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삼국지를 보다> 책 표지
<삼국지를 보다> 책 표지 ⓒ 루비박스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회화적 표현의 교집합으로 <삼국지>를 살펴본 것은 <삼국지>가 가장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홍루몽>이, 일본에서는 <수호지>가 더욱 인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삼국지>만큼 동아시아 삼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또 영향을 끼친 작품을 찾기 힘들다."(<삼국지를 보다> 320쪽)

따로 부연 설명을 곁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삼국지>는 유명하다. 정사(正史)든 소설이든 삼국지의 기본적인 내용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이런 탓에 <삼국지>에 대한 책들도 끊임없이 발간된다. 아이들을 위해 만화나 극화로 만들어지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 뒤집어보거나 다르게 읽거나 하룻밤에 읽을 수 있는 삼국지 책도 나오고, 요즘처럼 '성공'이 세간의 으뜸가는 화두일 때에는 조조의 카리스마 경영이나 제갈량의 인재 활용법을 배우기 위한 책도 등장한다.

대충 엇비슷해 보이는 수많은 삼국지 관련 책 중에서도 이 책 <삼국지를 보다>는 기존의 삼국지 관련 도서와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삼국지를 보다'라는 제목에 걸맞게 130여개의 컬러 그림이 책을 가득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여느 삼국지 관련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동아시아 삼국의 <삼국지> 그림이 책 속 가득 펼쳐진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삼국지를 배경으로 그려진 이 그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즐거움을 제공한다.

조선시대 삼국지를 배경으로 그려진 궁중 서화나, 같은 시대 민화에 그려진 삼국지 그림의 차이, 같은 시대 중국과 조선의 그림이 그렇게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데 비해, 일본의 삼국지 그림은 아주 독창적으로 발달해감을 보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그림은 아주 일본적이며 강렬하다. 유안이 유비를 위해 자기 아내를 도륙하는 장면은 섬뜩하다.

중국의 현대화가 유생전의 수채화 그림은 아름답다. 조선 민화에 표현된 삼고초려는 몽롱한 느낌을 주는 반면 조선 후기 민화에 관우의 위용에 위축된 조조군으로 등장한 일본 순사들은 우스꽝스럽다. 이 밖에도 삼국지를 보는 재미는 가득하다.

저자는 이런 그림들과 함께 삼국지를 다른 시각으로 보기를 시도한다. 인재를 중요시 한 조조의 기록, 애처가로서 여포의 면목이나, 삼고초려가 정말 세 번의 방문이었을까 하는 등 다르게 보기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시도가 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일관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5장 '<삼국지>와 그 그림들'의 관점으로 기술된 부분들이 많아 그림을 읽는 재미는 살아있는데 5장이 바로 저자의 전공분야에 해당한다.

이 책이 지금껏 보지 못한 형태의 <삼국지> 책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그림은 일반인이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삼국지 그림임에 틀림없고 이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는 저자의 필력 또한 신선한 것이기에 이 책은 생명력을 지닌다.

다만 한 가지 고집스러운 아쉬움을 덧붙이자면, 인문 서적의 범주에 드는 서적에 '찾아보기'나 '도판순서'가 전혀 없어서 다시 원하는 문구나 인물, 혹은 그림을 찾아보려면 책을 애써 뒤적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독자의 개인적인 노력으로, 혹은 출판문화의 성장을 통해 앞으로 차차 해결될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삼국지를 보다: 인문과 그림으로 본 한·중·일 삼국지의 세계>

저자 : 김상엽
출판사 : 루비박스(2005)


삼국지를 보다 - 인문과그림으로 본 한.중.일 삼국지의 세계

김상엽 지음, 루비박스(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