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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쓰기에 대한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지침이 될 책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이렇게 해야한다'고 구체적인 방법을 전수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베스트셀러에 오른 글쓰기와 관련된 책 몇 권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가 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을 만났다. '원고지 10장을 쓸 수 있으면 더 긴 글도, 어떤 종류의 글도 거뜬히 잘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에 또 솔깃해 관성적으로 책에 손이 갔던 것이다. 오히려 기대하지 않고 들어보지도 못했던 책이었기에, 나는 마치 진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이 책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름길을 알려주고 있었다.

책 자체가 독서노트

글을 쓸 목적으로 책을 읽을 경우에는 세 가지 볼펜을 사용한다. 그 볼펜으로 나중에 내 글에 반드시 인용할 곳에는 빨간색을, 그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에는 파란색을, 그리고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느낀 부분에는 녹색 줄을 친다. … 그러면 나중에라도 그 책의 핵심이 어디이고, 어느 부분이 흥미났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렇게 해두면 표시해둔 부분만 봐도 책 내용이 생각나고, 인용할 부분을 금방 찾을 수 있어서 그 책 자체가 나중에 글의 소재가 된다. - 본문 중에서

저자에게 효율적인 방법, 곧 페이지를 접어서 나중에 찾기 쉽게 하고 책에 줄을 긋는 일은 공교롭게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대신 나는 독서 노트를 이용한다. 책을 읽은 날짜와 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연도 등을 먼저 적는다. 그 다음 인용할 만큼 핵심적인 내용이나 아름다운 문장이기에 다시 한번 보고 싶은 글들을 노트에 적어둔다. 그렇게 하면 언제 어떤 책을 읽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내게는 일기처럼 하나의 역사가 되는 작업이다.

독서 노트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공이 많이 들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더라도 그 방법이 내게는 더 유용하고 효과적이었다. 독자 개인마다 자신에게 더 잘 맞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저자도 자신에게 더 유용한 방법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을 뿐, 누구에게나 모두 좋은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험 끝에 독자 개개인에 가장 잘 맞는 방법을 택하면 되는 것이다.

독창적인 글쓰기에 안성맞춤인 영화평과 일기 쓰기

저자는 독창적인 글쓰기 훈련 메뉴로 영화평과 일기 쓰기를 주문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비평도 허락되는 영화평 쓰기는 영화를 보고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을 중심으로 해서 글을 쓰면 된다. 감동적으로 자신에게 와 닿은 것이 어떤 장면이었는지, 어떤 식으로 인상에 남았는지를 풀어냄으로써 자기 자신만의 빛깔을 잘 나타낼 수 있다. 독서감상문과는 달리 영화를 본 순간 사라져간 이미지들을 떠올리며 쓰는 영화평은 그야말로 독창적인 글쓰기가 아니겠는가.

'오로지 자신을 이야기하고 싶은 욕구를 문자로 전환'한 것이 일기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한데 모아서 '내 안의 내공을 높이는 행위'로 일기는 독창성을 높이는 데 매우 효과적인 글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이야기, 누군가 공유하고 싶지만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고스란히 일기장에 쓴다.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한 일기는 자신의 이야기인만큼 당연히 독창적인 글이 될 것이며, 쓰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문장력이 느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골라 읽는 독서'를 지향한다

글쓰기를 전제로 한 독서는 우리가 흔히 일컫는 '음미하는 독서'와는 다르다. 나중에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는 사실을 의식하면서 책을 선택적으로 읽어야 한다. … 지금까지 우리는 독서하면 으레 '음미하는 것'만 강조해왔다. 그 때문인지 일단 읽기 시작한 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독서가 싫어지는 것이다. …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읽을 필요가 없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독서법으로 추천하는 방법으로 '골라 읽는 독서'를 꼽는다.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 끝까지 읽지 못할 바에야 안 읽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떨쳐버리라고 한다. 자신이 글을 쓸 주제와 관련된 부분만을 골라 읽는 편이 글을 쓰는 데는 훨씬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글쓰기를 전제로 독서하는 경우 제한 시간을 설정해두고 독서하기를 권하는데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느 부분을 읽어야 할지를 선택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나도 독서에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첫 장을 넘겼으면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간 정도 읽었으면 지금껏 읽은 게 아까워서 참고 끝까지 다 읽곤 했었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별 재미도 없는 글을 끝까지 읽는 것은 고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엔 읽다가 흥미롭지 않으면 과감하게 읽기를 그만둬 버리기도 하고, 가능하다면(소설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차례를 보고 읽고 싶은 부분만 골라 볼 때도 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책 한 권을 아우를 수 있으려면 다 읽어야 할 것 같다.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저술한 저자들의 한결 같은 이야기는 초보자에게는 '질보다는 양'이라는 것이다. 많이 써봐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좋은 글이 탄생할 일은 없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많은 책이 있지만 실제로 써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논술이나 논문, 기획서 등을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사이토 다카시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은 그야말로 정석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이 책은 많은 이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루비박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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