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3일, 한국농아인협회 주최로 열린 '수어(手語) 차별 개선을 위한 세미나'
23일, 한국농아인협회 주최로 열린 '수어(手語) 차별 개선을 위한 세미나' ⓒ 윤보라
농아인협회 변승일 회장은 "수어(手語)는 농아인에 의해 만들어지고 농아인의 전 생애에 걸쳐 통용되고 있는 보편적인 언어"라며, "농아인이 인간답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모든 기초는 수어(手語)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언어로서 자리매김하는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변 회장은 "부모들이 자식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인공와우시술을 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이러한 인공와우시술을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는 것에 반대한다"며, "정부의 강력한 정책 하에 농아인의 정체성 확립과 보편적인 수어(手語)의 통용을 강력히 원한다"고 말했다.

"수어(手語)는 완벽한 언어"

이날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추진위원회 김칠관 부위원장은 "한국수화의 토착화 과정과 언어구조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한국수화는 언어의 보편적 특성인 음운구조를 지닌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며, "한국수화는 개방적 조어체계를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운용에서 열린체제를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국수화는 기본적으로 한국어의 어순과 같으면서도 다양한 변화와 wh-의문문을 통한 수화 통사론에 접근할 수 있으며, 수화의 의미구조가 모든 자연언어의 보편적인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한국수화의 생산적인 의미·어휘 분화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김 부위원장은 "이번 연구결과, 한국수화는 언어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을 다 갖추고 있었다"며, "수화는 단순한 손동작이 아닌 완벽한 언어"라고 강조했다.

인공와우시술에 대한 상반된 의견

이어진 주제발표로 나사렛대학교 국제수화통역과 안영회 겸임교수는 "인공와우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제품 내 정보를 살펴보면, 장치 시술의 위험이나 효과의 한계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한 회피하고 장치의 효과만을 부풀려 설명한다"며, "한국의 여건에서는 아직 인공와우시술을 시기상조이고, 그 효과에 대하여는 아직 기대치 이하이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아무도 예견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변승일 회장, 김칠관 부위원장, 안영회 겸임교수
왼쪽부터 변승일 회장, 김칠관 부위원장, 안영회 겸임교수 ⓒ 윤보라
이어 그는 인공와우시술의 단점으로 ▲인공와우시술 시 잔존 청력을 영구히 잃을 수 있으며, 내이의 신경 또는 청신경을 더욱 퇴화 시킬 수 있다 ▲안면 신경의 손상, 안면마비, 안면경직, 이명, 현기증, 통증, 미각 장애 및 손상, 감염 초래의 위험이 있다 ▲전극봉 전류에 의해 얼굴 경련이 일어날 수 있다 ▲ MRI 진단을 받을 수 없다 ▲휴대폰 등으로 인해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TV나 컴퓨터 모니터를 직접 만지면 안된다 등 많은 부작용 및 주의 사항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공와우시술에 대해 안 교수는 "인공와우 시술시 그 당사자가 자의로 원하는 것인지, 시술 후 거쳐야 하는 재활과정과 운용되어지는 프로그램에 대한 조사가 되었는지, 또한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고려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공와우시술을 국가가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할 사업대상인지, 그렇다면 시술을 받을 수 없는 농아인에 대한 형평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수어(手語)의 정체성을 가로막는 인공와우시술을 정부까지 나서서 무분별하게 청각장애아동이나 청각장애청소년 등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닌 타인에 이끌려 인공와우 시술을 권장하고 있는 실정은 이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한 청각장애아동 부모는 "어린아이에게 인공와우시술을 하면 아이의 선택권을 빼앗는 것이 아니냐는 논쟁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아동들의 언어발달시기가 7세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성인이 되어서 하는 것 보다는 어릴 때 시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아이는 인공와우시술을 한 지 3년 반이 지났고, 전혀 말을 못하던 아이가 이제는 건청인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며, "언어발달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가 어릴때 부모들이 인공와우시술을 하는 것은 아이의 선택권을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다양한 장애극복 방식이 존중되어야 한다. 인공와우시술을 한 장애인당사자와 장애인가족들의 선택도 존중되어야 하며, 수어(手語)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도 존중되어야 한다"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애를 극복하고자 하는 장애인과 장애인가족들을 부정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보청기와 인공와우시술은 청각장애 극복에 최선의 방법이고, 인공와우시술을 한 장애인 및 부모들의 모임 등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술로 인한 큰 부작용 사례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의 인공와우시술 권장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야하며, 또한 정부는 인공와우시술을 원하지 않는 농아인들에게 정책적인 대안 및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고 말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