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하마스의 자치의회 첫 등원은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하마스 의원들이 등원하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라말라 무카타 자치의회 입구에는 세계의 언론이 몰려들었다.
하마스의 자치의회 첫 등원은 세계 언론의 초점이 되었다. 하마스 의원들이 등원하는 모습을 취재하기 위해 라말라 무카타 자치의회 입구에는 세계의 언론이 몰려들었다. ⓒ 이강근
하마스 주도 팔레스타인 정부가 출범함으로서 중동 역사에 새로운 장이 열렸다.

2월 18일 오전 11시 라말라 팔레스타인 의사당(Palestine Legislative Council)에서 지난달 1월 25일 선거를 통해 뽑힌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들의 등원식이 열렸다.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의 132명 중 과반수인 74명이 하마스 출신이다. 그 동안 정치와는 멀리 떨어져 대 이스라엘 투쟁을 하느라 이들의 대거 정치 입문은 당사자들이나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생소할 뿐이다.

개원일 하루 전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지구 하마스 당선자들의 라말라행 여행 금지조치와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 중인 옥중 당선자 14명(이중 10명이 하마스 출신)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빠진 채 의원 선서식이 열렸다. 결국 라말라와 가자지구의 의사당을 위성으로 연결해 화상으로 하마스 주도의 팔레스타인 정부가 출범했다.

하마스계 옥중 당선자 사진 등원. 옥중 당선자들의 사진을 든 하마스 의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하마스계 옥중 당선자 사진 등원. 옥중 당선자들의 사진을 든 하마스 의원들이 들어서고 있다. ⓒ 이강근

하마스 주도 팔레스타인 정부 살아남을까?

그러나 하마스 주도의 정부 출범으로 팔레스타인은 그야말로 큰 암초를 만났다. 출범 직후 하마스는 그들의 정치입문 조건으로 요구된 무력투쟁 포기, 이스라엘의 존재 인정,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에 체결된 협정 존중 등 모두를 재차 거절한다고 밝힌 데다, 팔레스타인 총리로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야가 지명되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서방의 대대적인 제재조치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주도 팔레스타인 정부 출범 다음날인 2월 19일 각료회의를 통해 팔레스타인 제재 조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스라엘은 앞으로 팔레스타인과의 모든 접촉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극단에는 모든 관계 단절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 경제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

가자와 요르단 서안을 연결하는 통로 및 요르단 서안 팔레스타인 도시 간의 도로를 봉쇄하고,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들의 일자리를 일제히 단절시켰다. 이로서 국경을 넘나들며 그나마 이스라엘 내에서 일자리를 찾았던 수십 만 팔레스타인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모든 일용품 이동이 금지되었다. 특히 팔레스타인 정부를 대신해 징수해온 세수 5500만 달러도 테러조직에게 줄 수 없다며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현재 팔레스타인 정부에 건넸던 약 500억 달러의 지원금을 하마스 정부에 들어가기 전에 되돌려 달라고 미 부시 대통령이 직접 요청하였고, 팔레스타인 정부는 이에 동의하였다. 유럽연합도 현재 모든 지원금 지급을 보류 중이다. 따라서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려온 팔레스타인은, 하마스 주도 정부의 출범과 함께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고 있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통로인 에레즈 국경이 굳게 닫혀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동이 전면 금지되었다. 사진은 병원을 찾기 위해 가자를 나서려는 노부부가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한 손에는 이스라엘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서가 들려있다.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통로인 에레즈 국경이 굳게 닫혀 일용직 노동자들의 이동이 전면 금지되었다. 사진은 병원을 찾기 위해 가자를 나서려는 노부부가 문이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한 손에는 이스라엘 병원을 찾아야 한다는 의사 소견서가 들려있다. ⓒ 이강근

하마스, 국제사회 지원 위해 사방팔방

다급해진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는 하마스 주도 정부 출범 다음날 팔레스타인의 재정적인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미 선거 승리 직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터키와 이란 등 아랍 동맹 국가들에 특사를 파견해 재정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러한 팔레스타인 정부의 노력에 대응해 미국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는 아랍 국가들의 하마스 주도 팔레스타인 정부에 경제적인 도움을 제지하고자 중동 순발길에 올랐다. 하마스의 국제적인 지원 호소를 제지하고자 미국이 직접 나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경제적인 제재조치에 대해 팔레스타인은 한 치도 물러나지 않고 있다. 기존 여당인 파타당 소속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스라엘의 규제 완화를 호소하면서도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결코 넘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보였고, 새로 총리로 지명된 하마스의 이스마일 하니야도 이스라엘의 경제제제 조치에 대해 "결코 이스라엘에 무릎 꿇지 않겠다"며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직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초청해 이스라엘 및 미국과 미묘한 대립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허락을 전제하기는 했지만 팔레스타인에 무기도 공급하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압델 아지즈 드위크 팔레스타인 자치의회의장 내정자가 등원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 서안의 지리학 교수를 자치의회 의장으로 지명했다.
압델 아지즈 드위크 팔레스타인 자치의회의장 내정자가 등원하고 있다. 하마스는 요르단 서안의 지리학 교수를 자치의회 의장으로 지명했다. ⓒ 이강근
하마스, 파타 없는 정부 구성할 수 있을까?

국정 경험이 없는 하마스는 제 2당으로 전락한 여당 파타당과 연합정부를 구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선거에 패배한 여당 파타는 하마스의 제안을 거절한다는 기류다. 하마스는 연합정부 구성을 위해 하마스나 파타가 아닌 제 3의 인물을 총리로 지명하려 했으나 결국 하마스가 총리직을 차지했다. 이로 인해 파타를 배제하고 정부를 구성한다면 하마스와 파타간의 긴장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개원식에서 압바스 수반은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의 합법성을 제시했지만 하마스가 이를 거부했다. 지금까지 파타당 주도하에 이루어진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정 존중에 대한 하마스의 반대 표명은 결국 하마스와 파타 간의 충돌을 의미한다.

라말라 국회의사당
라말라 국회의사당 ⓒ 이강근
의회를 하마스가 장악하기는 했지만, 팔레스타인 수반 압바스에게는 총리 해임권을 비롯해 강력한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상태다. 이는 하마스 출범 3일 전 파타당 주도로 압바스 수반의 권한을 강화하는 여러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헌법 재판관 9명을 압바스 수반이 임명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법안을 하마스 주도 의회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출범 초부터 하마스-파타 또는 하마스-압바스의 대결구도가 노골화되고 있다. 비록 하마스가 총리를 지명했다 해도 팔레스타인 수반에게는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에 정부 구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도 있다. 따라서 의회를 장악한 하마스와 파타당 수반간의 충돌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미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출범식에서 보인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 하마스 지명 총리간의 의견차는 앞으로 팔레스타인의 향후 정국에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