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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이 아닌 "지옥철".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지하철이 아닌 "지옥철". 여기저기서 시민들의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 윤대근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나도 이리저리 밀리면서 선반을 잡고 버텼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버린 열차는 출입문을 수차례 열고 닫고서야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열차에 타지 못한 사람들은 떠나는 열차를 얄밉다는 듯 쳐다보거나 아예 등을 돌리기도 하였다.

여기저기서 불평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일은 차라리 학교 앞에서 자야겠다" "협상이 좀 잘 돼서 파업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파업하는 거야?"

파업에 대한 불평은 이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대통령은 뭐 하는지 몰라, 참!" "국회의원들은 지하철을 안 타니 이런 사정을 알기나 하겠어?"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생기는 혼란에 익숙해졌는지, 시민들은 마치 머리를 위로하고 서 있는 성냥갑 속의 성냥처럼 부동자세와 떠밀림을 반복하면서도 이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높아진 시민의식, 서민의 발 빨리 정상화해야

마침내 송내역에 도착한 나는 사람들과 함께 승강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쉬고, 옷을 매만지면서 한마디씩 하였다.

"어휴 가슴이 터진 줄 알았네!" "이거 진짜 지옥철이 따로 없구먼!" "내일은 어떻게 출근할지 걱정이네!"

개찰구를 통과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다른 날보다 무거워 보였다. 나는 지하철에서 억눌린 가슴을 활짝 펴기 위해 시내버스를 타지 않고 집까지 걸어갔다.

몇 번의 지하철 파업을 겪은 탓일까? 아니면 노동자와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과 아픔을 잘 알기 때문일까? 지하철 파업으로 인한 예전과 같은 큰 혼란은 없어 보였다. 파업과 정부에 대한 볼멘소리가 있었지만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대하는 시민의식도 높아졌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 아니다. 불편함을 감수해준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파업이 마무리되어 지하철이 서민의 발로 제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파업 3일째인 오늘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노사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시민들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정부와 철도공사 그리고 노조가 적극적인 타협과 양보의 자세를 갖기를 많은 사람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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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치는 일과 스치는 생각 속에서 나와 우리의 변화와 희망을 위한 상상력이 필요한 곳은 없는지 살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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