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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창남
며칠전 황당한 의료사고가 뉴스에 나왔습니다. 갑상선 제거환자와 위 제거환자의 차트가 뒤바뀌어 이 환자들이 전혀 상관없는 수술을 받게 된 황당한 사고였습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생명을 다루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의 안일함이 환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수술을 받은 당뇨환자가 절단해야 하는 다리 대신 다른쪽 다리를 절단당한 어이없는 뉴스를 본 적도 있는데, 이런 뉴스들을 보면 '살면서 절대로 이런 의료사고는 접하지 않아야겠다'고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얼마전에 저 자신이 황당한 의료사고를 겪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씹다가 7번 어금니가 부러져 이제 개원한 지 두 달도 안되는 치과에 갔습니다. 먼저 접수를 받았던 간호실장이 치아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고 해 엑스레이를 찍고 간호실장에게 먼저 치아점검을 받았습니다.

의사가 진료를 시작하면서 어금니는 중요한 치아라서 함부로 발치를 할 수 없으니 신경치료로 살려보자고 합니다. 이가 부러졌는데 신경치료를 하라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의사는 계속해서 어금니는 중요한 치아라고 말하며 오후에 치료하자고 말했습니다.

그 날 오후 3시쯤에 다시 내원을 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입장을 바꿔 "엑스레이를 살펴보았는데 치아가 유치이기 때문에 발치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속으로 '어금니도 유치가 있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이를 뽑은 후 집에 와서 거울을 본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7번 어금니가 아닌 5번 이를 뽑은 것입니다. 놀라서 병원으로 뛰어갔습니다. 그랬더니 "5번이 유치이고 흔들린다고 해서 뽑았다"며 잘못 뽑은 것이 아니라고 발뺌을 합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7번 치아 진료를 목적으로 왔는데 그것에 대한 치료는 전혀 하지 않고 5번을 뽑은 것은 실수한 것이 확실한 것 아니냐. 5번 이가 상태가 안 좋았다고 해도 의뢰하지도 않았고 아무 문제도 없었던 이인데 그것을 뽑은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병원측도 잘못을 시인합니다.

살펴보니 간호실장이 차트에 7번 치아라고 기록하지 않고 5번 치아라고 기록을 하는 바람에 의사가 5번으로 착각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7번 치아는 치료가 되지 않았으니 신경치료해 달라"고 했더니 "그 치아도 신경치료가 아닌 발치를 해야 할 상태"라고 하여 7번 어금니도 뽑고 그 옆에 있던 사랑니까지 함께 뽑게 됐습니다. 졸지에 한꺼번에 치아 세 개를 뽑게 된 것이죠.

의사는 치아를 고쳐주겠다고 했지만 저는 그 치과를 신뢰를 할 수가 없어 치료를 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른 치과에서 진찰을 해 본 결과 제 경우에는 뼈가 약해서 뼈이식을 한 뒤에야 임플란트를 시술할 수 있답니다.

신뢰를 잃은 치과에서 다시 치료 받고 싶은 환자는 없을 것입니다. 다른 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치료비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니 법적으로 하라고 대화를 회피합니다. 의사의 양심과 책임의식이 결여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더구나 저는 매일 손님하고 대화를 나눠야 하는 자영업자인데 말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웃지도 못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한두 달도 아니고 수개월을 감수해야 함에도 빠진 이 하나 만들어 넣어주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것은 환자가 받았을 충격과 피해를 무시한 성의없는 답변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에 저는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가면서 의료분쟁에서는 환자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허점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치과의협에 문의해 보라는 정보가 있기에 치과의협에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받는 사람이 하는 말이 "의협이라는 곳이 치과의사들의 협회인데 자기 식구한데 해가 되는 말을 해줄 수 있겠냐"며 아주 솔직한 말을 합니다. 오히려 그곳에 전화를 한 사람이 어리석고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소비자보호원과 법률구조공단에도 민원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원도 중재역할을 할 뿐 강제성은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인 것 같습니다. 의료사고가 날 경우 지역보건소에 신고를 하라는 정보도 있어서 보건소에도 전화를 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습니다.

병원이 개업을 할 때 해당지역 보건소에 허가를 맡고 한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허가를 일단 내주면 그 병원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어떤 권한도 없었습니다. 신고를 하는 것은 그냥 형식일 뿐이었습니다.

음식점 같은 경우에는 구청에서 관리를 해 영업정지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지만 병원의 경우 지역보건소나 구청에서 제재할 수 없다는 것이 맹점입니다. 의료사고가 나서 민사소송으로 가게 되면 더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병원 앞에서 1인시위라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이없는 의료사고를 당하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이나 간호사들은 환자의 생명과 소중한 건강을 다루는 직업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의료사고 당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피해자 구제 절차 몰라 발 구르기 일쑤...피해자 인권 외면하는 현행법 문제

이은화 기자처럼 뜻밖의 의료사고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 이은화 기자처럼 병원 측과 실랑이를 벌이다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피해자 구제절차에 대한 홍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현행법이 피해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의료사고'라는 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당사자에게 '과실‘인정을 해야 하는데 의사가 해당 사고에 대해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의료사고'가 명백한데도 의사가 이를 거부한다면 우선 해당 시도군구 보건소 의약계로 가서 1차적인 사건 상담을 받아야 한다. 현재 병의원의 개설 허가나 신고는 보건소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대한 관리 감독 역시 보건소에 있기 때문. 그러나 보건소가 피해자와 의사간의 분쟁을 조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조정 절차를 밟게 된다. 조정 절차는 크게 세 가지다. 의료분쟁 심사 조정위원회, 소비자 보호원, 법원 민사조정부에 각각 조정 신청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절차 역시 피해자들에게 활짝 열려 있지는 않다. 의료분쟁 심사 조정위원회는 각 시도 자치단체에 설치돼 있지만 비상설로 운영된다. 복잡한 의료사고에 대해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 통보하기 때문에 피해자나 의사 모두 이 결과에 인정을 안 하기 일쑤.

소비자 보호측면이 있는 소비자보호원 조정신청은 아예 의사들이 출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강제성이 없어 굳이 출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법원 민사조정부는 강제적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민사소송 절차가 있지만 사안의 특성상 짧아도 2년 길면 6년까지 걸린다. 소송에서 이겨도 시간과 소송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절차적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현재 '의료사고 예방 및 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피해구제 상설기구를 만들어 언제든지 소비자들이 피해를 신청할 수 있는 한편 보험제도를 도입해 감정적 대립을 완화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경우 우선 시민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좋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www.medioseo.or.kr)는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위해 매주 월요일 무료법률 상담 및 소송 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경실련 등 6개 시민단체와 함께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를 만들어 관련법 입법 청원 및 의료법 개정 활동을 하는 등 의료사고 피해자 보호를 위해 뛰고 있다.

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피해자를 위한 정보제공은 물론 개방형 무료 법률 상담 등의 기회를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관석

덧붙이는 글 | 지난 수요일, 사실확인서를 받으러 그 치과에 갔습니다. 그날 있었던 상황을 워드로 작성해서 가지고 갔습니다. 읽어보고 사실을 인정하면 사인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의사가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며 일주일 정도 생각할 기회를 달라고 해서 일단은 보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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