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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여 고마워요>
<인생이여 고마워요> ⓒ KBS
지난 몇 년간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통틀어 눈에 띄는 추세 가운데 하나가 성숙함과 미모를 두루 갖춘 30대 이상 여배우들의 약진이다. <우리들의 천국> <질투> <별은 내가슴에> <결혼이야기> <사랑을 그대 품안에>같은 작품들은 90년대를 풍미했던 대표적인 트렌디 드라마와 영화의 목록.

과거 이런 청춘물에서 주연을 독차지하던 최진실, 채시라, 심혜진, 김희애, 유호정 같은 배우들은 30대 초중반을 훌쩍 넘겨 어느덧 4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여배우계의 '386세대'라 할만한 이 스타들은 강산이 변한다는 10여년의 세월동안 여전히 식지 않는 미모에, 이제는 세월의 연륜을 두루 갖춘 성숙한 중견 연기자로 거듭나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이제 더 이상 가벼운 청춘물이나 CF에서 발랄한 매력을 선보이는 시절은 지났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사회변화와 맞물려 대중문화에서도 자의식 강하고 자기표현이 분명한 성인여성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내세운 작품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다. 특히 '솔직당당한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장밋빛 인생>
<장밋빛 인생> ⓒ KBS
오연수의 <두 번째 프로포즈>(2004)와 <슬픔이여 안녕>(2005) 채시라의 <애정의 조건>(2004), 신애라의 <불량주부>(2005), 최진실의 <장밋빛 인생>(2005), 김희애의 <부모님 전상서>(2005), 윤해영의 <다이아몬드의 눈물>(2005), 심혜진의 <그 여자>(2006), 유호정의 <인생이여 고마워요>(2006) 등이 대표적인 작품들.

이 작품들은 대개 모두 시청률 면에서도 크게 흥행에 성공했으며. 왕년의 청춘스타들로 하여금 새로운 이미지 변신으로 재기에 성공하는 발판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대개 무능하고 이기적인 남편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아찾기를 이루거나, 뒤늦게나마 가족의 의미를 회복하고 화합한다는 식의 줄거리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여기서 구현되는 아줌마의 모습은 남성에게 의존하는 종래의 고전적이고 수동적인 이미지를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현대의 여성상을 반영한다. 현대의 아줌마는 대체로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쉽게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바탕으로 한다. 무능하거나 이기적인 남편의 그늘에서 벗어나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커리어우먼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기도 하고, 새로운 사랑에 빠져들기도 하며, 자신을 버린 남자에게 복수를 꿈꾸기도 한다.

이런 당당한 여성의 매력을 구현하는 것이 바로 30대 여배우들의 힘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춘스타출신 여배우들이 어느덧 세월의 무게를 드러내는 아줌마 캐릭터로 변신했다는 사실은 시청자에게 묘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러나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순발력과 연기력을 두루 갖춘 30대 여배우들은, 아줌마이기 이전에 아직 '여성으로서의 고혹적인 매력'도 잃지 않았기에 그녀들의 당당한 모습은 주부 시청자들에게 묘한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한다.

<그 여자>
<그 여자> ⓒ SBS
또한 이런 작품들은 대개 젊고 발랄한 청춘스타들을 앞세운 트렌디 드라마와 정면 승부에서 대부분 승리하며 시청률에서 막강한 아줌마 파워를 다시 한번 입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30대 미시 배우'들이 오랜 세월동안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연기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혼신의 노력과 꾸준한 자기관리가 선행되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20대 시절 연기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한편으로는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 범위가 확대되면서 종래 젊은 배우들 중심으로 돌아가던 이야기 구조에서 좀더 다양하고 다층적인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젊음과 경륜을 두루 갖춘 30대 연기자들의 입지가 좀더 넓어진 것도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것은 곧 '아줌마' 캐릭터 만이 아니라더도 30대 여배우들이 자신의 재능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넓어진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90년대 도시적인 세련미의 상징이었던 심혜진을 부활시킨 것은, <안녕 프란체스카>의 엉뚱하고 엽기적인 흡혈귀 캐릭터였고, 염정아는 영화 <장화 홍련>과 <범죄의 재구성>으로 한국형 팜므 파탈의 전형을 보여주기도 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많은 배우들이 연기의 원숙함에서 전성기를 맞이하는 것은 30대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한국도 젊은 여배우들의 미모와 이미지로만 짧게 소비되고 사장되는 것에서 벗어나 장수할 수 있는 배우들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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