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원도 원주 치악산 국립공원 정상인 비로봉엔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강원도 원주 치악산 국립공원 정상인 비로봉엔 돌탑이 쌓여 있습니다. ⓒ 서종규
치악산 비로봉 정상에 외치는 소리가 있었어요. 보통 산에서 '야호!' 등을 외치면 동물들이 피해를 본다고 큰소리를 치지 못하게 하는데, "아들아! 잘 있었니, 엄마 왔다!" 하고 외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조금 지나자 몇 마리의 새들이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새들은 돌탑 주위에 날아들어 바위에 놓인 모이를 쪼아대기 시작했어요. 날아든 새들은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았어요. 가까이 다가가도 달아날 기색도 없이 모이를 열심히 쪼아 먹고 있었어요.

3일에 한 번씩 치악산 정상에 올라와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산새엄마 너무 예쁘죠?
3일에 한 번씩 치악산 정상에 올라와 산새들에게 모이를 주는 산새엄마 너무 예쁘죠? ⓒ 서종규
모이를 주고 있는 아주머니께 다가가 물어 보았습니다. 손에 들고 오신 것이 무엇인가요? 산새엄마(기자가 붙인 이름임)는 수줍은 듯 보여주었습니다. 봉지에는 하얀 쌀이 소복하게 들어 있었어요. 새들에게 모이를 주려고 여기 치악산 정상까지 가지고 올라온 것입니다.

산새엄마는 이름을 밝히기를 싫어했습니다. 사진도 찍지 말랬는데 겨우 허락을 받아 찍었습니다. 3일에 한 번씩 이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에 올라 새들의 모이를 주고 간다네요. 그러면서도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사양했어요.

먹이로는 쌀을 비롯하여 들깨, 옥수수, 콩 등을 가지고 올라와 돌탑 주변에 놓아준대요. 그리고 "애들아! 이리와 먹으렴!" "아들아, 잘 있었니. 엄마 왔다!" 하고 부르면 새들이 돌탑 주변으로 모여든대요. 새들이 목소리를 알아보는 것이지요.

산새가 날아들어 방금 놓아준 쌀을 쪼아먹고 있어요.
산새가 날아들어 방금 놓아준 쌀을 쪼아먹고 있어요. ⓒ 서종규

"새가 손 위로도 올라오는가요?"
"예, 제 목소리를 알아들어요. 가끔 손에 모이를 올려놓고 있으면 손 위에까지 날아들어요."

"다른 짐승들도 많나요?"
"예, 아까 올라오다가 노루를 보았어요. 그리고 지난 번 여기에 바나나를 놓아주고 갔는데, 모두 없어 졌네요. 저기에서 가끔은 토끼도 올라와 먹고 가지요."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싶어요. 이름이라도 말씀해 주세요."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되는데, 저기 저기 보세요. 조금 큰 새가 왔잖아요. 누룽지를 가지고 와서 놓아주었더니 쪼아먹네요."

치악산엔 유명한 황장목, 즉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치악산엔 유명한 황장목, 즉 금강소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 서종규
산을 좋아하는 사람 여섯 명이 1월 19일 오전 11시에 국립공원 원주 치악산 구룡매표소에 도착했어요. 치악산 구룡매표소를 지나자 울창한 소나무가 반겨 맞습니다. 바로 황장목이란 소나무입니다. 황장목이란 나무의 중심 부분이 누런 색깔을 띠며, 단단하고 나무질이 좋은 소나무로 옛날 궁궐을 짓거나 왕실의 관을 만드는데 사용하였답니다.

황장목을 금강소나무라고 하기도 하는데, 줄기가 곧고, 마디가 길며, 껍질이 얇고, 나무의 질이 좋답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 일반인들이 이 나무의 벌목을 금하는 '황장금표'라는 표시돌을 세워 놓았답니다. 이 표시돌은 전국적으로 이곳에만 있다고 합니다.

치악산 입구 거북 '구'자에 용 '용'자를 쓰는 구룡사입니다.
치악산 입구 거북 '구'자에 용 '용'자를 쓰는 구룡사입니다. ⓒ 서종규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던 연못을 메워 절을 세웠다는 구룡사, 나중에 거북바위의 혈을 잇기 위하여 거북 구(龜)자로 바꾸어 썼다"는 설명을 읽고, 세렴폭포 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계곡엔 물이 얼어 있어서 얼음이 흐르고 있는 계곡으로 착각할 것 같았답니다.

