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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a77a2>웃고 2005년 한해 뜬 정치인. 왼쪽부터 이명박 서울시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자료사진)
웃고 2005년 한해 뜬 정치인. 왼쪽부터 이명박 서울시장,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천정배 법무부 장관, 정세균 열린우리당 당의장 겸 원내대표.(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이종호·남소연
2005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낸 정치인은 이명박 서울시장일 것이다. 이 시장은 '청계천 성공'을 기반으로 12월 중순의 여러 대선 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또 최근 <문화일보>와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가 정치전문가 106명을 상대로 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조사에서도 34.3%로 수위였다. 이미지가 아니라 청계천이라는 '업적'을 바탕으로 한 지지도 상승이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에 비해 지지도가 견고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올해는 홍준표 의원의 닉네임이 '저격수'에서 '스타의원'으로 바뀐 해다. 의도적인 병역기피를 막기 위한 '응징 법안'들을 잇따라 제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사람은 병역 의무를 마쳐야만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 개정안과 그 후속법안인 재외동포법 개정안,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홍 의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 리얼미터의 공동설문조사 결과 선호의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당내 서울시장 경선에도 출사표를 던진 홍 의원. 내년에도 여론이 홍 의원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 주목된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초선임에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의 중량급의원으로 성장했다. 노 의원은 'X 파일'정국이 교착되고 있던 상황에서 '삼성의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해, 교착상태이던 'X파일 사건'에 다시 불을 지폈다.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동생으로, 'X파일' 녹취록에서 삼성의 '떡값전달책'으로 지목된 홍석조 광주고검장을 겨냥해 '홍 고검장이 떡값을 받지 않았다면 형이 '배달사고'를 냈음에 틀림없다"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지난 15, 16일 한길리서치가 서울시민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적임자 조사'에서 7.1% 지지도를 얻어 강금실 전 장관, 이해찬 총리, 홍준표 의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0월 12일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사상 최초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그 대상이 '6·25는 통일전쟁, 맥아더는 분단의 책임자라고 주장한 강정구 교수였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일었다. 천 장관은 '국가정체성 훼손'사안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에 대해 '이념이 아닌 피의자 인권 보장'이라고 반박하면서, 국회에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맞부딪쳤다. 이 사건을 계기로, 천 장관 스스로 "대권 가능성이 높아지면, 도전하겠다"고 밝힐 만큼의 위상이 올랐다.

사립학교법 개정안 통과를 통해 뜬 정치인을 꼽으면 단연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겸 원내대표다. 이로인해 한나라당이 거리에서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테크노크라트 이미지가 강했던 정 의장은 명실상부하게 사학법 통과를 주도, '지리멸렬'분위기였던 열린우리당을 결속하게 만들었다. "아예 처음부터 정세균 체제로 갔으면 어땠을까 싶을 만큼 스마일('미스터 스마일'은 정의장의 별칭) 속에서 강단과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정 의장은 경제부총리, 재경부장관 등으로 입각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는 지우고 싶었을 2005년

김희선 의원에게 올해는 지우고 싶은 한해 였을지도 모른다. 정치적·도덕적으로 모두 치명상을 입은 해였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아버지가 1941년 가나이 에이치(金井英一)로 창씨 개명한 뒤 중국 유하현에서 독립군을 잡아 들이는 일본 만주국 특무경찰로 활동했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독립운동가의 손녀'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적극 활용했던 김 의원에게는 치명타였다.

여기에다 2002년 구청장 경선후보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달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와 9000만원을 추징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 놓였다.

전직 대통령들도 편치 않은 한해를 보냈다. 'X파일'로 전 정권 때 국가기관의 도청문제가 일파만파로 불거졌고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파도가 몰아쳤다.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검찰 수사로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상신세까지 지면서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국민의 정부 시절 도청 사실이 알려지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그 사람(DJ)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고 쏘아붙였지만, 약 한달 뒤 검찰이 문민정부 시절 일명 '미림팀'의 도청 사실이 발표되면서 겸연쩍게 됐다.

