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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새만금 간척사업 예정지인 옥구염전에서 머리위에 스칠 듯 낮게 날아가는 철새떼. 지난 2002년 모습.
전북 군산 새만금 간척사업 예정지인 옥구염전에서 머리위에 스칠 듯 낮게 날아가는 철새떼. 지난 2002년 모습. ⓒ 오마이뉴스 권우성

'새만금 논란'은 언제 끝날 것인가? 못박을 수 있다. 내년 4월 24일이다. 정확히 말하면 1차 논란이 끝나는 날이다. 아울러 2차 논란이 개시되는 날이기도 하다.

농림부는 내년 3월 24일 물막이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1년 중 조수 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이 때에 총 연장 33km 중 마지막 남은 2.7km 물막이 공사를 재개해 한 달 만에 끝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정표는 서울고등법원이 짠 게 아니다. 항소심 판결 여부와는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이었다. 서울고법의 항소심 판결은 단지 이 일정표에 확인 도장을 찍어줬을 뿐이다.

내년 4월 24일까지 물막이 공사... 2차 논란이 시작된다

새만금 공사재개 판결이 내려진 21일 오후 정부종합청사를 찾은 계화도 주민들이 경찰의 제지로 농림부로 못들어가게 되자 철조망에 매달려 있다.
새만금 공사재개 판결이 내려진 21일 오후 정부종합청사를 찾은 계화도 주민들이 경찰의 제지로 농림부로 못들어가게 되자 철조망에 매달려 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물막이 공사가 완료돼 바다가 육지가 돼 버리면 갯벌 보존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던 1차 논란은 실효성을 잃어버린다. 이미 완공된 방조제를 다시 허물자는 주장이 제기되기 어렵고 설령 제기된다 하더라도 '몽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물론 대법원이 물막이 공사 재개 이전에 확정 판결을 내려준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대법원의 그간 걸음걸이를 봐서는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소송 자료만도 1만5천쪽이 넘는다. 1심 기간은 3년, 2심 기간은 8개월이었다.

상황이 이대로 흘러가면 4월 24일을 기점으로 논란은 새 국면을 맞게 된다. 갯벌 보존 여부가 아니라 간척지 활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빚어질 것이 뻔하다.

농림부는 일단 간척지 용도가 농지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전라북도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이 어제 판결을 내리자마자 강현욱 전북지사는 이 곳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만 타이베이 파이낸셜센터(508m)보다 높은 다목적 타워를 세우겠다며 구체적 사업계획은 내년 1월 초순에 밝히겠다고 했다. 강 지사의 시선이 농지 저 멀리에 가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새만금 간척지를 상대적으로 낙후된 전라북도의 개발 디딤판으로 삼겠다는 현지의 '희망'을 정부와 정치권이 내치기에는 부담이 크다. 방폐장 유치 문제로 부안과 군산이 홍역을 치른 마당에 또 다시 개발의 호기를 앗아가 버린다면 현지 민심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겐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어제 서울고법의 판결이 나온 직후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정당들이 일제히 환영 논평을 내놓은 배경도 이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특히 정부여당의 부담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부안과 군산의 방폐장 홍역이 모두 현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현상이었던 점, 호남지역에서의 열린우리당 지지율 낙하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전라북도의 '희망'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농림부도 일단 농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여지를 남기고 있다. 김달중 농림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진행 중인 용역 결과가 나온 뒤 이를 바탕으로 정부 안에서 여러 가지 협의절차를 거쳐 (간척지 용도가)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만금에 공장이 선다고 전라북도 경제는 발전할 수 있을까

21일 새만금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강현욱 도지사와 관계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21일 새만금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강현욱 도지사와 관계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 전북도청
그렇다고 치자. 정부 여당이 주도하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에서 새만금 간척지를 농지 이외의 용도로 전용한다고 치자. 그럼 전라북도 경제는 발전하는 걸까?

현지에서는 관광사업이 운위되고 있지만 이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고용을 창출해 '도부(道富)'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이게 가능할까? 정부나 전라북도가 내놓을 개발계획을 들여다봐야 결론이 나겠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엄존하고 있다.

정부는 얼마 전 수도권 규제를 풀었다. 공장 신·증설을 단단히 묶어놨던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사실상 완화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가 나오기까지에는 물론 수도권에 공장을 짓고자 하는 기업의 오랜 바람과 로비가 작용했다. 지방으로 가기 싫어하는 기업의 집요한 공세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끌어냈다는 애기다.

상황은 이렇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전체 면적의 절반에 달하는 새만금 간척지에 공장이 들어서고 고용이 창출될 수 있을까?

목포항과 서해안 고속도로 등을 끼고 있어 물류경쟁력을 갖춘 대불공단의 상당수 땅이 나대지로 남아있던 현상이 새만금 간척지에서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이 있을까?

또, 새만금 간척지보다 입지여건이 좋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자본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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