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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 홈페이지.
<리니지> 홈페이지. ⓒ 엔씨소프트
저녁에 집에 들어온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 것도 한번 확인해 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사이트에 접속해 확인해 보니 지난해 9월에 가입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 화면을 보고 우리 두 사람이 기억을 되돌려서 지난해 9월에 무엇을 했나 생각해 봤습니다. 그때는 절대로 온라인 게임 같은 것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죠. 집에 컴퓨터가 없었거든요. 그 이후에도 아내는 리니지에 가입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거 큰일 나는 거 아냐?'라고 걱정을 하는 아내를 안심시켜 놓고선 다시 리니지 사이트에 접속해서 다른 가족들 주민번호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6명 중에 3명이 가입되었다고 나오더군요. 좀 당황했습니다. 그 분들은 리니지가 어떻게 하는 게임인지도 모르는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터넷을 그래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 것만 도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전혀 안하는 분들 것까지 도용이 되었다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상에서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엔씨소프트의 대응, 온라인 게임 명운 걸렸다

그 사람들에게 일일히 전화를 해서 설명해 주고 어떻게 처리하라고 알려 드리고 난 후에 생각해 보니 '왜 내가 이런 일로 내 돈 들여서 전화하고 처리를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리니지가 벌써 10년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정확히는 MMORPG)의 신화이자 시금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 잠시 동안이지만 리니지 게임을 즐기던 사람이었구요.

그런데 그런 유명 게임에서 이렇게 허술하게 회원을 관리했다니 좀 답답할 따름입니다. 단순히 계정을 생성하는 것은 무료지만, 게임에 접속을 하려면 월 2만9700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도용당했다는 건 어떤 경로로 가입했든지 돈만 내면 다 게임을 할 수가 있다는 명제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회원 가입을 해서 유료로 게임을 할 때 전화 한 통만 걸어서 확인을 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회사 차원에서 보면 일일히 전화해서 확인하는 것이 큰 업무이고 회원 가입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일이기에 선뜻 시행하기 힘든 일인줄 압니다.

주민등록번호 검색으로 찾은 리니지 계정들
주민등록번호 검색으로 찾은 리니지 계정들
하지만 월 3만 원, 일 년에 36만 원씩이나 내고 게임을 하려는 이들이라면 그 정도 불편은 참아낼 수 있을 줄로 압니다. 전화 한 통화 하는 비용도 위 금액에 비하면 얼마 안되는 것이고요.

게다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온라인 게이머들의 반응은 리니지뿐 아니라 아이템 거래가 되는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들에는 최소한 10% 이상의 사용자가 중국에서 접속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자주하던 모 게임에서도 한국 전용 서버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늦은 시간에 중국어로 채팅을 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소위 '작업장'이라고 알려진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화를 위해 게임에 접속하는 이들은 오래전 부터 유명한 이야기고요.

따라서 이번 주민번호 도용사태에 대한 엔씨소프트의 대응은 다른 모든 온라인 게임업체에 선례를 남기는 것이며, 크게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발전하느냐 아니면 외면 당하느냐 하는 결정하는 첫걸음이 되는 것입니다.

가뜩이나 온라인 게임상에서 사기니 아이템 거래니 하면서 보는 눈들이 곱지 않은 판국에 이렇게 대량으로 주민등록 번호를 도용하는 사건까지 일어난다면 온라인 게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얼마나 더 좋지 않은 시각을 갖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그런 분들이 자신의 가족들이 온라인 게임을 하는 것에 찬성할 리가 없을 것이고, 게임을 하는 이들은 더욱 그 입지가 좁아질 것이 뻔한 것이 아닙니까?

주민번호 만능주의에서도 벗어나자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는 주민번호 만능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주길 바랍니다. 이미 개인 정보는 온라인에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유출이 심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제 와서 단속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얼마의 비용이 들더라도 인격을 가진 한 개인인 단순한 번호 하나로 규정되어지는 이 불합리한 제도를 빨리 뜯어 고쳐야 할 것입니다.

2월 15일 오전 현재 뉴스에 따르면 도용이 신고된 건만 4500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지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도 지금 당장 자신의 주민번호가 도용당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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