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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책 표지 ⓒ 푸른역사
"조선 역사상 최고의 인문지리서로 평가받는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인재의 절반은 영남에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본문 16쪽)

<영남을 알면 한국사가 보인다>라는 제목에서나, 이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한국 역사에서 영남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와 같기 때문에, 영남은 싫든 좋든 한국 역사 전체의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영남의 역사는 곧 한국 전체의 역사이기도 했다"라는 과감한(?) 발언은 괜히 다른 지역 출신 독자들에게 반감을 줄 수도 있다. 때문에, 자칫 민감한 사안인 지역주의를 건드려 책의 가치를 굴절시키는 효과를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하지만 이 책은 본래 '대구사학회'가 그동안 역사 분야에서 이루어진 소중한 성과를 일반 독자들에게 쉽게 전달하려는 의도에서 구성된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한국의 인물 : 영남편> 정도로 받아들인다면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실상 본문에서는 지방색에 치우친 내용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책 내용은 고대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50여명의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48인의 역사학자가 꾸민 것이다.

책으로 나오기 전에 <영남일보>라는 신문에 기사로 게재되었고, 그 내용도 한 인물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보다는, 특정 사건이나 특정 주제와 관련하여 얘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이다. 따라서 한 인물에 대한 분량이 대부분 다섯 페이지를 넘지 않는다. 그래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또한 인물에 대한 글 사이사이에는 관계된 사진 자료가 첨부되어 있거나 인물과 관계된 주 주제에 대한 얘기가 곁들여져 있어 또 다른 볼거리와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다양하다. 김유신, 신돈, 정도전, 이황, 김성일, 류성룡, 곽재우, 안용복, 이육사, 그리고 현대의 박정희, 이병철, 전태일 등은 비교적 익숙한 인물들이다.

그 외에 신라 장군 석우로나, 270년만에 등장한 영남출신 재상 류후조, 열녀문보다 사랑을 택하리라 얘기했다는 화가 배전, 지방관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몰락해버린 가문의 원한을 씻으려 했던 장석규, 독립운동의 일선에 섰던 여장부들인 김락·남자현·정칠성, 그리고 친일파 군수 박중양이나, 친일 경찰의 대부 최석현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살다간 수많은 영남 출신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익히 알던 인물들에 대해서는 새로이 그 출신지에 대해 생각하고 기억을 보강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익숙하지 않았던 인물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지식의 장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48인이나 되는 다양한 역사학자들의 서술이니만큼 각 역사학자의 역사를 보는 시각 또한 다양하다는 점이 이 책을 읽을 때의 또 다른 묘미다.

한민족의 역사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특히 영남 출신의 인물들이 이루어낸 작은 물줄기들을 섬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책을 대할 때는 보통 산만해져서 짜깁기 수준을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의 경우에는 이러한 의구심이 기우였음을 확인하게 되어 다행이다. 역사에 대해 관심은 크지만, 정작 어려운 내용이나 많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역사 관련 서적이 부담스러웠던 독자에게 적합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덧붙이는 글 | 영남을 알면 한국사가 보인다 | 대구사학회 | 푸른역사 | 2005


영남을 알면 한국사가 보인다

대구사학회 엮음, 푸른역사(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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