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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지에서 바라 본 2005년 마지막 태양입니다. 저 멀리 뒷산으로 2005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호암지 위에 찬란한 태양 빛이 뜨겠지요. 그 때에는 좀더 깊고 진지한 생각들을 더 많이 하며 살 것입니다.
호암지에서 바라 본 2005년 마지막 태양입니다. 저 멀리 뒷산으로 2005년이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호암지 위에 찬란한 태양 빛이 뜨겠지요. 그 때에는 좀더 깊고 진지한 생각들을 더 많이 하며 살 것입니다. ⓒ 권성권
2005년 한 해 동안 자주 찾았던 곳이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호암지이다. 호암지는 충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가운데 하나다. 예전처럼 호수가 맑고 깨끗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젊은 연인들을 비롯해 나이 많은 어르신들 그리고 꼬맹이들까지도 많이 찾는다.

나도 새벽기도회가 끝나면 괜스레 그곳 주변을 한바퀴씩 돌곤 했다. 운동 삼아서 갔던 것은 아니고 맑고 산뜻한 새벽 공기를 마시고 싶은 이유 때문이었다. 좋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그곳 둘레를 한 바퀴를 돌면 마음까지 상쾌해진다.

도심 가까운 곳에 그런 곳이 있다니 충주 사람들에겐 행운이다. 그 좋은 곳을 도는 시간은 넉넉잡아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뛰면 삼십 분이면 족하지만 그래도 뛰지 않고 걸으면 그 정도는 걸린다. 그곳에 갈 때마다 나는 뛰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다.

그곳을 걸을 때마다 하는 일이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이슬방울을 머금고 있는 예쁜 풀잎도 쳐다보았다. 운동기구 위에 몸을 올려놓고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흔들어 대는 사람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 모양의 앙증맞은 배도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겼던 일은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저 눈에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그친 게 아니라 그것을 되짚는 것이었다. 새벽에 운동하는 사람들은 밤에는 나오지 않는 걸까? 호수에 차 있는 물을 맑고 깨끗하게 할 수는 없을까? 호수 저 끝에서부터 이쪽 끝까지 다리 하나를 잇는다면 어떻게 될까? 이 곳 둘레를 바탕으로 충주시를 호수 위에 떠 있는 도시로 만들면 또 어떻게 될까?

별난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 스스로는 참 대견스러웠다. 발걸음을 뗄 때에 눈에 들어오는 사물과 사람을 보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그것을 달리 생각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자화자찬은 아니다. 발걸음과 생각을 달리 놓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 까닭이었다.

오늘은 2005년 마지막 날이다. 호암지 너머 저 멀리 뒷산으로 사라지는 태양처럼 끝자락에 서 있다. 이글거리는 태양 빛이 희뿌연 노을 빛 되어 시간 속에서 사라지고 있다. 호암지에 발 도장을 찍었던 내 걸음들도 저 태양 빛처럼 사라질 것이다. 내 흔적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러나 내년 2006년에도 호암지 위에는 이글거리는 태양 빛이 또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 때에도 호암지에 발걸음을 내 딛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나도 그들처럼 호암지 길 위를 어김없이 걷고 또 걸을 것이다.

다만 걸으면서 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생각하되, 올해보다는 좀더 깊이 생각할 것이다. 생각하되, 올해보다는 좀더 더딘 걸음걸이로 생각할 것이다. 생각하되, 올해보다는 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생각하되, 올해보다는 더 가치 있는 일을 생각할 것이다. 생각하되, 올해보다는 더 진지하게 생각할 것이다.

욕망에 찬 걸음걸이에 따라 단지 보이는 것만을 쫓는 어리석은 모습은 삼가고, 더욱더 깊이 생각하며 사는 내 년 한 해를 맞이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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