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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올라간 산천어 대형조형물. 환경 지표 생물인 산천어가 사는 물은 청정 일급수.
하늘로 올라간 산천어 대형조형물. 환경 지표 생물인 산천어가 사는 물은 청정 일급수. ⓒ 곽교신
그러나 강원도 화천에서 이달 7일부터 30일까지 벌어지는 '2006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 축제'는 이런 우려를 씻어내는 지역 축제로 완전히 자리 잡은 느낌이다. 강원도 산골 작은 지자체에서 과연 성공적으로 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초기의 우려는 우려로 끝났다.

도 자체 평가단인 강원개발연구원 및 화천 주민 평가단은 작년의 경우 연 87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150억 정도를 지역 경제에 기여했다는 보고서를 내었다. 올해 축제도 철저히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행사 주요 아이템은 민간의 주도하에 준비했다고 화천군 측은 귀띔한다.

담당 공무원이 아닌 축제 캐릭터를 배석시키고 일꾼 복장으로 축제 개막을 선언하는 정갑철 화천군수.  고루한 형식을 파괴한 축제임을 상징하려는 듯.
담당 공무원이 아닌 축제 캐릭터를 배석시키고 일꾼 복장으로 축제 개막을 선언하는 정갑철 화천군수. 고루한 형식을 파괴한 축제임을 상징하려는 듯. ⓒ 곽교신
우선 이 축제는 의미심장한 어려운 구호나 심각한 문화감상주의에 빠져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정갑철 화천 군수는 인터뷰 내내 "그저 가볍게 오셔서 보고 타고(썰매) 잡고(산천어) 먹고(구이) 실컷 웃다가 가십시오"라고 강조했다.

산천어 낚시, 썰매, 각종 민속체험, 공연 등이 모두 무료다. 얼음위를 신나게 돌아주는 코끼리 열차에 천 원쯤은 받아도 좋으련만 그것도 공짜다. 자세히 보니 농기구를 개량해 만들었는데 색깔이며 디자인이며 아주 세련된 꼬마 기차다. 이런 무료봉사 축제가 어떻게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이익을 창출할까.

아주 간단하다. 예를 들어 산천어 낚시를 할 때 오천원의 입장료를 내면 그 자리에서 오천원짜리 상품권(화천군 통용 화폐)을 준다. 이것은 화천군 내의 모든 상점에서 통하는 화폐다.

자기가 잡은 산천어를 축제장 상가에 가지고 가면 오천원을 받고 구워주는데 그 때 이 '지역 화폐'를 내면 된다. 이론상으로 낚시도 산천어 구이도 모두 공짜란 얘기지만 결국 화천군은 오천원을 번 셈이다. 이 화폐는 화천군 내의 구멍가게 숙박업소 어디에서고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그것이 이 축제의 수익 창출 비결이다.

즉석에서 셀프 써비스로 굽는 산천어 장작불 구이. 일급수 지표 생물인 산천어 구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즉석에서 셀프 써비스로 굽는 산천어 장작불 구이. 일급수 지표 생물인 산천어 구이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 곽교신
아빠의 인력거 썰매. 아마도 아이는 이 추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이다. 춘천에서 온 윤흥기(40)씨.
아빠의 인력거 썰매. 아마도 아이는 이 추억을 평생 가지고 갈 것이다. 춘천에서 온 윤흥기(40)씨. ⓒ 곽교신
일렉트릭 현악 그룹 '벨라스트릭스'의 연주는 얼음까지 녹일 듯 관중을 열광시켰다. '젊은 축제'를 부각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일렉트릭 현악 그룹 '벨라스트릭스'의 연주는 얼음까지 녹일 듯 관중을 열광시켰다. '젊은 축제'를 부각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 곽교신
또 '강원도의 오지 화천'이라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축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젊고 활기차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하다. 얼음축제에서 흔히 일어나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안전요원의 넉넉한 배치도 보기 좋다. 화천천 얼음 위로 수많은 인파가 몰리지만 45cm 두께의 얼음은 "탱크가 올라와도 안전하다"며 정 군수는 안전을 강조한다.

축제 홍보대사 이외수씨는 "얼음 축제에서 웃고 갈 일만 남았다"며 축제 개막에 흥을 넣었다.
축제 홍보대사 이외수씨는 "얼음 축제에서 웃고 갈 일만 남았다"며 축제 개막에 흥을 넣었다. ⓒ 곽교신
이 축제의 홍보대사인 소설가 이외수씨는 개막 축사에서 "하늘의 해는 너무 늙었다. 우리 가슴에 새로운 해를 하나씩 간직하고 가자"며 "공기에 산소가 많은 화천에선 웃다가 갈 일만 남았다"고 소설가다운 의미를 부여했다.

청정 지역 화천의 축제에 특별한 애정을 보이는 이외수씨는 올해부터 춘천에서 화천으로 영구 이주하여 이외수 문학의 화천 시대를 연다.

나라 안의 맨 위부터 맨 아래까지, 작은 무가지 신문부터 큼직한 9시 뉴스까지 심각한 스트레스만 남겨주는 뉴스가 차고 넘치는 요즘, "기름값만 들이고 오셔서 맘껏 즐기시라"는 화천군의 말은 액면대로 믿어도 좋겠다.

문득 남도의 어느 축제 현장에서 들었던 공무원의 당연한 말이 생각난다.

"어떤 성향의 단체장이 오느냐에 따라 축제고 사무실이고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보면 됩니다."

가장 인기있는 사진 촬영지 눈사람 동산. 기다렸다가 찍어야 할 판이다.
가장 인기있는 사진 촬영지 눈사람 동산. 기다렸다가 찍어야 할 판이다. ⓒ 곽교신
개막식의 피날레. 불꽃놀이는 가장 비싼 소도구이지만 축제의 상쾌지수를 가장 높이 올려주는 단골 메뉴.
개막식의 피날레. 불꽃놀이는 가장 비싼 소도구이지만 축제의 상쾌지수를 가장 높이 올려주는 단골 메뉴. ⓒ 곽교신
아무리 상품권으로 농산물을 팔아도 그렇지 대체 어디서 뭘 팔아 이윤을 남기느냐고 묻자 정 군수는 슬쩍 한 마디 덧붙이며 문화 세일즈 단체장의 기질을 보인다. "여유 있으신 분들이 흥에 겨워 하룻밤 주무시고 가시면 거기서 쪼금 남습니다."

올해도 많은 관광객의 방문을 기대하며 모든 시설을 준비했단다. 그래도 화천천 뚝방 뒤 먹거리 장터의 약간 무질서한 가격 체계며 주방 위생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나, 그것도 다른 축제의 난장판에 비하면 족히 장려상감은 된다. 이런 먹거리 장터의 무질서는 지역에 애정이 없는 외부 원정 상인들에 의한 것임은 모든 축제가 가지는 공통된 골칫거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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