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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들.
돌을 실어 나르는 대형트럭들. ⓒ 김준
야미도와 신시도 사이에 쌓아진 돌망태들
야미도와 신시도 사이에 쌓아진 돌망태들 ⓒ 김준
신시도 배수갑문으로 가는 방조제 위에 쌓여진 돌망태들
신시도 배수갑문으로 가는 방조제 위에 쌓여진 돌망태들 ⓒ 김준
모래와 흙바람을 일으키며 대형트럭이 질주해 갑니다. 방조제 안쪽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합니다. 갯벌의 생명줄인 바닷물이 막히고 나면 정말 그곳은 호수로 변할 것입니다. 뺨을 얼릴 듯 매섭고 찬 바람이 고군산군도에서 불어옵니다. 입춘을 시샘하는 칼바람인 모양입니다. 찬바람의 너머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바람이 이곳에 불어올 무렵이면 새만금 바다는 호수로 변할지 모릅니다. 더욱 매섭게 부는 바람은 아마도 봄바람이 쉬 오지 못하게 하려는 모양입니다.

바다를 가로지른 30여km의 방조제 사이에 2.7km의 작은 물길이 남아 있습니다. 그 사이로 거칠게 물이 빠져나갑니다. 이 작은 바닷길로 하루에 소양댐 저수량의 2.7배인 72억 톤이 바닷물이 드나들며, 그 속도는 초당 5m라고 합니다. 일 년 중 바닷물의 들고 남이 가장 적은 시기를 택해 공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합니다. 물막이 공사를 위해 준비된 토석은 3톤 규모의 돌망태 27만개, 3~6톤 규모의 암석 90만㎥ 등 15톤 덤프트럭 21만대 분에 달한다고 합니다.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에 이르는 방조제 4공구 공사구간,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갯벌이 최소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구간으로 바닷물이 소통되어야 한다고 한다.
군산 비응도에서 신시도에 이르는 방조제 4공구 공사구간, 어민들과 환경단체들은 갯벌이 최소한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이 구간으로 바닷물이 소통되어야 한다고 한다. ⓒ 김준
야미도와 신시도를 잇는 방조제 3공구 공사구간
야미도와 신시도를 잇는 방조제 3공구 공사구간 ⓒ 김준
신시도에 가력도까지 이어지는 방조제 2공구 공사구간, 이곳 신시도 구간이 사진 오른쪽 상단부분 희미하게 방조제가 터진 구간(가력도 구간)과 함께 새만금 갯벌과 황해의 바다가 소통하는 곳이다.
신시도에 가력도까지 이어지는 방조제 2공구 공사구간, 이곳 신시도 구간이 사진 오른쪽 상단부분 희미하게 방조제가 터진 구간(가력도 구간)과 함께 새만금 갯벌과 황해의 바다가 소통하는 곳이다. ⓒ 김준
가력도에서 부안 새만금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방조제 1공구 공사구간
가력도에서 부안 새만금 전시관으로 이어지는 방조제 1공구 공사구간 ⓒ 김준
이들 망태들을 너댓 개씩 묶어서 열리진 바닷길에 던져져 물길을 막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고 견딘다고 합니다. 작은 물길 사이로 새만금 갯벌에서 빠져나오는 바닷물이 바람소리와 함께 윙윙거리며 황해로 달려갑니다.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처럼 긴 숨을 몰아쉬며 달려 나갑니다.

야미도와 신지도 사이의 방조제 위로 돌망태들이 성처럼 쌓여 있습니다.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이 지휘관의 돌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간혹 탱크처럼 큰 돌들이 줄을 지어 있기도 합니다. 방조제 바깥 바다는 고군산군도를 지나며 방조제를 삼킬 듯 날을 세운 파도가 몰려오지만 거대한 돌들에 부딪히면 부서집니다. 다시 파도가 뒤따라오지만 같은 운명이 되고 맙니다.

신시도 배수갑문, 이곳 외에 가력도에 또 하나의 배수갑문이 설치된다.
신시도 배수갑문, 이곳 외에 가력도에 또 하나의 배수갑문이 설치된다. ⓒ 김준
신시도 배수갑문 옆 마지막 물막이공사를 남겨두고 있는 곳, 농촌공사는 3월말에서 4월까지 가력도 터진 구간까지 2.7km의 최종 물막이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신시도 배수갑문 옆 마지막 물막이공사를 남겨두고 있는 곳, 농촌공사는 3월말에서 4월까지 가력도 터진 구간까지 2.7km의 최종 물막이 공사를 계획하고 있다. ⓒ 김준
물길을 따라 바다고기들도 빠져나오는 모양입니다. 비안도와 두리도를 선회하던 갈매기들이 저공비행을 하며 물길을 따라 가다 잽싸게 고기를 낚아채 비상합니다. 겨우 방조제에 갇혀 있다 탈출하는가 싶었는데 갈매기 먹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입춘 추위로 모두들 어깨를 움츠리며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지만 새만금 갯벌은 맨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봄이 올 것이라는 것을 새만금 갯벌과 바다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바람이 그 소식을 전해줄 것입니다. 벌써 남녘의 섬에는 봄바람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새만금 갯벌은 그 봄바람이 두렵습니다. 매섭고 사나운 바람이 싫지 않은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 불 때면 자신들의 운명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새만금 갯벌이 기다리는 '봄바람'은 언제나 불어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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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동안 섬과 갯벌을 기웃거리다 바다의 시간에 빠졌다. 그는 매일 바다로 가는 꿈을 꾼다. 해양문화 전문가이자 그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갯사람들의 삶을 통해 ‘오래된 미래’와 대안을 찾고 있다. 현재 전남발전연구원 해양관광팀 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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