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도석성 입구인 동문으로 여행작가들이 걸어들어가고 있다.
남도석성 입구인 동문으로 여행작가들이 걸어들어가고 있다. ⓒ 김정수
필자를 비롯해 이곳이 처음인 여행작가 3명은 죽림굴구이촌 앞의 바닷가에 자리한 강계 갯샘으로 향했다. 바다에서 솟아나는 신비한 샘물이다. 구전에 의하면 주비장이 1799년에 식수를 구하던 중 우연히 집 앞 100m 지점의 모래밭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보고는 물맛이 좋아 웅기둥이 밑에 구멍을 내고 묻어 샘을 만들어서 오늘까지 전하고 있다 한다.

바닷물이 들어오면 잠겨서 먹을 수 없지만, 썰물 때는 위에 고인 바닷물을 퍼내고 조금만 기다리면 신선한 약수를 마실 수가 있다. 사진촬영을 한 후 바닷물을 퍼내고 물을 한 모금 들이켰다. 바다냄새가 약간 묻어나는 상큼한 물맛이다. 100% 지하수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흙속에 남아있는 소금기가 물이 솟아나오면서 약간 배어든 듯 하다.

강계 갯샘에서는 썰물시 바닷물을 퍼올려야 샘물을 맛볼 수 있다
강계 갯샘에서는 썰물시 바닷물을 퍼올려야 샘물을 맛볼 수 있다 ⓒ 김정수
하지만 해수욕장에서 수영장하다 먹게 되는 바닷물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99%의 생수에 1%의 바다맛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뭐라 표현하기 힘든 오묘한 맛이 숨어 있다. 이곳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남도석성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또다시 폭설이 내리기 시작한다. 남도석성은 1999년 21일간의 전국일주 때 첫발은 내디딘 후 6년 만에 다시 찾게 된 곳이다. 하얀 눈이 뒤덮인 성은 남도의 겨울정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다.

남도석성 민가의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
남도석성 민가의 지붕에 매달린 고드름 ⓒ 김정수
이곳은 고려 중종 때 배종순 장군이 삼별초군을 이끌고 진도로 남하하여 몽고군과 최후까지 싸운 격전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규모는 약 6100여 평에 이르며, 현재 남아있는 성곽의 길이는 610m, 높이는 4~6m 내외의 석성이다. 이곳 역시 낙안읍성처럼 마을 주민들이 성안에 그대로 살고 있는 곳이다.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생활터전을 이루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성의 입구는 ㄱ(기역자) 형태로 꺾여져 있어서 성 내부를 볼 수 없게 되어 있으며, 성문은 남아 있지 않다.

눈 덮인 마을의 돌담길이 정겹게 와닿는다. 마을 내부에 전봇대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약간 눈에 거슬렸다. 백설로 뒤덮인 슬레이트 지붕 아래로 고드름이 매달린 풍경이 정겹다. 지붕과 담벼락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남도석성 내부의 작은 성과 돌담길
남도석성 내부의 작은 성과 돌담길 ⓒ 김정수
마을 안쪽에도 성벽이 군데군데 이어져 있으며, 그 옆으로 마을을 이루고 있다. 성 안에 또 하나의 작은 성을 곳곳에 쌓고 있는 것이 남도석성의 특징이다. 안으로 조금 들어서자 최근에 복원된 것으로 보이는 와가가 보인다. 관아와 내아 등이 복원되었다고 한다. 내아는 어제 다녀온 나주목사 내아와 비슷한데 규모는 조금 작다. ‘여봐라’ 하고 고함치면 금방이라도 마당쇠가 뛰어나와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러 나올 것만 같다.

눈을 덮어쓴 지붕으로 인해 남도인의 기품이 한결 강하게 느껴진다.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가자 이내 반대편 문(서문)으로 나오게 된다. 그 끝에서 성벽과 연결된 돌계단을 오르자 석성이 한눈에 들어선다. 남도의 겨울 풍취에 빠져 한동안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눈이 많이 와서 팸투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었는데, 눈으로 인해 멋진 겨울 풍경을 많이 담아낼 수 있어서 오히려 행운이었다.

