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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축제... 2006년 제8회 청도 소싸움 축제장의 전경.
최고의 축제... 2006년 제8회 청도 소싸움 축제장의 전경. ⓒ 문일식

한창 봄을 맞이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차가운 겨울로부터 역습을 맞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황사가 전국을 휘감으며 암울한 분위기를 연출하더니 급기야 그날 저녁부터 때아닌 한파가 몰아 닥친 것입니다.

꽃샘추위가 몰아닥친 일요일, 청도 소싸움축제를 찾았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지난해에도 갑자기 찾아온 꽃샘추위 때문에 떨면서 소싸움을 봤는데 올해도 그랬습니다. 소싸움을 보면서 흥분하고 열 오르는 기분을 삭이라는 하늘의 뜻인지.

청도 소싸움축제는 지난 1999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축제 중의 축제입니다. 개인적으로 올해로 3번째나 찾을 만큼 좋아하는 축제 중 하나입니다.

물론 싸움소들의 역동적인 싸움이나 기술들도 큰 매력이 있지만, 가장 큰 매력을 느낀 것은 국제전으로 치러지는 소싸움입니다. 대한민국의 소와 함께 일본, 미국, 호주에서 물 건너온 소들이 벌이는 한판 대결이야 말로 소들의 왕중왕을 가리는 장이었던 것입니다.

그때 그 장면... 지난해 한일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소 번개(오른쪽 황소)와 일본소 마꼬또(흑소)
그때 그 장면... 지난해 한일전을 벌이고 있는 대한민국소 번개(오른쪽 황소)와 일본소 마꼬또(흑소) ⓒ 문일식
지난해 한일전에서 마꼬또를 물리친 번개와 등에 올라타 기뻐하는 우주(牛主)
지난해 한일전에서 마꼬또를 물리친 번개와 등에 올라타 기뻐하는 우주(牛主) ⓒ 문일식
2년전 처음 찾았던 청도 소싸움축제 때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마꼬또라는 일본소를 맞이하여 싸운 대한민국의 흑곰이란 소는 30여분이 넘는 박빙의 승부를 펼쳤지만 안타깝게 지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청도 소싸움축제에서는 청도를 다시 찾은 마꼬또와 대한민국의 번개라는 소와의 대결이 압권이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일본의 독도 망언 때문에 한창 반일감정이 고조된 때였고, 번개를 응원하는 모습은 다분히 압도적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아서 고전할줄 알았는데 번개는 나이에 걸맞는 많은 경험과 원숙함과 덩치 큰 상대 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용맹스러움으로 30분이 넘는 혈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범이가 마꼬또를 물리치자 소싸움 행사장은 환상적인 축제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소주인도 너무 기쁜 나머지 소 등위에 올라타 기쁨을 누리던 모습도 기억이 납니다. 정말 기분좋은 기억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또 다시 찾은 청도 소싸움축제. 휴일을 맞이해서 전국 각지에서 소싸움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소싸움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오늘 역시 한일전이 최고의 이벤트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마나부라는 소가 출전을 했는데, 우리나라의 명예를 걸고 나선 소는 한번 제대로 부딪쳐보지도 못하고 기권을 하고 말았습니다.

지난해 챔피언 '번개' 등장... 대신 출전한 번개가 모래를 뒤집으며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챔피언 '번개' 등장... 대신 출전한 번개가 모래를 뒤집으며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모습 ⓒ 문일식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지 패자를 대신해 등장한 소가 있었으니, 바로 지난해 마꼬또를 물리친 번개였습니다. 마나부와 번개의 조우는 장내를 일순간 긴장의 순간으로 몰아넣었는데 아니 이게 웬일.

이게 왠일?... 머리를 들이대기 전에 서로의 얼굴을 핥아주는 소들의 특이한 모습
이게 왠일?... 머리를 들이대기 전에 서로의 얼굴을 핥아주는 소들의 특이한 모습 ⓒ 문일식
글쎄 소들이 머리를 대자마자 혀로 핥아주기 시작했습니다. 소싸움을 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 지라 무슨 경우인가 하고 있는데 장내에서는 이내 웃음바다가 돼버리고 말았고, 한동안 싸우는가 싶더니 마나부는 몸을 돌려 싸움을 피하면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싱겁게 끝나긴 했지만 장내는 환호성이 가득했고, 일본도 이에 질세라 또 한마리의 소를 끌고 나왔습니다.

