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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열린우리당 당의장 예비경선에서 2위를 한 김근태 후보가 문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던 중 1위를 한 정동영 후보와 악수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 당의장을 뽑는 전당대회가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정동영·김근태'의 표정이 상반된다. 김근태 상임고문은 초조한 입장이다. 초반 레이스에서 정동영 상임고문을 뒤집는 등 상승세였지만, 2월초 예비경선 이후로는 자체 조사에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명의 각 후보 진영에선 내놓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정동영·김근태의 표차는 얼추 5∼10%에 이른다. 지난 9일 김근태 캠프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두 후보의 차이는 5%. 반면 정동영 캠프에서 내부용으로 회람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9% 가량 벌어진다.

지방선거 전략, 정동영 '인물' vs 김근태 '구도'

▲ 김근태 열린우리당 고문.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 가운데 김근태 고문 쪽에선 막판 뒤집기 변수로 '고건 카드'를 적극 내세우고 있다.

우원식 대변인은 13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김근태-고건 대연합 회동 이후 당원들의 마음이 술렁이고 있다"며 지난 주말·휴일, 서울·경기 지역 합동연설회 직후 벌인 자체 전화 여론조사를 공개해 "정동영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3.6%(100% 기준)로 좁혀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근태-고건 대연합의 실현가능성'에 대해 53% 가량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고 우 대변인은 전했다.

김근태 고문은 '정동영의 인물론'에 맞서 '대연합 구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우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누가 실천력을 가졌는지 봐야 한다"며 "김근태는 대연합을 위해 기득권을 다 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대의원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지방선거 전략과 관련, 김근태 고문은 고건·강금실·박원순·이수호 등 범 양심세력의 연대를 통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의 '판'을 짜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강금실 카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휴일 김근태 고문 쪽 인사와 강금실 전 장관의 비공식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우 대변인은 "강 장관은 자신의 지방선거 역할론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며 "다만 18일(전당대회) 전에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는 것 같다"고 회동 분위기를 전달했다.

하지만 내심 '김근태·고건 회동' 효과가 별다른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적잖이 당혹스런 눈치다.

실제 정동영 캠프에선 지난 8일 김근태·고건 회동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정동영 고문은 즉각 "후보자들을 대신해 김근태 고문이 고생하셨다"며 "우리당의 큰 힘이 될 것이고 고건 전 총리에게도 영광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환영' 입장을 냈다.

정 고문 측근들 역시 "고건을 포함한 대연합론에 있어 김근태 장관과 다를 게 없다"며 "당이 살아야 개인도 산다, 모든 걸 버릴 각오하고 있다"고 입장차를 최소화했다.

이에 대해 김근태 캠프 쪽에선 "고건을 포함한 대연합의 추진은 김근태만이 할 수 있다"고 자임하고 있다. 이른바 '보완재냐, 대체제냐'의 논리다. "고건 지지세력과 지역적(호남)·이념적 노선(실용·중도)이 상당 부분 겹치는 정동영에 반해, 수도권 출신이고 개혁 노선인 김근태는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보완관계라는 점"에서라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실제로 호남에서 정동영 고문의 지지율이 고건 전 총리 쪽으로 빠지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동영·김근태 '배제투표', 최대 수혜자는?

▲ 정동영 열린우리당 고문.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동영 장관은 선(先)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심론이다. 최규식 대변인은 "힘있는 지도부를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영입이든, 연대든 지금 해봤자 실효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의원들을 향해 '지방선거에서 당신의 러닝메이트를 누구로 하시겠냐'고 묻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원연설 등에 있어 "옆에 세울 인물로 정동영만한 간판이 없지 않냐"는 자신감의 발로다.

동시에 전략지역에 대한 '영입' 의사도 밝혔다. 정 장관은 "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절반"이라며 "서울시장의 필승카드가 될 분을 전당대회 이후 깃발로 세울 것을 약속한다"고 '강금실 영입'을 우회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2위와의 표차가 커지고 있지만 정동영 캠프에선 섣불리 '대세론'으로 예단하고 있지 않다. 반(反) 정동영 구도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규식 대변인은 "지역 합동연설회나 방송 토론회를 거치면서 '누가 당의 얼굴이 되어야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냐'는 점에서 정동영 후보가 어필하고 있다"고 승인을 꼽았다.

김근태 고문 쪽에서 주장하고 있는 '배제투표' 결과라는 주장에 대해선 "1인 2표제의 허점을 정동영 지지자들이 알았고, 그에 따라 스스로 전략적 판단을 하는 것"이라고 선거전략과 무관함을 강조했다.

지난 1월말 김근태 고문이 3% 앞선다는 결과가 나온 이후 정동영 고문 쪽은 바짝 긴장했었다. 최 대변인은 "당시 조사에서 정동영의 2순위 표가 김근태에게 46%나 갔지만 김근태의 2순위 표는 정동영에게 14% 밖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정동영 지지자들 사이에선 '두근두근 하지마'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2표(두) 김근태(근) 찍지마'라는 함의가 담긴 것이었다.

김근태 캠프에선 "조직표가 움직인 결과"라며 "정동영의 2표 중 수도권·호남표는 임종석에게, 충청·강원·영남은 김혁규에서 가면서 김근태 배제투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캠프는 "연대라는 미명하게 배제투표는 김근태쪽에서 시작했다"며 김근태·김두관 짝짓기를 겨냥했다.

김근태 캠프는 전당대회 직전 '반전 카드'를 고심하고 있으며, 정동영 캠프에선 방심은 금물이라며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두 후보의 '배제투표'의 수혜를 누가 입을 것이냐는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선 친 정동영으로 분류되는 염동연 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임종석 의원이 유력하다. 또한 중도개혁세력 통합론을 내세우고 있는 임 의원은 김근태 고문 쪽과 메시지가 겹치고, 친 김근태 이미지도 남아 있어 양쪽의 2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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