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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 현재 도쿄 지검은 호리에 사장이 주가조작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를 잡고 호리에 사장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 현재 도쿄 지검은 호리에 사장이 주가조작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를 잡고 호리에 사장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일본 IT업계의 '총아'로 각광을 받으며 승승장구해온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가 주가 조작과 분식 회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시작된 '라이브도어 쇼크'가 일본 정계와 경제계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1996년 4월 출자금 600만엔으로 창업한 신흥 인터넷 기업 '라이브도어'는 2000년 4월 도쿄 증권거래소 장외 시장인 마더스 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시가 총액은 약 570억 엔이었으나 강제 조사가 시작된 지난 16일 현재 시가 총액이 약 7300억 엔으로 불과 6년 만에 10배 이상의 급성장을 이루었다.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은 화려한 언동과 니혼방송을 둘러싼 <후지TV >와의 공방전, 9.11 총선 출마 등 갖은 화제를 뿌리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라이브도어 쇼크'는 지난 16일 도쿄 지검 특수부가 라이브도어 계열사의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혐의를 잡고 라이브도어 본사와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의 가택을 강제 압수 수색하면서 시작됐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라이브도어가 주식의 75%를 가지고 있는 '라이브도어 마케팅'이 지난 2004년 10월 출판사인 '머니 라이프'를 주식 교환의 형태로 자회사화한다고 공표했으나, 이 출판사는 공표 4개월 전에 이미 라이브도어 계열 투자 펀드가 전 주식을 취득한 상태였다. 또 라이브도어 마케팅이 2004년 11월 4월 발표한 결산 보고에서 실제로는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약 12억5500만 엔, 경상 이익을 2억3400만 엔, 당기 순이익을 1억2800만 엔으로 부풀리는 등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재 도쿄 지검은 호리에 사장이 주가조작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혐의를 잡고 호리에 사장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또 <요미우리신문>은 라이브도어가 2004년 9월 10억 엔의 적자를 14억 엔의 흑자로 둔갑시킨 것을 확인해주는 내부 자료를 입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주가조작과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18일 라이브도어의 인수·합병에 깊숙이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노구치 히데아키 HS증권 부사장이 오키나와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라이브도어는 점차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휘청거린 일본 주식시장

라이브도어 사태로 매매 전면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긴급 조치를 취한 도쿄 증권 시장이 일본 재계와 정계의 비난과 시스템 보강 등 근본적 과제 해결 압력 등 '라이브도어 후폭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도쿄 증권거래소는 지난 18일 라이브도어 주가조작 파문 여파로 IT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팔자' 주문이 폭주하자 시스템 다운을 막기 위해 전 종목 매매를 중단했다. 225개 주요 종목의 평균 주가인 '닛케이평균주가'도 이날 큰 폭으로 하락하며 전일 대비 750엔 떨어졌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의 하락폭을 웃도는 수준이다.

다행히 도쿄 증시는 19일부터 강한 반등세를 보이며 이틀간의 폭락세는 일단락된 양상이다. 사태 진화에 나선 도쿄 증권거래소도 19일 도쿄 증시의 매매 처리 가능 건수를 현행 450만 건에서 700만~800만 건 정도로 증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라이브도어 수사를 계기로 M&A 전략을 적극 구사해온 다른 인터넷 기업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의 칼날을 휘두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터넷기업 전체의 이미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주가가 동반 하락하는 등 'IT 버블 붕괴'를 재현할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도쿄 증시의 매매 중단의 불씨를 제공한 라이브도어주의 매도 주문 폭주는 20일 오전 장에도 이어져 '팔자' 주문이 '사자' 주문보다 약 2억7000만주 많은 상황이다. 시가 총액도 수사가 시작된 16일과 비교해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 "수구 보수 세력의 복수"

일본에는 라이브도어와 같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여 자사나 자회사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성장해온 기업이 드물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수십 년간 정부의 보호 하에 성장해온 일본 경제가 서구식 자유 시장경제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분야에 대한 규제와 대책 부재로 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IT나 M&A와 같은 신 분야에 대한 규제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니혼 방송 인수를 둘러싼 라이브도어와 후지TV의 공방전에서도 적대적 M&A를 반복하며 몸집을 키워온 라이브도어에 대해 '머니 게임', '기업 사냥꾼'이라는 비난과 함께 적대적 M&A에 대한 명확한 규제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된바 있다.

도쿄 증권시장에 대한 비판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아사히신문>은 20일 "도쿄 증시의 매매 전면 중단 사태는 거래량 확대에 따른 제도 수정이 계속 이루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증시가 시스템 투자를 게을리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일본의 증권시장은 상장 기업이 공시한 M&A가 적절하게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며 그럴 권한도 없다"면서 "이번 사태는 이만큼 덩치가 커진 일본의 증권시장에 대해 증권 감사 위원회에 의한 감사 기능 확충이 얼마나 시급한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계도 19일 상장 기업에 의한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 강화 대책을 포함한 법 제도 마련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해외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기득권층이 '응징'을 가하려는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 <뉴욕 타임즈>는 18일 라이브도어 사태에 대해 "일본의 TV와 신문들이 주식거래 등을 통해 급성장해온 호리에 사장을 '벼락부자'로 보고 있다"면서 "많은 일본인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서 기존 체제에 도전하는 '벼락부자'를 혼내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자 <로스엔젤레스 타임즈>도 "호리에 사장의 표적 수사는 그가 오만하기는 하지만 일본의 경제와 문화를 바꾸기 위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수구 보수 세력의 복수'라는 18일자 사설에서 "이번 사태는 지난 후지TV와의 공방전 이래 호리에 사장을 눈에 가시처럼 여겨온 수구 세력의 보복적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하면서 "수사 결과가 앞으로 어떻게 되든 일본에는 호리에와 같이 구체제를 타파하려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에게는 악재, 민주당은 반격의 기회

경제계를 강타한 라이브도어 사태는 20일부터 시작되는 정기 국회로 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1 총선에서 호리에 라이브도어 사장을 전면 지지한 자민당은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고 있고, 민주당은 이를 반격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지지도가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자민당 수뇌부는 20일 열리는 정기 국회를 앞두고 "국회 운영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은 스캔들 뿐"이라며 자민당 주도의 국정 운영에 자신감을 나타내 왔다.

그러나 라이브도어 사태가 벌어지면서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밤 기자단에게 "자민당이 지원하기는 했지만 이번 문제와는 별개"라며 호리에 사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음을 강조했다. 지난 9.11 총선에서 호리에 사장을 지지한 다케베 쓰토무 자민당 간사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응원했다"며 '개인'을 강조했다.

자민당은 20일 정기국회를 앞두고 사법부의 규명 작업을 기다린다는 기본 입장을 정한 상태이고, 고이즈미 총리도 다시 한번 자민당과 라이브도와는 관계가 없음을 강조할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반격의 돌파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간사장은 17일 기자단에게 "국회에서 자민당의 대중영합적 체질을 엄중히 묻지 않으면 안될 것"라며 "유명인이면 가리지 않고 영입시키는 방법으로는 일본이 좋아질 리 없다"고 정면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대표는 19일 당 임원 회의에서 "기업의 문제가 일본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재의 회복 기조가 사실인지를 의심하게 한다"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고이즈미 정권의 경제 정책의 허점을 파고 들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일각에서는 자신들이 야당이라도 이번 사태에 대해 철저히 추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자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여론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민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국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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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국제부에서 일본관련및 일본어판 준비를 맡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2년간 채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 대학원 한일 통번역을 전공하였습니다. 현재는 휴학중입니다만, 앞으로 일본과 한국간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독자들과 공유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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