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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와 LG텔레콤이 2월부터 휴대전화 발신번호표시(CID) 서비스를 무료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 가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CID를 이용하던 KTF가입자들은 연간 1만2000원을, LG텔레콤 가입자들은 2만4000원을 덜 내게 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직 기뻐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 KTF와 LG텔레콤이 CID를 무료화하는 방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양사는 CID의 전면 무료화 대신 '무료요금제'를 새로 출시하는 방법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CID를 부가서비스로 분류해 따로 과금하던 방식에서 이를 기본서비스로 편입시킨 다양한 선택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전면 무료화 대신 새 요금제를 내놓겠다는 이유

때문에 CID가 무료화가 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앞으로 나올 새 요금제가 어떤 모습이냐에 달렸다. 분명 요금 청구서에는 CID 요금 항목이 사라져 무료화 된 것처럼 보여도 줄어든 요금이 여전히 다른 곳에 숨어서 살아있는 요금제가 설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들 업체들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무료화로 인한 매출 충격을 줄이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후발업체들이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CID를 올해 1월부터 무료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요금을 내릴 여력이 없다며 버텨왔던 점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꽤 높아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후발업체들의 CID 무료화는 공염불이 되고 만다. 업체들이 CID를 기본료에 포함시킨 다양한 선택 요금제를 내놓을 경우 가입자들로서는 실제로 CID가 무료화 된 것인지 세밀하게 따져 보지 않는 한 알기 힘들다.

차라리 정직하게 기본요금을 올린 경우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대신 무료 문자메시지 제공 건수를 축소하거나 무료 통화 제공량을 줄이고 또 10초당 통화요금을 다양한 형태로 조정해 줄어든 CID 요금을 만회 할 경우, 일반 가입자들로서는 같은 요금을 부담하면서 업체들의 생색내기에 당하는 꼴이 되고 만다.

게다가 그동안 CID를 이용하지 않던 가입자들도 무료가 됐다는 말에 새로운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이통사들로서는 오히려 새로운 CID가입자를 확보하게 되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가입자를 '멍청한 원숭이'로 여기지 말아야

지금까지 출시된 이통사의 요금제도는 그 가짓수가 너무 많아 이통사 직원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종류의 요금제를 내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경쟁사와의 요금 비교를 불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도 있다. 그만큼 일반 가입자들로서는 개별 요금제에 대한 비교가 힘들게 요금 구조가 짜여져 있는 것이다.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남기는 것이 생리인 기업들은 이런 점을 이용하고 싶겠지만 이는 진정한 고객만족과 거리가 멀다.

이통시장이 제대로된 시장이었다면 CID 무료화 등 요금인하는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이 아니라 추격하는 후발사업자들이 먼저 치고 나왔어야할 문제였다. 뒤늦은 CID 무료화 결정도 가입자들에게는 섭섭할 법 한데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가입자들을 우롱하는 일은 없어야한다.

그동안 CID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웠던 만큼 가입자들은 KTF와 LG텔레콤이 조만간 선보이게 될 새로운 요금제를 두 눈 부릅뜨고 살펴보게 될 것이다. 가입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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