서로 한번씩 졌으니 이제는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이 될 기세였습니다. 역시 일본소는 덩치가 컸습니다. 번개는 덩치 큰 상대에 굴하지 않고 그 큰 눈이 이글이글 불타는 듯한 기세로 다가섰고,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격돌...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일 싸움소들
격돌...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일 싸움소들 ⓒ 문일식
머리가 부딪치고, 소들의 기술이 하나둘씩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번개가 머리치기, 뿔걸이 등의 기술이 들어갈 때마다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일본소가 기술을 걸어오며 밀리는 기세가 보일라치면 안타까운 한숨소리와 함께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공격과 방어... 기술을 구사하며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번개.
공격과 방어... 기술을 구사하며 상대를 제압하고 있는 번개. ⓒ 문일식
그때 갑자기 번개가 머리치기의 기술로 방심한 일본소의 기를 누르기 시작했고, 싸움장의 모래가 사방으로 튀면서 육중한 소들의 몸놀림이 거칠어졌습니다. 기선을 제압할 뻔 했는데 아까운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지친 소들은 이내 머리를 맞댄 채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 경우 사람들이 볼 때에는 마치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온 힘을 다해 머리로 상대방의 체중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합니다. 더더욱 소들의 힘이 소진되면 똥오줌을 못가리고, 침을 많이 흘리게 된다고 합니다.

대치... 머리를 맞댄채 숨고르고 있는 소들과 지켜보고 있는 우주(牛主).
대치... 머리를 맞댄채 숨고르고 있는 소들과 지켜보고 있는 우주(牛主). ⓒ 문일식
소들의 힘겨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소주인의 심정은 오죽할까요? 소들을 쳐다보는 소주인들의 눈빛과 몸짓에도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나왔습니다.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멘트는 경기장내에 가득한 흥분과 긴장감을 녹였습니다. "우리의 번개, 오늘은 져도 됩니다. 져도 됩니다. 번개가 지더라도 130마리의 대한민국 소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멘트는 일본에서 물 건너 온 소는 몇 마리 안 되지만, 소싸움축제에 출전한 우리나라 소는 충분히 많다며, 이기고 또 이길거라는 의미였습니다. 소들의 역동적인 싸움도 충분한 재미가 있지만, 역시 싸움에 걸맞는 해설도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제발... 제발... 격렬한 몸싸움의 흔적
제발... 제발... 격렬한 몸싸움의 흔적 ⓒ 문일식
시간은 어느덧 30분이 넘어서고 억센 녀석들 사이에 한 녀석이 결국 피를 본 모양이었습니다. 서로의 뿔과 머리에 혈흔이 흥건했습니다. 그냥 이대로 무승부였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황소고집… 바로 이럴 때 쓰는 말 아닌가 싶습니다. 오기와 근성으로 똘똘 뭉친 녀석들은 서로 제삿날이라고 우격다짐을 하는 것처럼 절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녀석들의 근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결말... 30여분간의 긴 싸움은 일본소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결말... 30여분간의 긴 싸움은 일본소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 문일식
갑자기 번개가 밀리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번개는 아쉽게도 기대를 저버린 채 등을 돌리고, 멀리 도망쳐 버리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30여분간의 엎치락뒤치락하며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던 한일은 결국 일본소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비록 번개는 패하긴 했지만, 관람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고, 뚝심있는 일본소 또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긴 시간동안 숨죽이던 경기는 이렇게 끝이 나고, 진데 대한 아쉬움은 컸지만 정말 박진감 넘치는 멋진 경기였습니다. 두 마리 소들의 부상이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제 한일 국제전이라는 박빙의 빅 매치는 내년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두세 시간 보려고 멀리서 찾은 축제지만, 두세 시간 아니 한두 시간이 되더라도 아깝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청도 소싸움 축제가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고, 더 나아가 국제적으로도 발돋움하여 대한민국의 명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반드시 대한민국 소의 필승을 기원하며.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덧붙이는 글 | ※ 소들의 이름을 제대로 파악못해서 반영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 청도 여행정보

1. 청도 이서천변에서 열리는 소싸움축제는 15일까지 열립니다. 이제 평일만 남았습네요.
2. 대구-부산 고속도로가 개통돼서 보다 쉽게 청도를 가실 수 있습니다. (동대구-청도 15분정도 소요, 승용차기준 2700원)
3. 청도주변에 청도향교,청도읍성,보물로 지정된 석빙고 등도 있고, 화양 방면으로 가면 쉽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4. 청도에서 40km정도 떨어진 곳에는 새벽예불로 유명한 운문사가 자리잡고 있고, 운문댐의 수려한 풍광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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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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