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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상> 겉그림
<재상> 겉그림 ⓒ 이가서
'임금이 불초(不肖)하면 나라가 위태하고 백성이 어지러우며, 임금이 어질면 나라가 편안하고 백성이 잘 다스려지나니, 화복(禍福)은 천시(天時)가 아니라 군주에게 있음이라.' - 강태공의 <육도삼략> 중

요즘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신돈>은 고려말 무렵, 공민왕이 무너진 고려왕실의 왕권을 강화하고 백성을 위한 개혁정치를 단행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신돈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역사적으론 민심을 등에 지고 왕을 현혹해 국정을 혼란케 한 '요승' 혹은, 백성을 위해 개혁을 단행한 '진정한 개혁가' 등으로 다소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상에선 신돈이 공민왕과 독대하는 장면이 간혹 등장하는데 신돈은 왕에게 항상 '먼저 백성들을 배불리 먹이는' 백성들을 위한 어진 정책을 펼칠 것을 설파하고, 때론 '공명의 도'를 펼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역사적인 사실여부를 떠나 드라마상에서 보여주는 이 같은 신돈의 모습은 마치 '도(道)를 논하며 천하를 경영하는' 재상(宰相)의 역할과 같다고 볼 수 있다.

고대중국으로부터 중국의 정치와 문화적인 토대가 굳어졌다는 한(漢)나라시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발자취를 남긴 중국의 재상들 가운데 15명의 인물들을 소개한 <재상(중국편)>은 왕을 보좌했던 재상들의 활약상은 물론 고대중국의 역사까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어떤 인재를 재상으로 등용하느냐에 따라 왕의 권한은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던 시기의 이야기들은 마치 소설 삼국지를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이 책은 중화(中華)를 자칭하는 중국의 근간을 이루었다는 주(周)나라 때 재상으로서 흔히 '강태공'으로 잘 알려져 있는 태공망 여상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태공망 여상은 기원전 1122년경 태어나 100여년을 살면서 주나라의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천자의 나라로 만들고 자신은 제(濟)나라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이밖에 관중(BC 720 ~ 645), 공자(BC 551 ~ 479), 오자서(BC ? ~ 484), 범려(? ~ ?), 공손앙(BC 390 ~ 338), 소진(BC ? ~ 317), 맹상군(BC ? ~ 279), 범휴(BC ? ~ 255), 인상여(BC ? ~ ? ), 여불위(BC ? ~ 235), 이사(BC ? ~ 208), 장량(BC ? ~ 168), 동중서(BC 179 ~ 104), 왕망(BC 45 ~ AD 23), 제갈량 (AD 181 ~ 234) 등이 소개되고 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라는 재상(宰相)은 중국 춘추전국시대까지 왕들이 선생(師)으로 부르며 섬겼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 이후 제왕들은 자신을 유일한 권력으로서 권위를 내세우기 시작했고, 왕들은 더 이상 재상의 통제를 받지 않고자 했으며, 재상의 권력을 약화시켰다. 한(漢)나라 이후 재상은 군왕의 사(師)가 아니라 순수한 보좌관의 위치로 전락했고 후대에 올수록 재상은 더욱 실권이 없는 명예직으로 변해갔다.

이 책이 중국의 역대 재상 가운데 강태공으로 시작해 촉한(蜀漢)의 제갈공명을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은 제갈공명 이후 후대에 그에 비견되는 재상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 이후 재상의 권한과 지위가 약화된 것은 군신관계를 고착시킨 유학의 영향이 컸으며 그 결정적인 계기는 수·당시대에 정착된 과거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재상은 '도를 체득한 자'로서 청렴을 가장 큰 명예로 여기는 자세를 바탕으로 제왕을 가르치고 인재를 추천하며 백관을 통솔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후대에선 그 책무를 다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도를 논하며 천하를 경영하는' 15명의 중국재상들의 이야기에 몰두하다 보면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듣게 되는 한자 고사성어의 기원들을 쉽게 만나기도 한다. 저자는 삼황오제(三皇五帝)로부터 송(宋)말에 이르기까지 약 4천년의 중국역사를 간추려 놓은 책인 <십팔사략(十八史略)> 등의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고대중국의 재상들을 생생하게 분석했다.

유구한 역사의 중국대륙을 경영했던 고대 중국재상들의 발자취를 더듬다 보면 나라를 경영하는 권력자의 자세와 전략, 지혜를 얻게 되고, 수 천 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의 굴레를 뛰어넘는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의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재상 - 중국편, 하늘은 왕을 내리고 땅은 재상을 세운다

박윤규 지음, 이가서(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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