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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장 선거에서 초박빙을 보이고 있는 김근태(왼쪽), 정동영 전 장관.
당의장 선거에서 초박빙을 보이고 있는 김근태(왼쪽), 정동영 전 장관. ⓒ 오마이뉴스 이종호·권우성
[기사 수정 : 23일 오후 3시 30분]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나선 정동영·김근태 전 장관이 박빙 승부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김근태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두 후보의 경쟁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캠프는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된 뒤 처음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김 후보가 3%로 앞서는 결과가 나오자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지난 주말 이 같은 결과를 통보 받고 핵심참모들만 돌려본 뒤 수거했다.

1인 2표제인 이번 당의장 경선 선거에서 1표, 2표의 표심은 크게 엇갈렸다. 1표는 정동영 후보가 37%로 김 후보(24%)를 13%로 앞질렀지만, 2표에선 김 후보가 28%를 얻어 정 후보(12%)를 16%로 크게 따돌렸다. 이 결과 52% 대 49%로 3%의 격차가 벌어진 것.

이에 대해 정동영 캠프의 대변인인 정청래 의원은 "당연히 정동영이 당의장이 된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한표를 김근태에게 줘도 된다는 심리가 작용했다"며 "2순위 표가 1순위 표를 집어 삼킨 결과"라고 말했다.

이 조사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정동영 캠프의 의뢰를 받고 지난 20일 대의원 700명(전체대의원 1300여명)을 상대로 전화조사로 실시한 결과다.

반란이냐, 통합이냐... 초박빙

이번 조사결과는 정동영 캠프에서 실시한 조사라는 점과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당초 당권 레이스는 정동영 후보가 10% 이상 앞선다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고 각종 여론조사가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정 후보가 출발 레이스를 미적거리는 동안 김근태 후보는 '당권파 책임론'을 내세워 "노선·인물·간판 다 바꾸자"고 공세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무섭게 따라 붙었다.

이후 판세가 '접전' '박빙'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김근태 캠프의 자체 조사에서도 정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각종 조사를 종합하면, 적게는 2%에서 크게는 8%로 뒤진다는 결과가 많았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양 후보측의 반응은 상반된다. 정 후보측은 "어느 정도 박빙은 예상했지만…"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김 후보측은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당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결과"라며 고무된 표정이다.

정동영 캠프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 전 장관은 당을 살리기 위해 겸손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저쪽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우리보다 두 배로 현장을 돌았다"며 '늦은 출발'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당원들은 전당대회가 두 후보의 접전으로 재밌게 돌아가길 바라는 것 같다"며 '흥행' 심리를 꼽기도 했다.

김근태 전 장관의 한 수행 측근은 "이변을 바라는 것 아니냐"며 "열린우리당의 분명한 노선,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인제 대세론'을 뒤집은 '노무현 효과'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반(反)정동영 '2표 연대'의 효과

하지만 양측의 공통된 분석은 "이번 전당대회가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는 싸움이 아닌 정동영·김근태가 동시에 살아 남는 '윈윈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안정심리'의 발로라는 데 있다.

이러한 심리는 결과적으로 김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1인 2표제 효과를 김근태 후보가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정동영 후보 지지자들의 경우 "한 표는 정동영에게, 다른 한 표는 김근태에게 던지고 있어 표 합산 결과 김근태 후보에게 유리하게 나왔다"는 게 정 후보측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에서 '1표'만 따졌을 때 여전히 정동영 후보가 10% 이상의 표차로 김 후보를 따돌린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김 후보의 경우 1인 2표가 확실한 '동맹 구조'를 맺고 있다. 친노·영남표인 김두관 후보와 김근태 후보와의 이른바 '김·김 연대'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김근태 후보 지지자들의 2표는 "김두관 혹은 정동영 외의 인물에게로 간다"는 얘기다. 이른바 반(反)정동영 전략이다.

정동영 전 장관측이 작년 연말 당헌당규 개정 과정에서 1인 1표제를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이 같은 표 분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당시 김근태 전 장관측은 참정연(참여정치실천연대)과 연대해 개정을 막아냈다.

따라서 정 후보측은 영남·친노에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김혁규 후보와 민주당 통합론을 내세워 호남표를 공략하고 있는 임종석 후보 등과의 합종연횡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정동영 전 장관은 염동연 의원이 주도하는 통일산악회 주최 남한산성 등반대회에 전격 합류했다. 이 자리에는 임종석 의원과 김혁규 의원도 참석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의 핵심측근은 "예비선거(2월 2일) 이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며 "지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의장으로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통합 리더십의 적임자가 누구냐라는 점을 호소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측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며 '정동영 위기론' 확산이 표 결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다. '김근태 배제 투표'가 가시화될 것에 대한 우려다. 정동영 전 장관이 22일 기자회견 과정에서 지금의 판세를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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