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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은 그렇게도 좋은지 그저 신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신랑은 그렇게도 좋은지 그저 신부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 배상용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도동성당의 내부 모습.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는 도동성당의 내부 모습. ⓒ 배상용
신랑 신부는 지금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요?
신랑 신부는 지금 무슨 기도를 하고 있을까요? ⓒ 배상용
며칠 전 동네 후배의 결혼식이 성당에서 치러졌다. 주민 수가 그리 많지 않는 덕(?)에 결혼식장이 없는 이곳 울릉도.

그래서 대부분 주민들은 육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난 후 며칠 뒤 울릉도로 와 식당에서 주위 분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그래도 울릉도에서 꼭 결혼을 하려면 일반 관공서 회의실을 이용하거나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니는 성당이나 교회를 이용한다.

기자는 성당에 다닌다. '스테파노'라는 세례명이 있는데 김수환 추기경님과 세례명이 같아 성당에서 처음 만나는 분이 세례명이 무엇이냐 물으면 "추기경님과 세례명이 같습니다"하며 흐뭇하게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이젠 성당에서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기자는 3년 전 바로 이곳 울릉도 도동성당에서 '견진성사(주교가 영세받은 신자에게 성신(聖神)의 은총을 주기 위하여 이마에 성유(聖油)를 바르는 성사)'를 받았는데 그 견진을 주신 분이 며칠 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추기경에 임명되신 정진석 대주교님인 것이다.

신앙 생활이 그리 활발하지 못한 기자이긴 하지만 어찌됐든 자랑스러운 것만은 사실이다(이 글을 혹시 본당 호랑이(?) 신부님이 보신다면 무어라 또 핀잔을 주실지 모르겠지만).

후배의 결혼식이 있던, 이틀 전 성당 사무장님이 기자에게 한마디 툭 건넨다.

"스테파노 형제님, 이번 결혼식에 사진 좀 찍어 주시죠?"
"예? 찍을 사람이 없는기요? 야, 이거 큰일났네... 이런 사진 잘못 찍으면 평생 욕 얻어 먹을 텐데..."

신부님의 특별한 배려(?)로 신부를 업고 본당 내부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신부님의 특별한 배려(?)로 신부를 업고 본당 내부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 배상용
신부님의 낭낭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아주 특별한 느낌의 결혼식 이었습니다.
신부님의 낭낭한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아주 특별한 느낌의 결혼식 이었습니다. ⓒ 배상용
성체를 나눠주시는 신부님을 뒤로 한 채 신랑, 신부 신이 났습니다.
성체를 나눠주시는 신부님을 뒤로 한 채 신랑, 신부 신이 났습니다. ⓒ 배상용
우선 걱정이 앞선다. 이래저래 결혼식 당일, 이마에 땀을 닦아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까짓 거 물량으로 승부하자. 많이 찍다 보면 괜찮은 사진 몇 장 나올 거 아이가..."하면서.

결혼식이 끝나기 무섭게 식사는 고사하고 바로 집으로 향했다.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찍은 사진들을 훓어보며 기자도 모르게 입가엔 미소가 흘렀다.

"야... 이거 이 정도면 다음에 직업으로 찍고 다녀도 괜찮겠구만. 후후..."

예쁜 딸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딸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배상용
정말 행복한 모습입니다.
정말 행복한 모습입니다. ⓒ 배상용
이번 성당에서의 결혼식 사진을 촬영하고 처음 느꼈다. 성당 내부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말이다.

<오마이뉴스> 독자님들요. 혹시 다음에 결혼식 하시려면 성당에서 결혼식 해보세요. 웬만한 결혼식장 뺨칩니다. 낭낭하신 신부님의 목소리에 조명 또한 죽이고요, 축하송도 성가대가 라이브로 해주죠. 특히 천장이 높아 웅장한 기분이 드는 게 사진 찍기에도 그만입니다.

암튼 잘 나온 사진 몇 장 뽑아 액자를 만들어 줄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사진을 받아들고 기뻐할 후배놈을 생각하면 그저 흐뭇하기만 합니다. 역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베풀 수 있다는 건 행복한 일입니다.

어이쿠~ 떨어뜨릴 뻔 했네.
어이쿠~ 떨어뜨릴 뻔 했네. ⓒ 배상용
신랑, 신부 정말 좋겠습니다~
신랑, 신부 정말 좋겠습니다~ ⓒ 배상용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정보사이트 울릉도닷컴 현지 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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