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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05년이 저물어 간다. 항상 연말에 따라오는 식상한 말이지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감하며 1년 동안 우리에게 지식과 정보, 재미와 감동과 더불어 때론 실망과 아쉬움을 안겨주었던 도서 시장을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자리를 마련해볼까 한다.

출판시장,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

도서 시장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출판 시장을 잠시 언급해 보자.

게임, 영화 등 대중매체에 밀려 점차 그 자리를 잃어만가는 출판 시장이지만 올해에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대되어 전세계에 한국 출판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며, 국내에서도 종합 책문화 축제인 제1회 와우북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 등 일단 대외적으론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바쁜 한 해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불황 속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더욱 심화된 한 해였다. 대형 및 온라인 서점의 경품 및 할인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은 지방 및 중소 서점들이 점차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출판사들 또한 소위 대형 메이저 출판사 위주로 매출이 집중되는 안타까운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소사장제도인 임프린트가 이에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그럼,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해를 보낸 2005년 도서 시장은 어떠했을까. 전체 도서 분야를 검토하기에는 기자의 역량뿐 아니라 시간 지면관계상 무리가 있는 바, 비중 있는 분야, 돌려 말하면 독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들을 선정, 마련해 보겠다.

해외 번역물 초강세... 여성 파워 돋보인 한국 문학

오늘 소개할 첫번째 분야는 다들 예상하셨듯이 문학 분야이다.

▲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
ⓒ 위즈덤하우스
2005년 문학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해외 번역물의 초강세'라고 할 수 있다.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대다수의 국내 온·오프라인 서점의 문학 베스트 1위는 탄 줘잉의 에세이집 <살아있는 동안 해야 할 49가지>였다. 다음으로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1>와 드라마 삼순이 열풍에 힘입어 초대형 베스트 셀러가 된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그 뒤를 잇는 등 국내 문학 작품들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 파워는 막강했다.

특히 판타지 계열의 소설들은 장르의 특성을 십분 발휘, 소위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재탄생하여 출판계와 영화계를 동시에 뒤흔들며 단숨에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에는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1~4>,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 더글라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등이 있다.

간과할 수도 있겠지만 작년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던 <다빈치 코드>의 영향으로 올해 역시 <히스토리안> <성 수의 결사단> 등 이른바, 팩션 소설이 여름 도서 시장을 이끌었다는 점 또한 놓쳐서는 안될 부분이다.

영미 문학권을 제외하고 일본 문학 또한 변함 없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시작으로 요시모토 바나나의 <불륜과 남미>,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 등은 그 저자의 명성 만큼이나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또 지난 해에 이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영향 탓인지 대중적인 연애소설들이 20대의 감수성을 자극하며 강세를 보였다.

제3세계 문학권의 약진도 눈에 띄는 한 해였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여섯 가지 사건>, 파울로 코엘료의 <오 자히르>,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 등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파울로 코엘료와 알랭 드 보통의 신작 뿐만 아니라 기존 작품들 또한 꾸준한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두 작가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물론 한국 문학 또한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5년 동인문학수상 작가인 권지예씨의 표절 시비 논란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은희경씨의 <비밀과 거짓말>,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김형경의 영상소설 <외출>, 김별아씨의 <미실> 등 한국 문학계의 여성 파워가 역시나 돋보였던 한 해였다. 특히 혜성과 같이 등장한 1980년생 김애란씨의 첫 창작집 <달려라 아비>는 올 한해 가장 주목해야 할 신인작가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의 세대교체 바람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성작가로는 시인 고은씨가 노벨 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된 것을 비롯하여 최인호씨의 <유림>, 김훈씨의 <개>, 이외수씨의 <장외 인간> 등 중견작가들의 노익장(?)이 과시된 한 해였디. 또 박민규씨의 <카스테라>, 김영하씨의 <랄랄라 하우스> 등 맛깔스런 글솜씨 또한 여전했던 한 해였다.

임파워먼트가 지배한 에세이 분야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오래된미래
마지막으로 에세이와 시 분야를 살펴보자.

에세이 쪽은 단연코 한마디면 충분하다. 그건 바로 '임파워먼트'. 이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가 아닌,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그러한 자신의 장애와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이른바 앤서니 라빈스의 베스트셀러 제목과도 같은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는 뜻.

윤선아씨의 히말라야 정복기 <나에게는 55cm 사랑이 있다>를 비롯하여 한비야씨의 월드비전 난민 구호 활동사를 담은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자랑스런 한국인 이승복 의사의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 분야는 '여전히 사랑 타령이냐'라고 하실 분들이 있으실지 모르지만 <모모>와 함께 삼순이 효과를 톡톡히 얻은 류시화씨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문학과지성사의 문지시선 300호 기념 시선집인 <쨍한 사랑 노래> 등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 초 첫 장편소설 <흉터와 무늬>로 잠시 외도를 하는 듯했으나, 7년 만에 3번째 시집 <돼지들에게>를 들고 나타난 최영미씨의 작품은 지식인 비판이라는 소재로 말미암아 한동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지금까지 2005년 한해 동안 주목 받았던 문학 분야의 도서들을 간단하게나마 정리해 보았다. 마무리로 이 중에서 나름대로 추천하는 도서들을 이어지는 기사에서 다시 한번 소개하며 마칠까 한다. 얼마 남지 않은 2005년의 끝에서 소중한 추억과 함께 기억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라면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위즈덤하우스(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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