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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같이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시장 내를 행진하는 2지구상가 피해상인들
지난 2일 '같이 살자'는 구호를 외치며 시장 내를 행진하는 2지구상가 피해상인들 ⓒ 이화섭
서문시장 화재가 일어난 지 5일째로 접어들었지만 또다시 이번 화재에 대한 반응이 냉담해지고 있어 상인들의 절박한 상황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화재에 대한 반응이 차가워진 것은 지난 1일 서문시장 상인들이 대신소방파출소를 점거하고 초기진화 실패에 대한 책임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면서부터. 이때 방송 등에서는 상인들이 파출소 집기를 끌어내어 던지는 장면을 화면으로 내보냈고, 네티즌들은 상인들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다음(http://media.daum.net) 자유게시판 '아고라'에는 이번 서문시장 상인들의 항의에 대해 '소방관들의 노고는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하거나, '보상금을 더 타려고 저렇게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닉네임이 '공도배틀매니아'라는 네티즌은 "내부진화작업을 하지 못해 속이 타들어가는 소방관들의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그러한 사정도 모르시고 무작정 초등진화가 늦었다구요?"라며 "소방서 점거한다고 돈이 나오지는 않는다"고 서문시장 상인들의 소방파출소 점거에 대한 의견을 폈다.

아래 댓글에서도 '상인들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미리 대비하지 못한 상인들 책임도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격'이라는 등의 막말도 오고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행진을 마치고 서문주차빌딩 앞에 모인 상인들. 이날 대책위원회는 '다음날 오후 5시에 주차빌딩 이용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행진을 마치고 서문주차빌딩 앞에 모인 상인들. 이날 대책위원회는 '다음날 오후 5시에 주차빌딩 이용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 이화섭
이후 닉네임 '사왓디캅'이라는 사람이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은 왜 분노하는가'라는 글로 '공도배틀매니아'의 글을 반박했다. 그는 "대신소방파출소가 불이 난 지역에서 불과 50미터 떨어진 곳으로써, 차량 도착시간은 출발로부터 1분 이내가 되어야 했는데 중부소방서, 남산소방파출소가 도착한 뒤에야 출동했다"며 이번 화재에 소방서 측의 책임도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이 글조차도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많은 반박을 받았다.

네티즌들의 이러한 반응은 이번 상인들의 반발이 최근 일어난 농민시위로 인한 경찰청장의 사임과 오버랩되면서 '우리나라는 시위만 하면 다 되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인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주차빌딩에 건 현수막들
상인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면서 주차빌딩에 건 현수막들 ⓒ 이화섭
네티즌뿐만이 아니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서문주차빌딩(이하 주차빌딩) 영업 대체 장소 이용에 대한 주변 상인들의 반발'도 2지구 피해 상인들을 낙담시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주차 빌딩 대여로 인한 주변상가들의 영업 지장'이다.

4지구상가 근처의 한 상인은 "지금도 주차가 안 돼 손님들이 예년보다 줄었는데, 만약 주차빌딩까지 (피해상인들에게) 내 준다면 장사는 더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2일 오후 5시경 주차빌딩을 출발한 상인들의 모습.
2일 오후 5시경 주차빌딩을 출발한 상인들의 모습. ⓒ 이화섭
이번 화재 피해를 입은 2지구 상인들은 지난 2일 주차 빌딩을 출발, 동산상가, 4지구상가를 돌면서 이번 화재 피해에 대해 각 상가의 협조를 부탁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날 상인들은 '같이 살자'는 구호를 외치면서 타 상가 상인들에게 주차 빌딩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는 3일 오후 5시까지 주차빌딩 사용에 대한 가부를 결정해 2지구상가 화재수습대책위원회에 통보해 주기로 했다.

이번 피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서문시장 상인들은 동정이나 구호의 손길이 아닌 비난과 냉소의 화살이 날아오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하고 있다.

행진하는 상인들의 모습.
행진하는 상인들의 모습. ⓒ 이화섭
피해상인들의 행렬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피해상인들의 행렬이 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 이화섭

서문시장 화재에 대구 섬유산업 '휘청'
상인뿐만 아니라 관련 업체도 피해 가능성

이번 서문시장 화재가 단순히 상인들의 피해만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난 2지구 상가는 원단과 포목, 메리야스 등의 도·소매상이 밀집한 지역이다.

소매보다는 도매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2지구상가는 대구의 섬유품목들이 대구·경북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로도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 왔었다.

그러나 창구의 역할을 해 온 2지구상가가 불에 타면서 대구 섬유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상황을 맞았다. 도매 중심의 상점들이 불에 타면서 싸게 원단을 구입해 왔던 의류생산자들의 구매처가 서문시장에서 타 지역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으며, 가장 큰 납품시장이었던 서문시장 2지구가 전소되면서 대구 섬유업계의 납품처가 사라지는 결과를 맞게 된 것.

2지구상가에서 원단도매를 주로 해 온 유재흥씨는 "언론 보도에서 이야기하는 1천억원은 표면적인 피해액일 뿐"이라며 "이에 관계되는 부수적인 요인들까지 합치면 피해액은 수천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는 대구의 섬유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씨는 "이번 화재로 대구 섬유산업의 메카가 무너져 버렸는데 행정당국 측에서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않아 답답할 뿐"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번 화재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 대구 섬유산업과 대구경제가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 이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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