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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프란체스카>는 급조된 시즌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초반의 독특한 개성을 상실했다.
<안녕, 프란체스카>는 급조된 시즌제의 한계를 드러내며 초반의 독특한 개성을 상실했다. ⓒ MBC
가족주의 시트콤의 전형성을 비트는 기발한 풍자

<안체>는 국내 드라마/시트콤으로는 드물게 시즌제를 도입한 작품이다. 다섯 시즌에 걸친 시트콤 <논스톱>이 있었지만, 매 시즌마다 캐릭터와 배경이 달라지며 사실상 독립된 작품이었던데 비하여, <안체>는 부분적인 출연진 교체는 있었어도 전 시즌의 플롯과 주인공이 그대로 이어지는 연결성을 지닌 시리즈였다는 점에서 사실상 첫 시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즉흥적으로 추진된 시즌제는 오히려 <안체>의 개성을 퇴색시키는 결과만 가져왔다. 사실상 시즌 1, 2, 3이 방영간 공백기 없이 그대로 이어지며, 각 시즌의 개성을 차별화할 만큼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못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두드러지는 아이템 고갈의 흔적을 캐릭터들의 어설픈 개인기로 메우려던 것이 오히려 식상함을 부추겼다는 평가다. 두 번째 시즌을 마치며 하차한 노도철 PD와 신정구 작가가 구축해놓은 개성을 후임자들이 망쳐놓았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사실 퇴행의 징후는 <안체>의 두 번째 시즌 말기에서부터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다. 이 시트콤의 미덕은 단순하게 '엽기성'을 강조하여 과장된 웃음을 끌어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흡혈귀 일당이 꾸며낸 유사 가족관계에서 빚어지는 해학과 풍자, 평범하고 때로는 좀스러운 인간군상들이 펼치는 소동극의 웃음, 프란체스카 일당의 소동을 통해 폭로되는 일상에 숨겨진 가식과 위선에 대한 묘사, 소시민과 아웃사이더의 경계선에 놓여진 캐릭터들의 탁월한 개성은, 엉뚱한 웃음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관객을 서늘하게 만드는 '쿨'한 매력이 있었다.

<안체>의 최대 매력은 개성과 비중이 확연하게 나뉜 캐릭터들 간에 주고받는 앙상블 효과에 있었다. 허영기 넘치는 '안성댁' 박희진이나, 무표정의 카리스마를 보여준 '프란체스카' 심혜진, 이보다 더 어색할 수 없는 장광효와 신해철의 연기 등 <안체>의 캐릭터들은 겉보기에는 그저 저마다 제멋대로 노는 듯이 보였지만, 알고 보면 캐릭터의 매력은 그들이 각자 상이한 개성이 부딪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 자체보다는 캐릭터가 돌출되면서 이야기 구조마저 캐릭터의 개성에 잠식당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새롭고 제시한 인물들도 전편의 '짝퉁' 복제나 엽기성만 강조된 캐릭터에 불과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안체>는 <논스톱>이나 <레인보우 로망스>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시트콤으로 전락했다.

특히 마지막 시즌에서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듯, 핵심 인물이나 플롯이 마땅한 설명도 없이 급작스럽게 실종되는 경우도 많았고, 주연인 프란체스카의 개성과 존재감도 전편에 비해 훨씬 미미해졌다. 사실상 시즌 3의 유일한 발견이라고 할만한 김수미의 탁월한 개인기는 돋보였지만, 오히려 그녀와 연예인 카메오들의 스타성에만 의존하여 진부한 이야기를 억지로 끌어오는데 불과했다.

결국 <안체>는 시즌1, 2의 인기에 기대어 급조된 시트콤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물론 <안체>가 보여준 시트콤 장르의 실험정신이 보여준 가능성은 충분히 평가할만하다. 최고의 안방마님이었던 심혜진을 비롯하여 이두일, 박희진, 김수미, 이켠, 정려원 등 재능있는 신구연기자들을 재발견해 낸 것은 이 프로그램 최대의 성과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내 드라마/시트콤들이 대개 반짝 인기에 도취되어 급격한 '뒷심 부족'을 드러내는 한계를 답습하고 말았다는 것은 <안체>가 극복하지 못했던 '옥에 티'로 지적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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