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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경찰청 앞에서 단식농성중이던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향후 일정 등을 밝히고 있다.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경찰청 앞에서 단식농성중이던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향후 일정 등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허준영 경찰청장 사퇴는 사필귀정이다. 그러나 자기반성 없는 사퇴는 용납할 수 없다."

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농업의 근본적회생과 고 전용철·홍덕표 농민 살해규탄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는 "당연한 귀결"이라고 평가했다.

범대위는 이날 오전 두 농민 사망사건과 관련, 허 청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한 직후 경찰청 인근 서울 서대문역 7번 출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곳에서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던 범대위는 "농민사망사건의 현장 책임자 처벌과 기동단 해체, 농업의 근본적 회생 등을 위해 계속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 청장 사퇴, 농업 회생대책 위한 전기로 삼아야"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열린 범대위 기자회견에서 고 전용철씨의 유족인 용식씨가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농민 사망과 관련해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열린 범대위 기자회견에서 고 전용철씨의 유족인 용식씨가 "두번 다시 이런 불행한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범대위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허 청장 발언과 관련 "경찰 수뇌부의 인권의식과 책임 부재를 그대로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범대위는 허 청장이 주장한 평화적 시위문화 정착에 대해서도 "노동자·농민 등에게 가해지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고 국가공권력이 절제되어 집행되는 과정에서 수립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허 청장의 사퇴는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범대위는 ▲지난 11월 15일 농민시위에서 사망한 고 전용철·홍덕표 유가족에 대한 정부의 책임있는 조치 ▲부상자 보상 ▲구속 농민 6명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허 청장이 전용철씨 사망 35일째, 홍덕표 사망 13 째 되는 오늘에서야 뒤늦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심히 유감"이라며 "농림부 장·차관, 청와대의 농정관련 비서관 등이 교체되고 난 뒤에야 근본적 농업회생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31일 여의도에서 고 전용철·홍덕표 범국민장 치른다

허 청장이 사퇴하기는 했지만 범대위는 농민시위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책임자 처벌과 기동단 해체, 농업의 근본적 회생을 위한 대책 마련 등 요구조건이 아직 수용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범대위는 경찰청 앞 노상 단식농성은 이날부터 중단하지만 광화문 열린시민광장에서의 농성은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 3시에 열 예정이었던 제4차 범국민대회는 고 전용철·홍덕표씨 장례식 때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두 농민의 영결식은 31일 오전 11시 광화문 열린공원에서 열리며, 노제는 오후 1시 30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고 전용철씨 형 용식씨 "꿈을 저버려 안타깝다"

"꿈을 펼치고자 농사를 지었던 10년, 그 꿈을 저버린 데 대해 너무 슬프다."

지난 11월 15일 농민시위에서 숨진 고 전용철씨의 형 전용식(50)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29일 허준영 경찰청장의 사의 표명 소식에도 기쁘지 않은 듯 인터뷰 내내 눈물을 참느라 말끝을 잇지 못했다.

그는 "허 청장이 사퇴해도 많은 죄가 덮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어도 죽음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씨에 따르면, 고 용철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땅을 이어받아 10여 년 전 충청남도 제천으로 내려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가족·친지들의 만류에도 고 용철씨는 "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농사를 번창시키겠다"는 희망으로 귀향했다.

형 전씨는 "농사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이제야 꿈을 펼치려는데 죽어 안타깝다"며 "더 이상의 희생이 따르지 않도록 힘이 아닌 대화로써 싸우자"고 당부했다.

고 용철씨는 고 홍덕표씨와 함께 오는 31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범국민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오후 4시경 고 전태일열사가 묻혀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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