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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주)로 옮겨온 직원이 퇴사 후에도 여전히 전 직장 등기이사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위장취업'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직원은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 2월 8일 등기이사 사임 신고를 했다. 파라다이스EMS의 회사 등기부등본기록.
지난해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주)로 옮겨온 직원이 퇴사 후에도 여전히 전 직장 등기이사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위장취업' 의혹이 일고 있다. 이 직원은 논란이 벌어지자 지난 2월 8일 등기이사 사임 신고를 했다. 파라다이스EMS의 회사 등기부등본기록. ⓒ 자료사진
카지노영업장 보안시스템 구축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금품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받은 한국관광공사 카지노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사장 박정삼)가 이번에는 '위장취업'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그랜드코리아레저(주) 설립 당시 슬롯머신팀 대리로 입사한 박아무개(32)씨가 올해 2월까지 파라다이스그룹 계열사인 '파라다이스EMS'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당시 이 회사를 퇴사한 뒤 곧장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입사했지만, 등기부등본상 등기이사로 계속 남아 있었다.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설립돼 카지노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지난 37년간 외국인전용 카지노사업을 독점해온 파라다이스그룹과 경쟁 관계에 놓여 있는 상황. 따라서 그랜드코리아레저 일부 관계자들은 경쟁 업체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올라가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채용될 수 있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 나아가 업계 일각에서는 파라다이스EMS가 박씨를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위장취업시켜 내부 정보를 캐내려 하지 않았느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박씨, 경쟁업체 계열사 퇴사 후 5개월간 등기이사 기재

'파라다이스EMS' 회사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2001년 3월 31일 등기이사로 취임했다. 3년 임기가 끝난 2004년 3월 31일에도 중임됐다. 박씨는 두 번째 등기이사 임기 만료 전인 2005년 9월 2일 퇴사했고, 그랜드코리아레저(주)에 입사했다.

하지만 등기부등본에서 박씨의 이름은 지워지지 않았고, 올해 초 그랜드코리아레저를 중심으로 카지노업계에서는 위장취업 의혹이 흘러나왔다. 그런 가운데 일부 언론이 그랜드코리아레저의 금품로비 및 사업자선정 특혜 의혹 등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파라다이스EMS와 박씨는 지난 2월 8일에서야 등기이사 사임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 회사와 박씨는 이번 일을 행정착오로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박씨 퇴사 이후 곧바로 등기이사 말소 신고를 해야 했지만, 담당직원의 실수로 누락됐다는 것이다. 박씨도 "퇴사 이후 회사(파라다이스EMS)에서 처리했을 줄 알고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며 "1주일 전에 연락이 와 등기이사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삭제해야 한다고 해서 인감증명서를 주고 조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퇴사한 지 5개월이 지나도록 등기이사 변경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은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현행 상법상 일반 기업이 기한(2주) 내에 등기이사 변경 신고를 누락할 경우 최고 500만원에 이르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돼 있다. 자본금 2억원, 직원 7명밖에 되지 않는 회사에서 등기이사로 등록된 직원이 퇴사하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파라다이스 "위장취업? 박씨 퇴사로 되레 손해"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코엑스센터점이 27일 개장한다. 서울 강남 중심지에 위치한 세븐럭 코엑스센터점은 859평의 영업 전용면적에 슬롯머신 130대와 게임테이블 45대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이다. 사진은 세블럭 코엑스센터점 전경.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코엑스센터점이 27일 개장한다. 서울 강남 중심지에 위치한 세븐럭 코엑스센터점은 859평의 영업 전용면적에 슬롯머신 130대와 게임테이블 45대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이다. 사진은 세블럭 코엑스센터점 전경. ⓒ 연합뉴스
파라다이스EMS와 박씨는 이 같은 시선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특히 '위장취업'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극구 부인했다.

파라다이스 측은 박씨의 퇴사로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해명하고 있다. 김학수 파라다이스EMS 대리는 "박씨가 서둘러 나가는 바람에 제대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회사가 많이 어려웠다"며 "회사 차원에서 소송까지 하려고 생각했는데, 위장취업 의혹이 무슨 말이냐"고 반발했다.

또 박씨는 회사가 파라다이스그룹으로 편입된 뒤 1년 6개월밖에 재직하지 않았다는 게 김 대리의 설명이다. (주)이엠시스템스를 상호로 쓰던 이 회사는 지난 2004년 3월 파라다이스그룹으로 편입됐고 박씨는 이듬해 9월 그랜드코리아레저로 자리를 옮겼다.

박씨 역시 좀 더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그랜드코리아레저로 옮긴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특히 그는 등기이사로 기재만 됐을 뿐, 퇴사 이후 파라다이스 측으로부터 월급을 받거나 다른 금전적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용담 그랜드코리아레저 홍보팀장은 "파라다이스EMS에 확인해본 결과 단순한 행정착오라고 생각된다"며 "박 대리 본인도 당황스러워하고 있고, 이중취업(위장취업)이라는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금품로비설 등 그랜드코리아레저 잇딴 의혹 불거져
검찰, 금품로비설 내사... 감사청구안도 국회 문광위 계류

최근 그랜드코리아레저와 관련해 잇따라 제기된 의혹은 용역업체 선정 과정 금품로비설과 한무컨벤션센터 3층 영업장 용도변경 불허 논란 등이다.

MBC는 지난 10일 밤 <뉴스데스크>를 통해 이 회사 임직원들이 카지노 객장내 보안감시시스템 구축 용역업체 선정과정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 내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도 이튿날 지난 1월 27일 문을 연 '세븐럭 강남영업장' 한무컨벤션센터 별관 3층이 용도변경 허가를 받지 못해 영업을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용역업체 선정 과정 금품로비설= 검찰은 최근 문을 연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로비가 있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특수부는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지난 1월 27일 오픈한 '세븐럭 강남영업점'의 보안감시 시스템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다는 제보를 받아 한달 가량 내사를 벌였다.

검찰이 확보한 단서는 그랜드코리아레저의 한 임원에게 건네진 수표 복사본. 검찰은 보안감시시스템 용역공사 입찰에 참가한 모 업체가 이 임원에게 1억원(1000만원짜리 수표 10장)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잡고 이 돈의 출처를 찾기 위해 계좌 추적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 임원 외에 다른 임직원들에게도 거액의 금품로비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언론 보도를 통해 금품로비설을 처음 접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자체감사를 벌여 비리가 드러나는 임직원이 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고, 사법당국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금품로비설이 왜곡 보도라면 언론중재위에 제소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무컨벤션센터 3층 영업장 용도변경 불허= 세븐럭 강남영업장이 있는 한무컨벤션센터 별관은 2층과 3층이 카지노 영업장으로 사용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남구청이 서울시 조례를 근거로 3층 영업장의 용도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아 현재 2층만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랜드코리아레저와 한무컨벤션측이 용도변경이 안 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고 "카지노 영업장 선정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난 만큼 국회는 문화관광위에 계류 중인 카지노 사업 감사청구안을 조속히 받아들여 모든 의혹을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조만간 강남구청이 용도변경을 허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조용담 홍보팀장은 "현재 3층을 쓰고 있지 않는다고 하는데, 3층은 딜러들의 교육장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지금은 개장 초기라 3층을 쓰지 않더라도 영업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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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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