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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 조합원 10여명은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병원1층 복도를 점거하여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세종병원지부 조합원 10여명은 노조탄압 중단 등을 요구하며 지난 18일부터 병원1층 복도를 점거하여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 석희열
심장병 전문병원으로 유명한 경기도 부천 세종병원 노사가 단체협약 갱신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위원장이 쇠사슬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 이 병원 노조가 ▲ 노조탄압 중단 ▲ 일방적 단협 해지 철회 ▲ 부당해고자 원직 복직 등을 요구하며 병원 1층 복도를 점거하여 농성에 들어가면서 김상현 위원장이 쇠사슬을 몸에 감고 단식농성하고 있는 것. 다른 조합원 10여 명도 위원장이 농성장에서 끌려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벽에 설치된 보일러 난방관에 몸을 밧줄로 묶은 채 사측과 대치하고 있다.

노조는 사용자 쪽의 태도 변화 없이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이같은 대치국면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쪽의 입장도 강경하다. 병원 관계자는 21일 노조의 농성에 대해 불법 점거농성으로 규정하고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업무방해와 퇴거불응 이유로 노조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

조만간 농성장 강제철거... 대규모 충돌 예고

이런 가운데 농성장 강제철거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병원 쪽은 21일 오전 농성장 출입구를 완전히 막기도 했다.

노사는 지난해 6월부터 15차례 만나 단체교섭을 벌였으나 주5일제와 노조활동 보장 문제를 둘러싸고 서로의 입장 차가 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성사되지 않았다.

노조는 경기지노위가 지난 16일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자 다음 날 쟁의발생 신고를 낸 뒤 1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사용자 쪽은 파업농성 참가자 10명에 대해 20일 부분직장폐쇄로 맞불을 놓았다.

김상현 노조위원장은 "이 싸움에서 노조가 지면 다른 직원들의 생존권도 간당간당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를 돈이 나오는 통장쯤으로 여기는 병원 자본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쟁의행위는 쟁의행위대로 하고 교섭은 교섭대로 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농성을 핑계로 교섭을 못하겠다고 하는 것은 불법적인 교섭거부행위"라고 사용자 쪽을 공격했다.

전임자 등 노조 활동 보장이 쟁점

21일 오후 노동자와 시민 대학생 100여명이 세종병원 1층 복도에 모여 병원 사용자에게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1일 오후 노동자와 시민 대학생 100여명이 세종병원 1층 복도에 모여 병원 사용자에게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 석희열
노조는 또 사용자 쪽이 조합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노조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봉윤숙 부위원장은 "부서장들이 개인적으로 친한 조합원을 일대일로 만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노조탄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집회신고를 마친 합법집회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조합원을 협박하기도 하고 감시카메라를 설치하여 정당한 노조 활동까지 방해하고 있다"고 사용자 쪽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병원 김동기 경영지원실장은 "노조가 소사역 집회에서 매번 병원을 헐뜯는 것을 본 부서장들이 근거없는 비난은 자제해 달라고 노조에 요청한 것"이라며 "노조 활동을 방해하거나 노조 탈퇴를 종용한 일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실장은 또 쟁점이 되고 있는 노조 전임자 문제와 관련 "조합원 35명인 노조에 전임자 0.5명 이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노조위원장에 대해 오전에는 현장에서 일하고 오후에만 유급으로 노조 전임을 하라는 것.

사 "농성풀고 대화하자" 최후통첩

그는 대신 "노조 사무실과 각종 편의시설 제공 요구는 교섭을 통해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유연한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파업은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지만 복도를 무단점거하여 농성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불법 농성 주동자들을 분리시키고 병원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20일 오후 6시부로 부분직장폐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어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복도 무단점거 농성을 풀지 않으면 교섭에 임할 수 없다"면서 "농성을 계속해야 되겠다면 농성 장소를 노조 사무실로 옮겨줄 것을 요구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는 "확성기를 틀거나 통로를 막아 진료행위에 막대한 지장을 준 것도 아닌데 불법으로 몰아 직장폐쇄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간다"며 "대화를 통해 교섭을 타결하지 않으면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오는 25일 오후 4시 세종병원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 계획으로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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