남도석성 서문쪽 성벽 위에서 바라본 설경
남도석성 서문쪽 성벽 위에서 바라본 설경 ⓒ 김정수
굽이도는 성벽 위에도 소금을 뿌려놓을 듯 온통 흰 세상이다. 그곳에서 주변 풍광을 담은 후 내려오자 비석이 보인다. 서문 앞에는 그동안 이곳을 거쳐간 만호들을 기리기 위해 선정비, 불망비가 세워져 있다.

비석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자 복원된 성문이 보인다. 서문, 동문, 남문 중 유일하게 남문만 성문을 갖춘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남문으로 향하다보니 눈길을 끄는 멋진 돌다리가 보인다. 아치형의 돌다리인 홍교(단운교)가 멋진 자태를 뽐내며 눈 속에 뒤덮여 있다. 바로 뒤에 보이는 원형의 남문 성벽과 조화를 이루며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한다.

남도석성 남문과 홍교
남도석성 남문과 홍교 ⓒ 김정수
버스 쪽으로 향하는데, 여행작가들이 사진을 찍느라 부산하다. 두 개의 아치가 돋보이는 쌍교(쌍운교) 주변에 여행작가들이 몰려있다. 물속에 비친 그림자로 인해 2개의 원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듯한 형상이다. 쌍교 너머로 보이는 남문과 어우러진 설경이 돋보이는 곳으로 남도의 멋이 담겨져 있다. 홍교와 쌍교는 편마암의 자연석재를 이용한 다리로 석성을 외곽을 건너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다시 서둘러 다음 장소인 동석산으로 향했다. 원래 일정은 세방낙조를 보는 것이었지만 눈이 내리는 관계로 일정이 변경되었다. 아직 여행지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보니 10여 차례 진도에 다녀온 필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여행작가들이 처음 들어보는 산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5만분의 1지형도에는 석적막산이라 표기되어 있는 해발 240m의 야트막한 산이다.

남도석성 남문과 쌍교
남도석성 남문과 쌍교 ⓒ 김정수
버스에서 내리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다. 진안 마이산을 옮겨 놓은 듯 말의 귀처럼 쫑긋 서 있다. 여행작가들이 찍어대는 셔터소리에 귀를 곧추세우고 경계하는 듯하다. 그 사이 눈발이 더 굵어져서 동석산 주변은 완전한 설국이 되었다. 오후 5시40분이 넘어서 이미 어두워진 상태였다.

눈에 뒤덮여 산에 자태를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는데, 암릉에 뒤덮인 산으로 암벽등반을 즐기기에 좋은 산이라고 한다. 세방낙조전망대 바로 뒤쪽에 자리한 산이라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조망 역시 빼어난 곳이다. 서해와 남해의 섬들이 한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심동저수지, 봉암저수지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동석산과 천종사 대웅전의 설경
동석산과 천종사 대웅전의 설경 ⓒ 김정수
암릉과 호수, 다도해가 어우러지는 경관과 마주하게 되면 또다시 이곳을 찾고 싶게 만드는 진도의 보물같이 산이지만 아직은 찾는 이가 드물다고 한다. 산 입구의 나무에는 눈꽃이 생겨서 최고의 겨울정취를 뽐낸다. 주차장 바로 안쪽에 천종사라는 사찰이 자리하고 있는데, 시간이 없다보니 사찰을 돌아볼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멀리 보이는 대웅전을 망원렌즈로 당겨서 아쉬움을 달랜다. 사찰 입구의 배부른 동자상에 눈덮인 모습이 독특하다.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 추위를 참으며, 수행에 임하고 있는 듯하다.

"빨리 차에 타세요."

좀 더 많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다. 동석산과 천종사는 다음에 다시 찾기로 하고, 차에 올라 저녁식사를 위해 이동했다.

천종사 대웅전과 입구의 동자상이 눈에 덮혀 있다
천종사 대웅전과 입구의 동자상이 눈에 덮혀 있다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집니다.
이 여행기는 2005년 12월에 진행된 전남도청 팸투어에 참가해서 작성한 것입니다.
이 기사는 와 <데일리안>, 에도 송고합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