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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산 정상에서 담양댐을 내려다 보는 조성운(7) 어린이 가족
추월산 정상에서 담양댐을 내려다 보는 조성운(7) 어린이 가족 ⓒ 서종규
추월산 정상에 오르는 길에서 유치원에 다니는 조성운(7) 어린이를 만났습니다. 아직도 얼음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길에 매여있는 줄을 잡고 오르는 성운이 앞에선 어머니 정경자(44·광주)씨가, 뒤에서는 아버지 조광연(48)씨가 보호를 하며 오르고 있었습니다.

조성운 어린이 뒤에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따릅니다.
조성운 어린이 뒤에서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따릅니다. ⓒ 서종규
“성운이, 산에 오르니 힘들지 않아요?”
“힘들어요. 그래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와서 좋아요. 힘들면요, 아빠가 보듬어 주거든요. 그리고요,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시거든요. 그런데요, 누나는 산에 오는 거 싫어해요.”

“성운이, 어는 유치원에 다녀요? 그리고 친한 친구들이 누가 있을까요?”
“예, 광주에 있는 미산 유치원에 다녀요. 친구는요, 수욱이, 도엽이, 그리고 동준이도 있어요. 동준이는 태권도에 같이 가고, 도엽이는 컴퓨터를 같이 해요. 주로 주니어 네이버에서 게임을 해요.”

“성운이, 엄마와 아빠 자랑 한번 해 보세요.”
“다 좋아요. 엄마 옆에서요, 텔레비전을 보거든요. 엄마한테 물어봐요. 엄마가 다 가르쳐 줘요. 아빠는요, 저와 놀아줘요. 게임도 같이 해 주고요. 운동도 같이 해요. 저녁에 체조도 해요. 그리고, 누나가 있어요. 우리 누나는 사회를 잘 봐요. 우리집은 가족회의를 해요. 누나가 사회를 봐요. 저도 보고요. 엄마, 아빠, 누나, 그리고 나, 돌아가면서 한 번씩 말을 해요. 재밌어요. 엄마, 아빠가 다 들어줘요.”

“올해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어떻게 보내겠어요?”
“그냥 놀죠. 친구들을 많이 사귈 거예요. 선생님도 친해질 거예요. 그리고요, 친구들과 선생님께요, 추월산에 갔다 왔다고 자랑할 거예요. 우리 엄마랑 아빠랑 함께 갔다 왔다고요.”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면, 서로 위해주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가족이 함께 산에 오르면, 서로 위해주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서종규
25일 오후 2시, 산을 좋아하는 ‘풀꽃카페 토요산행팀’ 15명은 전남 담양군에 있는 추월산 산행에 나섰습니다. 봄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데, 산에서 보는 정경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산의 색도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운에 서려 있습니다.

광주에 있는 ‘엠코 코리아(주)’ ‘장비 기술팀’에서 일하고 있는 조광연씨는 성운이를 어렸을 때부터 목말을 태워가며 산에 오르곤 했답니다. 그렇게 무등산, 병풍산, 추월산, 어등산, 삼인산 등 광주의 인근 산은 대부분 올랐는데, 4살부터는 목말을 태우지 않고도 걸어서 오르곤 했답니다.

조광연씨는 등산을 비롯하여 수영, 마라톤(100km 완주 기록 보유) 등 못하는 운동이 없을 정도로 스포츠맨임을 자처했습니다. 회사 직원들이 3월1일 추월산 등반을 하기로 하였는데, 미리 답사를 왔답니다.

정상에 우뚝 선 자랑스런 성운이
정상에 우뚝 선 자랑스런 성운이 ⓒ 서종규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다니셨다고 했는데,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무슨 이유가 있겠습니까? 제가 산을 좋아해서죠, 뭐. 아내도 처음에는 산을 별로 타지 못했어요. 무척 힘들어하였죠. 한데, 계속 산에 같이 다니다 보니 적응이 되어서 웬만한 산은 선수가 다 되었어요.”

“가족들이 함께 산을 타니 좋겠어요?”
“좋죠. 이렇게 산을 타니, 가족들이 건강해서 좋고, 가족이 서로 위해주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아들이 가족회의를 한다고 했는데, 가족 상호 간에 의사소통이 잘 되어요. 어려서부터 산을 타서 그런지 아들도 별 짜증을 부리지 않고, 이렇게 높은 산에까지 올라오는 모습이 대견하고요.”

