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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공장 가동 준비는 다 되었지만,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장흔성씨는 말한다.
빵 공장 가동 준비는 다 되었지만, 판로가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고 장흔성씨는 말한다. ⓒ 전득렬
'뉴스타임' 제작팀은 경북 구미 상모동의 방과 후 학습시설인 '무지개공부방' 아이들의 슬픈 사연과 그 슬픔을 지워나가며 공부방을 이끌고 있는 장흔성씨,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희망이야기 등을 이틀간 촬영했고 다음주에 방송한다.

새엄마마저 가버리고, 아빠는 정신병원에, 다리가 아파 일어서지 못하는 할머니, 박스 줍는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초등학교 두 남매의 이야기들이 가슴 저미게 녹아있는 '무지개공부방'. 그 공부방에는 가출한 엄마, 하늘나라에 있는 아빠, 탄광에서 얻은 진폐증으로 고생하는 할아버지, 병으로 누워있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또 다른 두 남매의 슬픈 이야기도 공존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로 월 36만원의 지원금만으로 살아가는 이 두 남매와 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은 구미 문성의 구획정리구역. 찬 바람이라도 막아주고, 그나마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사는 장소였는데 이마저 얼마 후면 곧 헐리게 된다. 봄은 아직 멀었는데 말이다.

사랑의 빵 공장 ‘아름다운베이커리’는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사랑의 빵 공장 ‘아름다운베이커리’는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사용한다. ⓒ 전득렬
이제 집마저 헐리면 하늘아래 갈 곳 없는 이 남매와 가족은 그야말로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들을 위해 '무지개공부방'을 이끌며 '아름다운 가정 만들기'에 힘쓰고 있는 장흔성씨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대책을 세우고 있다.

'아름다운가정만들기'는 다음달 22일 오픈을 목표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랑의 빵 공장 '아름다운베이커리'를 통해 지원금을 만들 계획이다. 이곳을 통해 만들어진 수익금 전액은 어려운 가정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판로개척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빵을 만들 준비는 다 되어있지만, 납품계약을 맺은 곳은 아직 한군데도 없다는 게 큰 고민거리.

빵 공장 매입과 기계 구입 등을 위해 운영위원 30여명이 출자해 1억여원을 모았다. 제과제빵학원 선생님들이 빵 만들기에 동참했고, 법률적인 문제 등은 변호사에게 자문 받았고, 빵 공장 설립을 위해 구미상공회의소 조사진흥팀장에게 도움을 받았다. 모든 것이 준비되었고, 빵 공장의 문만 활짝 열면 되는데 판매할 곳이 마땅히 없다. 누구라도 빵을 사줘야 그 수익금으로 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는데 말이다.

한자능력검정시험 원서비가 없어, 증명사진 찍을 비용이 없어 시험응시를 못한다.
한자능력검정시험 원서비가 없어, 증명사진 찍을 비용이 없어 시험응시를 못한다. ⓒ 전득렬
웃음 잃은 한 아이. 긴 손톱아래의 까만 때가 지워지는 날, 이 아이는 웃음을 되찾을까.
웃음 잃은 한 아이. 긴 손톱아래의 까만 때가 지워지는 날, 이 아이는 웃음을 되찾을까. ⓒ 전득렬
설날 하루 전인 오늘도 엄마 아빠 없는 아이들은 '무지개공부방'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방학이라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지개공부방'은 신나는 곳. 집에는 공부를 봐주는 엄마도 없고, 맛있는 것을 사주는 아빠도 없지만 공부방에 오면 공부를 봐주는 아줌마도 있고, 맛있는 것을 사주는 아저씨들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한자 공부를 하는 날. "공부를 많이 해서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칠거예요"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직은 해맑다.

그러나 공부방 지도교사는 "한자시험에 응시할 원서비가 없어서 한번도 시험을 못 봤다"면서 "원서를 쓸려면 '증명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그 비용도 없다"면서 나지막이 전한다.

손톱 아래에 까맣게 낀 검은 손톱때를 씻어주고, 긴 손톱을 깎아줄 이 하늘 아래의 엄마들이 어서 어서 많이 생기고, 집이 헐리지 않게 막아줄 든든한 아빠들이 어서 어서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장흔성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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