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한국의 국립묘지 참배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일부 지식인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언뜻 듣기에는 일리 있는 주장처럼 인식될 수 있지만, 그러한 견해에 동조하기에 앞서 그 주장의 내용을 먼저 살펴보고 합리적 검토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럼, '야스쿠니 참배=국립묘지 참배론'의 내용을 한 번 들어 보기로 한다.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추모하는 형식이다. 이것은 한국인들이 국립묘지에 가서 참배하는 것과 기본적으로 같은 것이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야스쿠니신사를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국립묘지 참배를 비판하는 것도 정당한 것이다. 왜냐하면, 국립묘지에는 베트남 참전용사들도 묻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첫째, 야스쿠니신사와 국립묘지의 성격은 엄연히 다르다. 두 시설 모두 전사자들을 위한 추모 시설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어떤 전사자들을 안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에서는 명백한 차별성을 띠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의 군국주의 전쟁에서 전사한 영령들만 안치해 놓은 곳이다. 그리고 그 전쟁의 대부분은 대외 침략전쟁이었다. 야스쿠니신사가 단순히 일본의 '애국자'들을 안치해 놓은 곳이라면, 일본 총리나 국왕(소위 '천황')이 그곳에서 참배하는 것을 주변국들이 문제 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와 달리, 한국의 국립묘지는 침략전쟁 전사자들을 모셔 놓은 곳이 아니다. 그곳에는 전쟁과 무관하게 사망한 군인들도 있다. 야스쿠니신사가 특수한 전사자들(주로 침략전쟁 전사자들)만 안치해 놓은 곳이라면, 국립묘지는 일반적인 전사자들을 모셔 놓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성격 자체가 전혀 다른 두 시설을 병렬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분명 무리다.
둘째, 야스쿠니신사는 침략전쟁에 동원된 과거를 갖고 있지만, 국립묘지는 그런 역사를 갖고 있지 않다. 과거 일본정부는 "네가 죽으면, 죽어서 야스쿠니신사에 묻힐 것"이라면서 청년들을 선동했지만, 한국정부가 그러한 논리로 젊은이들을 모집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셋째,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국왕을 중심으로 한 군국주의적 사회통합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지만, 국립묘지가 한국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사회통합을 추구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넷째, 과거 일본이 감행한 전쟁들은 분명한 침략전쟁이지만, 한국의 베트남전 참전은 비록 그것이 부당한 것이었다고 해도 그것을 일제의 대외침략과 나란히 비교하는 것은 비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야스쿠니신사에 묻힌 전사자들은 한결같이 군국주의 전쟁에 동원된 사람들이며, 일본의 군국주의는 한국·중국 등 주변국에 엄청난 해악을 끼쳤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일본의 야스쿠니신사를 비판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인들의 국립묘지 참배를 비판하는 것도 정당한 것"이라는 논리는 '어딘가 미흡한 느낌을 주는 주장'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야스쿠니신사에서 일본인들이 느끼는 감정과 국립묘지에서 한국인들이 느끼는 감정이 동일하다고 할 수 없다. 야스쿠니신사에 간 일본인들은 비록 자신의 조상을 참배하러 가는 것이라고 해도, 그곳에서 벌어지는 참배 의식을 통해 자국의 '화려했던 과거'에 대해 자긍심과 영광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국립묘지에 간 한국인들은 거기서 어떤 숙연함과 애국심 같은 것을 느낄지언정, 그렇다고 대외침략을 위한 팽창주의적 욕구를 느끼지는 않는다.
위와 같은 몇 가지 점들을 놓고 볼 때에, 야스쿠니신사 참배와 국립묘지 참배를 본질상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논리는 타당성을 결여한 것이다. 양자(兩者)는 애당초 본질적으로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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