염치를 씻어낸다는 뜻일까요? 세렴폭포는 아직 꽁꽁 얼어 있었어요.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다가가 폭포를 한 번 만져 보았습니다. 여름이면 시원스럽게 떨어질 폭포수를 생각하며 치악산 계곡의 시원함을 그려보았어요.

염치를 씻어내는가요? 세렴폭포인데 모두 얼어 있었어요.
염치를 씻어내는가요? 세렴폭포인데 모두 얼어 있었어요. ⓒ 서종규
세렴폭포에서부터 오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요. 하나는 사다리병창을 지나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과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지요. 우리들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을 택했어요.

세렴폭포에서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모두 얼어 있어서 오르기가 힘들었지요. 길엔 넘쳐 흐른 물이 얼어서 빙판이 되어 있기도 하고, 눈이 다져져 얼음판이 되어 있기도 하였어요. 아직은 한 겨울이어서 봄이 솟아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계곡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길이 이렇게 얼어 있는 곳이 많았어요.
계곡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길이 이렇게 얼어 있는 곳이 많았어요. ⓒ 서종규
구룡매표소에서 약 6km 정도 올라 오후 1시 30분경 비로봉 정상에 오르는 사다리가 나타났어요. 비로봉 정상에서 향로봉-남대봉에 이르는 종주의 코스는 약 25km나 되어 도저히 갈 수가 없었지만 내리 뻗는 능선의 모습이 겨울산 그대로 시원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그 유명한 전설이 있지요. 옛날 경상도 의성의 한 나그네가 이 산을 지나가는데 구렁이가 꿩을 잡아먹으려고 휘감고 있었다지요. 나그네가 뱀을 죽이고 꿩을 구해주었고, 밤에 다른 구렁이가 나그네를 휘감았답니다. 낮에 죽은 구렁이의 원수를 갚는다고. 닭이 울기 전에 상원사의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준다는 뱀, 결국 머리로 종을 울린 꿩이 죽었구요.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 오르는 계단입니다.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 오르는 계단입니다. ⓒ 서종규
그래서 꿩 치(稚)자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하였다네요. 처음에는 단풍이 아름답다고 해서 적악산이라고 그랬는데. 상원사는 남대봉 아래에 위치하여 갈 수가 없었답니다. 치악산 정상인 비로봉(1288m)엔 돌탑이 쌓여 있었어요.

돌탑 주변엔 새들이 날아와 있었어요. 사람을 보고도 별로 무서워하지 않았구요. 아마 산새엄마 때문에 사람들이 친근해 졌나 봐요. 우리들은 새를 손바닥에 불러보려고 자꾸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조금 날아가서 앉았거든요.

꿩 '치'자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하는데, 꿩이 머리로 종을 쳐서 은혜를 갚았다는 상원사가 저기 어디쯤 있답니다.
꿩 '치'자를 써서 치악산이라고 하는데, 꿩이 머리로 종을 쳐서 은혜를 갚았다는 상원사가 저기 어디쯤 있답니다. ⓒ 서종규
점심을 먹고 사다리병창이 있는 능선을 타고 내려갔어요. 약 3km에 해당하는 이 능선은 아주 가팔라서 대부분 계단으로 되어 있었어요. 곳곳에 철사다리가 놓여 있었지만 길이 얼어 있어서 아주 조심스러웠어요.

내려가는 중간에 거대한 암벽군이 나타났는데 이것을 사다리병창이라고 한대요. 이 암벽의 계층이 사다리꼴로 되어 있고, 암벽 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하여 사다리병창이라고 했다네요.

암벽 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하여 사다리병창이라 한대요.
암벽 사이에 자라난 나무들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독특한 풍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하여 사다리병창이라 한대요. ⓒ 서종규
오후 4시 구룡사 앞을 내려가면서 곧게 자란 금강소나무가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답니다. 금강소나무 사이로 산새엄마가 산새 부르는 외침이 울렸습니다. 치악산에서 꿩이 치는 상원사의 종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자꾸 산새엄마의 산새 부르는 소리가 10km 정도를 산행하여 피곤해진 우리들의 발걸음을 가볍게 떠받치고 있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서로 공유하는 것입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