대부분의 조카들도 모두 자라 대학생 이상의 연배다. 지난 2월에 그 중 특히 친한 조카아이의 대학 졸업식이 있었다.

촌수로는 5촌 아줌마라지만 평소에 시고모님과 친하게 지내는지라 조카와는 그의 홈페이지에서 일촌을 맺기도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스스로 모든 일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그 무시무시한 해병대에도 자원해서 갈 만큼 적극적이고 매사에 너그러운 아이다. 졸업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축하해 주고 싶어 문화상품권을 보냈다.

우편으로 보낸 소포가 잘못 전해졌을까봐 조마조마하였지만 무사히 그 아이의 손에 전해졌고 다음날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

어제(12일)는 남편과 전공이 같은 그가 앞으로의 진로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만나서 가볍게 술 한 잔을 한 모양이었다. 요즈음에는 대학을 졸업해도 앞으로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는 학생들도 많고 계획이 있다하더라도 누구와 의논하지 않고 스스로 대충 미래를 결정하는 젊은이들이 많다면서 남편은 늘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 조카는 달랐다.

자신과 전공이 같은 아저씨에게 앞으로의 가능성, 미래의 자신이 목표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또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열의를 가지고 물어보는 진지함을 보였다. 남편은 그와 상담을 마치고 약간은 취기가 올라 발그레한 얼굴로 돌아왔다.

옷을 벗으려다말고 뭔가 생각이 난 듯 현관 앞으로 가더니 남편이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뭐예요?”
“열어봐! 연준이가 주더라.”

▲ 조카가 보낸 온 초콜릿
ⓒ 송춘희
예쁘게 포장된 포장지를 뜯어보니 그 속에는 초콜릿이 들어 있었다. 내일이 화이트 데이란다. ‘나는 여자친구도 아닌데 웬 초콜릿?’하며 문자 메시지를 보내자 1분 내로 답장이 들어왔다.

“엄마하고 할머니 것 사면서 아줌마 것도 샀어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생각지도 않았던 초콜릿 선물에 그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남편에게 이렇게 훌륭한 조카가 어디 있냐고 너무 예쁘다, 착하다를 구구 절절이 말하자 남편은 빙긋 웃으며 장난을 친다.

“그래, 니는 제비같은 조카 있어서 좋겠다”고. 서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루를 마감하면서 나는 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연준아! 고마워. 네가 할머니 엄마와 나를 동급으로 대우해 줬으니까 5촌이 일촌됐네.”

그의 초콜렛은 화이트데이에 선물받는 어떤 아가씨들보다 나를 행복한 아줌마로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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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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