이철우(열린우리당)·조승수(민주노동당) 전 의원은 올해 의원 배지를 내놓아야 했다. 지난 해 말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해묵은 색깔론인 '간첩 암약설'로 곤욕을 치렀던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 법원의 당선 무효형 선고로 의원직마저 내놨다.

민주노동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2명중 하나였던 조 전 의원도 지난 9월 법원의 판결로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법원의 선고에 시민사회단체들은 '사법부의 의도적인 진보정당 죽이기'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자신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울산 북구 재선거 기간, 현대자동차 정문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제2의 조승수' 탄생을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던 조 의원은 최근 민주노동당 당 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내 제2의 도전을 시작했다.

<font color=a77a2>울고 2005년 한 해 진 정치인. 왼쪽부터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 곽성문·박계동·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울고 2005년 한 해 진 정치인. 왼쪽부터 김희선 열린우리당 의원, 김대중 전 대통령, 이철우 전 열린우리당 의원, 조승수 전 민주노동당 의원, 곽성문·박계동·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남소연
곽성문·박계동·주성영 의원은 폭언과 폭력, 추태로 입길에 올랐다. 곽 의원은 지난 6월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그 지역 상공인들을 향해 맥주병·양주병·접시 등을 던져 물의를 빚은 '맥주병 난투 사건'으로 한나라당 '추태' 계보를 이었다. 곽 의원의 '난투극'은 기사로 재구성돼 보도됐고 누리꾼들은 곽 의원에게 '조폭의원''난투의원'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급기야 강재섭 원내대표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공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7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구지역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얼굴에 맥주를 끼얹어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평통 특별대책위원회는 박 의원을 명예훼손과 폭력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열린우리당도 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올해 언론에 비친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원은 늘 침울했다. 평소 쾌활한 성격의 문 의원이지만 올해는 얼굴 펼날이 별로 없었던 듯 하다. 문 의원은 여당의 당 의장 자리에까지 올랐지만 임기 내내 당내 분란에 시달리며 중심을 잡지 못해 당 안팎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다 끝내는 10·26 재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초라하게 물러났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정치인들, 내년에는 어떨까

자칫 지옥으로 갈 뻔했다가 살아 돌아온 정치인들도 있다.

이광재 의원은 올해 몇 차례의 위기가 있었으나, 아슬아슬하게 넘어갔다. 지난해 총선에서의 선거법 위반혐의에 대한 5월 1심 재판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위험을 피했으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에 휘말렸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을 매개로 정권 차원의 게이트로 몰아갔고, 이 사건은 참여정부의 도덕성 문제로 확대되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1월 정대훈 특검팀 조사를 통해 면죄부를 받았다. 또 2002년 5월 삼성채권 6억원을 받은 것이 드러났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강원도지사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권철현 한나라당 의원은 올 6월 불법금품 수수혐의로 국가청렴위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악몽에 빠졌다. 자녀 결혼식도 예정된 상황이었다. 2001년 5∼11월까지 부산지역 환경관련 공사 수주 명목으로 2000만원, 거제도·부산항 관련 공사 수주 명목으로 2000만원 등 모두 4000만원을 받았고, 종로 광화문에 있는 유흥주점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권 의원에게 7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21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권 의원은 청렴위 해체를 요구했다. 멍에를 벗은 권 의원은 부산시장과 강재섭 원내대표 후임으로 원내대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때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인제 의원은 정치생명 자체가 끝날 뻔 했다. 2002년 대선 직전에 자신의 공보특보였던 김윤수씨를 통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5000만원을 선고받았을 때까지는 악몽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 2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고, 그는 살아났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정권이 자신을 죽이려 한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 의원은 중부권 신당인 (가칭)국민중심당 창당 작업에 나선 상태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대선주자 반열에서 탈락할 뻔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이 11월초에 1면 머리기사로, 검찰이 손 지사가 아파트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손 지사는 바로 그날 <한겨레>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 뒤 검찰은 손 지사가 인허가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그의 결백을 입증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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