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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갤러리의 도자기 진열장
영갤러리의 도자기 진열장 ⓒ 김문창
2003년 54세의 나이로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뒤로하고 명예 퇴직한 정재룡(56세)씨가 그동안 모았던 골동품 1300여점을 가지고 대전 중구 선화동 인근에 영 갤러리를 열고 제2의 인생을 창업 했다.

영 갤러리 1층에는 석파 이하응(흥선대원군)의 목판 글씨, 조선최고의 초서체 달인으로 불리는 고산인 황길호(율곡의 장인)의 초서 글씨, 추사 김정희의 글씨 8폭 병풍, 다산 정약용의 글씨 등 100여점이 전시되어 있으며 조선백자, 청화백자, 근대에 너구리 가마에서 구운 달 항아리, 각종모양의 연적, 사리함, 벼루, 중국명대와 청대도자기 등 도자기 1000점도 전시되어 있다. 아울러 2층에서는 운보와 그림과 민화, 관음보살 탱화 등 200점의 그림을 관람할 수 있다.

30년간 정들었던 직장에 명예퇴직신청을 한 정씨는 그동안 회사에서 갈고 닦았던 기술을 살리지 못하고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금과 퇴직위로금으로 다른 일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자신이 없었단다.

석파 이하응의 목판글씨
석파 이하응의 목판글씨 ⓒ 김문창
다양한 연적들
다양한 연적들 ⓒ 김문창
조선최고의 초서체달인 고산인 황길호 글씨
조선최고의 초서체달인 고산인 황길호 글씨 ⓒ 김문창
같이 퇴직했던 동료들 중 30%는 새로운 사업과 주식투자를, 일부는 은행에 저축, 일부는 부동산투자 등을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창업과 주식투자는 퇴직금마저 날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씨는 고심 끝에 자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의 눈에 띈 것은 직장생활을 할 때부터 취미로 모아둔 골동품들이었다. 처음엔 취미생활로 시작했지만 30년이란 세월이 흘러 도자기 1000점, 그림 200점, 서예 100점 등 1300여점이 집안 곳곳에 쌓여 있었다고.

이에 정씨는 “그동안은 남의농사를 지으며 살아왔지만 남은 인생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겠다”며 “취미생활을 발전 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결국 정씨는 2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벌이고 골동품상과 중국도자기 전시장 등을 방문하며 틈틈이 공부를 했다.

불교유물
불교유물 ⓒ 김문창
청대 유물인 중국도자기
청대 유물인 중국도자기 ⓒ 김문창
정재룡씨는 “나이 들어서 젊게 사는 방법이 취미와 적성을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 문화재는 조상들의 손때가 묻어 있어 좋고 정신적 역량을 성숙시켜 준다”고 말했다. 이어 “물건을 대할 때 마다 우선 마음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또 “모아두었던 골동품을 하나하나 처분하다보니 꼭 딸아이를 시집보내는 것 같다”며 “동호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즐거움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정씨의 부인인 김씨는 “어려운 시기에도 월급을 타면 꼭 1~2점씩 골동품을 구입해와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며 ‘아파트에 쌓여있던 골동품을 모두 옮기고 나니 해방감이 들지만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섭섭한 감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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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청지역에서 노동분야와 사회분야 취재를 10여년동안해왔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소식을 전할수 있는게기가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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