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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분쟁으로 양측 정부 고위관료들의 극단적인 발언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소련붕괴 이후 양국 외교 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 차관 안톤 브테이코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 TV방송을 통해 "모든 제국은 붕괴되었다. 로마제국도 그랬다. 따라서 러시아 제국도 또한 무너질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붕괴는 아닐 것이다"라며 경제 압력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러시아 정부를 강력 비난했다.

안톤 브테이코의 발언 이후 3일 러시아 외무부는 주러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하여 강력 항의했다. 러시아 정부는 시장경제에 따른 가격인상임을 거듭 강조하며 가스분쟁을 정치적,경제적 압력과 협박이라고 보도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해외 언론의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가스분쟁은 독립전쟁"

우크라이나 유센코 대통령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정부는 오렌지혁명 이후 친서방-탈러시아 정책을 고수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가스분쟁을 촉발시켜 경제압력과 정치적 협박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와의 이번 가스분쟁은 오렌지혁명보다 더 어려운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한 전투"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센코 대통령은 가스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우크라이나 중공업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며 WTO가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센코는 러시아에 앞서 우크라이나가 WTO에 가입하는 것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인 만큼 이번 가스분쟁이 러시아의 치밀한 계산에 의한 정치적, 경제적 압박이라 주장하고 있다.

현재 유센코 대통령은 이번 가스분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달 23일 가스분쟁이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94년 핵포기 대가로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약속하는 ‘안전 보장 각서’를 체결한 미국, 중국, 영국, 독일, 프랑스에 사태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총리 에하누로프는 조약문 내용 중 외부에서 경제 압력을 받을 시 이들 국가들에게 안전보장에 대한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며 가스분쟁을 국제화시켰다.

우크라이나, '우리에게는 유럽연합이 있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러회장이 가스공급가 인상에 대한 러시아측 조건을 우크라이나가 수용하지 않을 경우 2006년 1월 1일부터 가스공급을 중단한다고 지난 연말에 선언하자 우크라이나 정부는 가스공급 중단 시 유럽으로 향하는(러시아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가스의 약 80%가 우크라이나를 통해 이동) 가스 중 15%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맞받아치는 폭탄선언을 했다.

지난 연말만 해도 양국 간 분쟁이라며 문제 개입을 꺼리던 유럽연합도 이 발언 이후 긴급회의 일정을 잡으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강 건너 불구경이 어느새 바람에 날려 내 앞마당까지 불똥이 튀어 버린 꼴이다.

러시아는 유럽에는 변함없이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고 유럽측을 안정시켰지만 2006년 1월 1일 우크라이나 가스공급이 중단되고 헝가리와 폴란드로의 가스공급이 각각 25%, 18% 줄어들며 가스위기가 현실화되자 가스공급의 30%를 러시아에 의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위기감에 빠졌다.

여기에 새해부터 영국 천연가스가격이 17% 급등하고 국제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하자 사태는 국제문제로 확산되었다.

유럽대륙, 가스 '대란' 위기고조

지난 2일 새해 벽두부터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가스밸브가 잠기고 우려했던 유럽을 향한 가스공급이 줄어들자 유럽 각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크게 의존했던 에너지 정책에 위기감을 느끼며 대책마련에 부심이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상당히 큰 동유럽 국가들은 '충격'에 빠졌다. 카지미에시 마르친키에비츠 폴란드 총리는 이미 노르웨이와 카스피해 연안 국가의 가스생산업체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 의존의 '다양화'가 이제 국가 에너지 정책의 최우선 순위라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에너지담당 위원인 안드리스는 유럽연합은 이번 사태와 비슷한 위기사태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식 도둑질"

러시아 방송들은 연일 러-우크라이나 가스분쟁을 주요기사로 다루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일에는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즈프롬’의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 회사 대변인은 2006년 1월 1일 가스공급 중단 이후 2일과 3일 각각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중 약 1억㎥과 1억2천만㎥를 우크라이나가 불법으로 빼돌렸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3일 오전 10시까지 우크라이나가 '훔쳐 간‘ 가스는 돈으로 약 2천5백만 달러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한편 가즈프롬 회사는 지난 3일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공급을 100% 복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총리 미하일 프라드코프는 유럽연합 의장인 오스트리아 총리 볼프강 슈셀에 전문을 보내 이번 가스공급 가격 인상은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을 행사해 양국 간 가스분쟁을 조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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