추월산은 바위의 위용이 웅장한데, 우리들은 그 위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추월산은 바위의 위용이 웅장한데, 우리들은 그 위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 서종규
“나이에 비하여 아이들이 많이 어린데,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으면 좋겠나요?”
“아이들이 건강하고, 활기차고, 즐겁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똑바로 자라게 인성교육도 시키고 싶고요. 그래서 이렇게 산을 접하게 하고, 자연 속에서 직접 체험하게 하고 싶어요. 요즈음 사회가 워낙 무서운 시대가 되어서 그런지 걱정이 앞서거든요.”

“최근에 미성년 성폭행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많이 들어온 왕따라든지 청소년 비행이라든지, 모두 우리 아이들에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렇게만 자라났으면 좋겠어요.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제가 아이들과 함께했던 이 자연 체험을 마음으로 받아들여,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요.”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이라 추월산의 색도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운에 서려 있습니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이라 추월산의 색도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기운에 서려 있습니다. ⓒ 서종규
웅장한 바위 위에 꿋꿋한 소나무의 색이 조금 밝아 보였습니다.
웅장한 바위 위에 꿋꿋한 소나무의 색이 조금 밝아 보였습니다. ⓒ 서종규
일행들의 눈총을 받으며, 성운이네 가족들과 대화를 하다가 추월산 보리암 정상(691m)에 도착했습니다. 우뚝 솟은 바위에는 아직도 얼음이 걸려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사방은 아직도 겨울의 분위기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길엔 얼음이 녹아서 미끄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저 아래 담양댐의 색이 봄색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웅장한 바위 위에 꿋꿋한 소나무의 색이 조금 밝아 보였습니다. 멀리 담양의 논에는 보리들이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비닐하우스에는 하얀빛이 반사되고 있었습니다.

보리암 정상까지 가파른 바위길을 솟구쳐 올라왔다면, 보리암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추월산 정상(731m)으로 가는 길은 옆으로 나 있고, 사방이 다 보여서 시원하였습니다. 봄바람을 겨드랑에 느끼면 걷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웅장한 바위 옆구리를 지나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그 웅장한 바위 옆구리를 지나가는 것도 즐겁습니다. ⓒ 서종규
추월산은 위를 보면 웅장한 바위요, 아래를 굽어보면 담양댐의 물빛이 반짝입니다.
추월산은 위를 보면 웅장한 바위요, 아래를 굽어보면 담양댐의 물빛이 반짝입니다. ⓒ 서종규
추월산 정상으로 가는 능선에서 우리는 뜻밖의 행운을 발견했습니다. 아, 연리목(連理木)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연리지 나무라고 하나요. 가까이 자란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을 지내다가 서로 합하여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인 연리지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니까요.

<후한서(後漢書)> ‘채옹전(蔡邕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후한 말의 문인인 채옹은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채옹은 어머니가 병으로 자리에 눕자 삼 년 동안 옷을 벗지 못하고 간호해드렸다. 마지막에 병세가 악화되자 백일 동안이나 잠자리에 들지 않고 보살피다가 돌아가시자 무덤 곁에 초막을 짓고 시묘(侍墓)살이를 했다. 그 후 옹의 방 앞에 두 그루의 싹이 나더니 점점 자라서 가지가 서로 붙어 성장하고 결(理)이 이어지더니 마침내 한 그루처럼 되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채옹의 효성이 지극하여 부모와 자식이 한 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검색>에서

그 뒤에는 두 몸이 한 몸이 된다 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 흔히 비유하여 표현하고 있답니다.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비극적인 사랑을 노래한 시에 이 말이 등장하면서 남녀간의 변함없는 사랑의 뜻으로 널리 쓰여서 ‘연리지 나무’는 ‘사랑나무’가 된 것이랍니다.

봄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 2월의 마지막 주에 추월산에서 만난 연리지 나무가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하였습니다. 남과 북, 동과 서, 노와 소, 그리고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이 연리지 나무처럼 한 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저 멀리 하늘 끝까지 퍼져 갑니다.

가까이 자란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을 지내다가 서로 합하여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인 '연리지 나무'를 발견한 행운
가까이 자란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을 지내다가 서로 합하여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인 '연리지 나무'를 발견한 행운 ⓒ 서종규

덧붙이는 글 | 위 조성운 어린이와의 대화는 부모가 옆에서 거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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