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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참가자들이 활동한 내용들
ⓒ 이명숙
직업훈련수료를 앞두고 있는 훈련생들을 대상으로 취업특강을 한 시간 가량하고 돌아오니 핸드폰에 문자가 들어와 있다.

‘우리 아들 어떻게 해. 못 살것어.’

문자를 보낸 이는 우리 동네 목욕탕 매점 아주머니다. 2년 전 쉬는 날, 목욕탕에 들어서자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손을 덜컥 잡았다.

“오메, 그렇게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네. 취업 시켜주는 일을 한담서.”

누구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나 매점 이모여. 저기 있잖아. 매점. 텔레비전 본 게 나오드만. 우리 목욕탕 다닌 사람 중에 텔레비전에 나온 사람이 있어서 어찌나 반갑던지” 하신다.

▲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 이명숙
아주머니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다 취업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나를 보고 무척 반가웠다고 한다. 취업과 관련된 고용안정센터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텔레비전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아주머니는 그때부터 내 이모가 되어버렸다. 대학생 아들을 둔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아주머니는, 아들을 취업 시키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했다.

“우리 아들이 대학교 1학년인디 아르바이트도 가능해.”
“취업을 하려면 대학 다닐 때부터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아르바이트도 무작정 하는 것보다는 경력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해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것어.”
“대학교 1학년이니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인 연수지원제가 있거든요.”
“그것이 뭔디.”

아주머니는 목욕 수건을 접으며 물었다.

“요즘 기업체 경향이 신입보다는 경력자를, 또 신입을 뽑더라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잖아요. 그래서 만 15세에서 29세 이하 미취업청소년들에게 현장연수를 하면서 직업에 대한 능력 개발도 하고 경력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예요.”
“오메, 그런 것도 있었서 근디 돈은 줘.”
“물론 주죠. 연수수당은 월 30만원이구요. 시간은 하루 4시간, 일주일에 20시간 이구요. 기간은 방학 중에는 1개월도 가능하지만 보통 2개월까지 할 수 있어요.”

신청하는 방법과 준비서류 등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해 알려주자 아주머니는 “이래서 사람은 알아야 슨당게. 우리 아들 언제 보내면 스겄어” 하며 큰 구원병을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아주머니 아들은 그 해 겨울방학 때 2개월 동안 동사무소에서 연수를 했다. 그 이후 목욕탕만 가면 내 얼굴은 호강을 했다. 구석에 앉아 있어도, 아주머니 눈에 띄지 않게 들어가도 어느새 찾아내서 보도 듣도 못한 각종 재료로 만든 마사지 팩이 어김없이 내 얼굴에 올라왔다. 그러면서 자연, 아주머니 주변에 있는 취업준비 중인 사람들이나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사연을 들어주는 이가 되었다.

▲ 직업심리검사실과 검사중인 구직자
ⓒ 이명숙
“우리 아들 전공이 컴퓨턴디 취업은 잘 되것어?”
“조카가 있는디 가시네가 공부를 안해. 전공을 뭣을 해야 취업이 되것어?”
“우리 옆 집 아들이 있는디, 취업을 하것는가 한 번 봐줘.”
“목욕탕에 자주 오는 새댁이 있는디 남편이 직장에서 쫓겨났다고 속상해해. 한번 봐줘.”
“우리 둘째아들이 일 년 후면 제대한 디 뭣을 준비하먼 되것어?”

아주머니 눈에는 내가 무슨 취업통치약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주머니는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고용안정센터로 가보라고 한다. 아주머니와 나는 그렇게 연대의식이 형성되었다.

1학년 겨울방학때 연수지원제에 참여했던 아들이 4학년으로 올라가고 그 사이 둘째 아들이 군대 제대를 했다. 아주머니는 목욕탕만 가면, 대학 4학년이 될 예정인 큰 아들 걱정이었다. 1학년 때 연수를 받을 때는 괜찮은 것 같더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통 의욕이 없다는 거였다.

둘째 아들은 말을 안 해도 알아서 잘 하는데, 막상 취업준비를 해야 될 큰아들은 만날 구들장과 컴퓨터를 안주 삼아, 허송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취업을 하려면 토익점수도 필요하다니까 영어학원을 다녀보라고 해도 시큰둥, 학점관리를 하라고 해도 들은 체 만 체 하니, 보고 있으면 복장이 터진다고. 매사에 의욕이 없는 아들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대하고 있자니 '으그, 내 가슴아' 하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올 법 하다.

