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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사학재단의 집회 모습.
올해 12월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연 사학재단의 집회 모습. ⓒ 윤근혁
교육학에서 학교교육의 4주체라고 일컫는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에 한 번이라도 물어나 보기는 한 것일까. 사학재단의 학교폐쇄 으름장을 놓고 드는 의문이다.

2005년 연말, 사학재단의 초강수에 거리로 내몰릴지도 모를 학생과 이들을 자녀로 둔 학부모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학교폐쇄는 장난이 아니다. 220만 명에 이르는 사립 초중고 학생들의 운명까지도 뒤바꿀 수 있는 핵폭탄 급이기에 장난을 쳐서도 안 된다. 교육을 책임진 교장이나 사학재단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학재단은 자신들의 의견과 다를 경우 95년부터 학교폐쇄를 수시로 들먹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폐쇄 제1막 1장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95년에 이미 시작됐다. 그것도 스승의 날과 어린이날이 있는 5월이었다.

몇몇 사립학교들이 다른 것도 아닌 상속법 규정에 따른 증여세를 못 내겠다고 버티면서 첫 포문을 열었다.

다음은 95년 5월 25일 <조선일보> 37면에 나온 기사다.

"세무당국이 증여세를 요구하자 사립학교들은 '낼 돈이 없다'면서 '만약 국세체납으로 압류를 한다면 학교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때만 해도 학교 폐쇄 엄포는 개별 사학의 볼멘소리에 지나지 않았다. 사학법인협의회 차원의 집단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3년 뒤인 98년이다. 교원노조 허용과 학교운영위원회 설치가 사학 말살 정책이란 이유였다. 다음은 98년 12월 5일 <한국일보> 보도 내용이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 소속 법인이사장 1천명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교원노조 허용 등 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전면 철회토록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교원노조와 복수교원단체 허용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정부가 이 같은 요구를 외면할 경우 사립 중·고교의 문을 일제히 닫겠다'고 말했다."

교원노조가 99년 7월 합법화되었지만 아직 이 일 때문에 학교 문을 닫았다는 조사보고는 없다. 다음 해인 2000년 사립학교에서도 학교운영위가 의무화됐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색다른 점은 오히려 교육부가 학교 폐쇄 엄포를 사학재단에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한겨레> 2000년 3월 4일치 보도내용이다.

"한국사립중고교법인협의회는 '최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학운위 설치를 거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학협의회도 법 시행령의 위법성을 따지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법적으로 4월말까지 학운위를 설치하지 않는 사립학교에 대해선 폐교명령까지 단계적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교운영위 설치에 대해서도 사학재단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사학운영권 침해가 그 이유다. 현재 이 학교운영위원회는 전국 국공립학교는 물론 사립학교에서도 별 탈 없이 운용되고 있다.

'학교폐쇄론'이란 칼은 역시 사학법 개정을 놓고 번번이 휘둘러졌다. 2004년 11월 사학법인연합회는 "전국 사립중·고교 1603개교의 80% 이상이 재단 이사회를 열어 사립학교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자진 폐교하겠다고 결의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믿을만한 수치는 못 된다는 지적이다. 김행수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상당수의 사학재단이 이사들의 도장을 행정실이 맡아 이사회도 열지 않고 도장만 찍는 요식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령이사회'가 빈번하니 학교폐쇄를 결정한 이사회도 '무늬만' 이사회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올해 12월 20일 이번엔 사립학교 교장단체까지 나서서 학교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대한사립중고교교장회는 이날 긴급이사회를 연 뒤, 내년 2월로 예정된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차라리 말만하지 말고 제발 학교 문을 닫아라. 법에 따라 교육당국이 국공립화 해버리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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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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