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 ⓒ SBS
최근 평일 드라마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은 단연 SBS다. 작년 말부터 방영을 시작한 월화드라마 <서동요>와 <마이걸>이 인기드라마의 척도인 시청률 20퍼센트 고지를 돌파하며 각각 동시간대 선두로 순항하는 가운데, KBS와 MBC가 새로운 드라마들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물론 선두라고 해도, 무조건 시청자들의 인기를 독점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드라마의 장르와 세대별 시청층이 다원화되었고, 예전처럼 특정 드라마가 30~40퍼센트를 넘는 시청률로 독주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국, 각각 드라마가 분명한 장르와 컨셉트를 가지고 고정 시청층을 얼마나 빨리 또 견고하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작품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월화드라마 시장은 저마다 상이한 개성을 내세운 3편의 드라마가 새롭게 격돌하는 양상을 띨 전망이다. SBS 대하사극 <서동요>, KBS의 <안녕하세요 하느님>, MBC의 <늑대>가 그 주인공들.
최근 월화드라마 선두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서동요>는 시대극의 특성상, 고정 시청층이 뚜렷하게 구분될 뿐 아니라, 안정도가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방영 초반,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의 이병훈 PD 연출작답지 않게, 산만한 진행과 젊은 배우들의 불안한 연기력이라는 약점을 노출하며 주춤했던 <서동요>는 최근 클라이맥스로 접어들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서동요>의 인기 회복은, '정치 사극'에의 회귀에 그 원인을 찾을수 있다. 초반에 내세웠던 백제 시대의 과학기술과 풍속사 위주의 이야기 전개라는 이색적인 설정이 사극 팬들에게 다소 낯설게 다가오며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서동(조현재)의 '출생의 비밀'을 둘러싼 권력암투와 긴박감 넘치는 대결 구도가 오히려 극의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
▲<안녕하세요 하느님> ⓒ KBS
지난 9일 첫 방영을 시작한 KBS의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사실 경쟁면에서는 가장 불리해보인다. 김옥빈, 유건의 신인 투톱에, <그린로즈>의 이종혁이 합류한 캐스팅은 일단 눈에 띄는 스타가 한 명도 없다.
정신지체아에서 아이큐 180의 천재로 거듭나는 청년의 휴먼스토리라는 설정도, 화려한 스케일이나 스펙터클 위주의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 또한 KBS가 작년 이맘때 <쾌걸 춘향> 이후로 이 시간대에서 변변한 성공작을 단 한 편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안녕하세요 하느님>은 방영 첫 주 만에 신인들의 안정된 연기력이 기대이상의 호평을 받으며 성공의 여지를 남겼다. 정신지체아 하루 역을 호연한 유건을 비롯하여, 어설프지만 귀여운 사기꾼으로 분한 신예 김옥빈의 풋풋한 매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것.
▲<늑대> ⓒ MBC
올해 드라마 왕국을 부활을 꿈꾸고있는 MBC가 준비한 또 하나의 야심작 <늑대>는 16일 세 작품 중 가장 후발주자로 첫 선을 보인다. <신입사원>과 영화 <6월의 일기>를 통해 연기자로서 입지를 굳힌 문정혁과 <쾌걸춘향> <부활>을 통해 새롭게 급부상한 엄태웅을 투 톱으로 내세운 정통 멜로극이다.
사랑과 야망에 모든 것을 건 남자들의 대결을 다룬 <늑대>에서, 문정혁과 엄태웅은 재벌가의 딸인 한지민을 사이에 두고 연적이 되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신입사원>의 껄렁하지만 귀여운 청년이었던 문정혁이 야망을 꿈꾸는 비열한 바람둥이로, <부활>의 냉혈한 복수남이었던 엄태웅이 능글맞지만 귀여운 한량으로, 각각 전작의 이미지를 뒤집는 듯한 설정이 눈길을 끈다.
대하사극, 휴먼드라마, 정통멜로극으로 구분된 장르만큼이나, 배우들의 개성과 볼거리에서도 큰 차이를 드러내는 세 편의 드라마가 각기 어떤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지, 그 완성도에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