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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씨와 미화 씨의 야외촬영~ 치즈~
샘 씨와 미화 씨의 야외촬영~ 치즈~ ⓒ 김은희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일산타운에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특히 김쌤씨의 적극적인 표현과 미화씨를 향한 일편단심 사랑은 모두가 부러워할 정도였다. 두 사람의 결혼으로 일산타운 처녀 총각들의 마음은 가을 바람처럼 설렜다.

김쌤(정신지체 1급)씨는 1960년 3월 기아로 발견되어 태어나자마자 서울시청을 통해 일산타운으로 오게 됐다. 육상·정신지체축구 선수로도 활동할 만큼 운동을 좋아한다. 얼마나 운동을 좋아하는지 결혼식 때문에 운동을 못하는 것을 아쉬워(?) 할 정도였다고. 2005년 6월부터 남자 생활자 자립그룹홈인 바울의 집에서 자립을 준비해 왔고 지금은 일산타운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

흰 드레스에 곱게 화장을 하고 부케를 들었지만 자꾸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미화씨. 미화씨는 편마비가 있어 몸 한쪽 사용이 부자연스럽다. 결국 미화씨는 야외촬영도 결혼식도 의자에 앉아서 했다.

미화(정신지체 1급)씨는 1964년 10월에 태어나 1976년 3월 일산타운으로 왔다. 착하고 마음이 넓어 언제나 방 식구들의 맏언니였던 미화씨지만 건강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환절기나 긴장을 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간질, 그 간질 발작이 우려돼 주변에서는 결혼을 만류하기도 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긴 하지만 결혼식 준비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평소보다 발작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간질 때문에 이번 신혼여행도 샤론방 임미숙 생활지도교사가 함께 했다.

남들이야 걱정하든 말든 두 사람은 매우 행복해 했다. 빨리 함께 있고 싶은 생각뿐이다. 야외 촬영부터 입이 귀에 걸린 쌤씨. 신부가 예뻐서인지 눈을 떼지 못한다.

신랑 신부 입장!!
신랑 신부 입장!! ⓒ 김은희
드디어 신랑 입장. 샘씨와 미화씨가 손을 잡고 입장했다. 30년을 일산타운에서 생활하며 자란 두 사람이 가족과 같은 친구들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부모님을 대신해 이종윤 회장님과 말리 이사장님, 민경태 원장님과 양정애 과장님이 자리했고, 하객들은 함께 자라고 생활했던 장애인 친구들이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주례의 질문에 쌤씨의 우렁찬 대답이 들렸다. 식장 안은 순간 웃음바다가 됐다. 부케는 미화씨와 같은 방을 쓰는 해숙씨가 받았는데 내년에는 결혼할 거라며 부케를 들고 좋아한다. 결혼은 장애 비장애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설레고 행복한 순간인가 보다. 특히 일산타운 장애인들은 자립 다음으로 결혼을 꼭 해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결혼해서 사는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화 언니 행복해야 해~~"
"미화 언니 행복해야 해~~" ⓒ 김은희
일산타운 생활자의 결혼식은 모두의 결혼식이다. 친구들도 바쁘고 직원들은 더더욱 바쁘다. 결혼식장 준비부터 신혼여행까지 필요한 비용과 물품을 준비해야 하고, 담방 생활지도교사들은 부모가 되어 숟가락 하나에서부터 세세한 살림살이 모두를 챙긴다.

이번 결혼식도 많은 후원자분들의 도움으로 치러졌다. 신부화장, 사진촬영은 자원봉사자분들의 도움으로, 장롱이며 화장대 등 가구는 체육관 베드민트회원들이, 결혼반지는 샘씨의 결연후원자가 소식을 듣자마자 준비해 주었다. 또 홀트자원봉사회에서는 가전제품을, 한국지역난방공사에서 결혼식 준비금으로 200만원을 후원해 주었다.

신방은 외부 독립이 어려운 일산타운 생활자 부부들을 위해 마련한 '나오미 집'에 마련됐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한 달이 못된 12월 21일 쌤씨 미화씨의 집들이가 있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운 두 사람이어서 아직은 직원들이 장을 봐 주고 살림을 돕고 있지만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단다.

특히 새벽마다 일산타운을 방황(?)했던 샘씨의 몽유병 습관도 결혼 후 싸~악 사라졌다는 후문이 있다. 역시 결혼은 좋은 것인가 보다. 앞으로 두 사람에게 행복만이 함께 하기를 바랄 뿐이다.

30년을 함께 지내 온 일산타운 친구들과 함께
30년을 함께 지내 온 일산타운 친구들과 함께 ⓒ 김은희

덧붙이는 글 | 홀트아동복지회 사보 '홀트소식' 1.2월호 게재 내용입니다. www.hol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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