“내가 못살것단게. 둘째 아들하고 둘이 반틈씩만 섞어 놨으먼 좋겠어. 한 놈은 너무 넘쳐서 탈이고 한 놈은 이게 무량태수고, 참말로 나 죽것네. 우리 아들 뭣을 하면 좋겠어?”

▲ 청년층 직업지도 프로그램
ⓒ 이명숙
아주머니 하소연은 날이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다. 아주머니 말을 종합해 보면, 큰아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의욕상실과 진로 설정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거였다. 그동안 아주머니만 통해서 이야기를 들었지 직접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한번 보내라고 했더니, 아들이 못 미더웠던지 직접 데리고 오셨다.

예상했던 대로 진로설정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니, 당연히 의욕이 상실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주머니 큰 아들에게 직업심리검사 중 성인용적성검사와 진로설정에 도움이 되는 청년층 직업지도 프로그램(CAP)을 권했다.

직업심리검사는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총 8종의 검사가 있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직업심리검사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직업적 흥미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인 진로/직업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인 측정이다. 이 검사는 개인의 직업흥미에 적합한 학과와 직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검사인 40분용 청소년용 직업흥미검사와 적성 및 잠재적 능력을 측정해서 적합한 학업과 직업을 알려주는 80분용 청소년용적성검사가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심리검사는 어떤 직업에 흥미와 관심이 있으며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지를 예측해 주는 직업선호도 검사가 있다. 직업선호도 검사는 25분용인 S형과 60분용인 L형이 있으며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80분용 성인용직업적성검사가 있다.

이외에도 구직욕구진단검사, 구직효율성검사, 직업전환검사, 창업진단검사가 있는데 주로 청소년은 직업흥미검사와 적성검사를, 성인들은 직업선호도검사와 성인용적성검사를 한다.

이 중 성인용직업적성검사를 통해 적성이 어떤 직업에 적합한지 예측해 보고, 하고 싶은 분야나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청년층들에게 진로 및 직업탐색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는 청년층직업지도프로그램(CAP)을 받아보면서 진로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 청년층직업지도프로그램실과 두 진행자
ⓒ 이명숙
특히 청년층직업지도프로그램(CAP)은 진로 및 취업문제로 고민하는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 재학생이나 29세 이하 청년층들에게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성인용적성검사와 청년층직업지도(CAP)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해 보겠냐고 했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그럼 성인용적성검사는 오늘 해 보고 CAP은 다음 주에 참여를 하면 되겠네요. 프로그램실은 바로 저기 보이죠.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고,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까지예요.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 계신 CAP선생님한테 들어보시면 될 거예요.”

아주머니의 큰아들을 CAP진행자에게 소개를 해준다. 큰아들이 CAP진행자와 상담을 하고 있는 동안 아주머니와 차를 한 잔씩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메, 사무실이 겁나게 좋네. 우리 아들도 이런 데서 근무하면 얼마나 조을까이.”

아주머니는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연신 좋다고 하신다. 이왕 오신 김에 취업만 시켜주는 곳으로 알고 계신 아주머니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 곳인지 알려줄 겸, 3층 실업급여교육장, 4층 실업급여, 고용보험, 희망프로그램실 5층 취업지원, 직업능력개발, 성취프로그램실 6층 진로지도, 자활, 사회적일자리, 외국인고용허가제, 회의실, 청년층 직업지도실, 취업카페, 심리검사실 등을 소개를 해 주었다. 아주머니는 “알아야 쓴단게. 모르는 사람은 이런 곳이 있는지도 모를 것이 아니여. 근게, 초등학생부터 나이든 사람까지 다 와도 되것네. 세상에, 별 것이 다 있네”를 연발한다.

CAP진행자와 상담이 끝난 큰 아들이 다가온다.

“다음주부터 와서 받아보고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방향설정을 해 볼게요. 그리고 나서 취업을 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짜 볼게요.”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큰 아들과 고맙다며 내 손을 꼭 쥐는 아주머니를 엘리베이터 앞까지 배웅을 하며 돌아서 오는데, 자꾸만 모정이 빛기둥을 만든다.

‘아주머니, 아주머니 마음 잘 알아요. 아들 취업할 수 있도록 우리가 꼭 도와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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