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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어부는 처음엔 작은 하나의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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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는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내내 투명했을 그곳은, 어제 그제 내린 눈으로 오늘은 하얀 눈밭이 되어 있었다. 그 끝에 어부가 있었다. 어부의 나룻배는 천천히 움직이며, 남대천을 거슬러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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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바다가 있고, 그리고 남대천이 있고, 그리고 어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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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가 노를 저을 때마다 나룻배는 한움큼씩 한움큼씩 앞으로 나갔다. 꼭 한움큼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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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나룻배엔 노와 함께 긴 장대가 실려 있었다. 물속 깊이 다리를 내려 강바닥을 밀던 장대는 어부가 노를 젓기 시작했을 때부터 잠시 휴식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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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노 끝에서 남대천의 물이 소용돌이를 쳤다. 물은 몸부림을 치면서 나룻배를 밀었다. 어부의 작은 나룻배엔 밤새 물속에서 물고기를 기다렸을 그물이 몸을 눕히고 휴식을 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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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길을 강의 얼음이 막아섰을 때쯤 어부는 그곳에 쳐놓은 그물을 들어 그 안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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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의 숨은 길고 오래다. 한번 숨쉬고는 오랫동안 물속으로 잠수한다. 어부가 잠깐 동안 물 밖으로 그물을 들었을 때, 그물은 그 잠깐 동안 깊게 겨울 바람을 호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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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는 그물을 이리저리 흔들어주었다. 겨울 추위 속에선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법. 어부는 이리저리 흔들어 엉킨 그물의 몸을 반듯이 펴주었다. 어부가 좀 심하게 그물을 흔든다 싶을 때는 그물의 손끝에서 물보라가 하얗게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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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끝낸 어부는 이제 다시 노를 저어 뭍에 오른다. 어부는 매일매일 남대천을 따라 바다로 내려갔다가 다시 남대천을 거슬러 오른다. 연어는 평생에 한번 이곳을 내려갔다 평생에 한번 이곳을 거슬러 오르지만 어부는 매일매일 이곳을 내려가고 이곳을 거슬러 올라 집으로 향한다.

남대천의 어부는 매일매일 연어처럼 이곳에서 산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 -->김동원의 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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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갖고 돌아다니면 세상의 온갖 것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는 그때마다 사진을 찍고 그들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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