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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밤 방송된 황우석 교수의 난자 줄기세포 관련한 MBC PD수첩 방송화면.
ⓒ MBC화면

검증이 필요한 게 하나 더 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다. 줄기세포 논문 진위공방에서 묻어나오는 '파편'들에도 적잖은 의미가 담겨있다. 일단 '파편'부터 모으자.

<조선일보>는 오늘, 줄기세포 논문 진위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방식을 비판하는 기사에 이런 구절을 포함시켰다.

"국정원은 MBC 측이 취재를 끝낸 뒤 보도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사실을 보도(11월 22일) 2~3주일 전에 알았고, 이를 청와대 비서실에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이 정보 보고하고 청와대가 압력 가했다면...

이 보도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두 가지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다.

첫째, 국정원이 아직도 언론사 동향을 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정원이 보도 2~3주 전에 파악한 내용은 MBC의 내부동향이다. MBC 안을 들여다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물론 황우석 교수팀에 대한 보안 관리를 담당한 국정원이기에 연구팀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그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국정원이 MBC의 내부동향을 입수한 시점은 10월 말~11월 초다. 섀튼 교수가 황 교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기 두 주 전이고, 황 교수팀이 < PD수첩 >의 '수사식 취재'에 골머리를 앓다가 김형태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에 따라 줄기세포 DNA검증이 이뤄지기 삼주 전이다.

황 교수팀이 MBC 내부동향을 간파해 국정원에 정보를 넘겨줄 정도였다면 일단 지켜보는 게 상례다. 방송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둘째, 국정원이 입수한 정보가 청와대 비서실에 보고됐다는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국정원장의 주례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지금도 이 선언은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태에서 국정원이 파악한 '언론사 동향'이 비서실에 보고됐다.

국내외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이는 곳이 청와대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원장 주례보고 거부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국정원이 청와대 비서실에 보고한 행위 자체를 뭐라 탓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비서실로 집적된 정보가 어떻게 활용됐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증언이 있다. 김형태 변호사의 증언은 청와대가 < PD수첩 >의 방송을 막기 위해 전방위로 로비와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김형태 변호사가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최문순 사장을 앉혀놓고… '청와대에서 방송하지 말라는 주문이 온 적이 있는가, 몇 번 왔는가'라고 물었더니 최 사장이 '간접적으로 여러 채널에서 왔지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가 정부 쪽에도 확인한 결과 수십 채널로 그런 압력이 들어간 것 같다."

김형태 변호사의 증언은 지난 5일, 즉 MBC의 협박취재 사과성명이 나온 다음 날 노무현 대통령이 한 발언과 맥이 닿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에 대한 검증문제는 이 정도에 정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지난 11월 27일자 <청와대브리핑>에 실린 노무현 대통령 기고. 노 대통령은 여기에서 "처음 취재방향은 연구자체가 허위라는 것이었"고 기자들의 태도가 위압적이고 협박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참여정부 언론정책과 배치되는 구태... 진짜일까?

줄기세포 논문 진위논란이 증폭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수십 채널로" 압력을 가한 게 맞다면 이는 명백히 참여정부의 언론정책과 배치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초기 언론사를 상대로 로비를 하지 말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른바 '위스키 앤 캐시'로 상징되는 전임 정부의 대언론 조율관행을 끊고,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소송 등으로 당당히 맞서라는 주문이었다.

<조선일보>의 보도와 김형태 변호사의 증언을 종합하면, 국정원은 언론사 동향을 파악하고, 청와대는 사전에 보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행태는 이전 정부의 언론정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구태요, 참여정부가 지금껏 주장해온 새 언론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물론 단정하긴 어렵다. 현재로선 관련 정보의 신뢰도가 약하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알려졌다"로 끝났고, 김형태 변호사의 증언도 "~하더라"와 "~ 것 같다"로 끝맺고 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첩보 수준이다.

게다가 MBC에 대한 로비 또는 압력 부분에 대해서는 청와대나 MBC 모두 부인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MBC 고위관계자는 "걱정해주는 전화는 무수히 많았지만 청와대에서 압력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검증이 필요하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래서 참여정부가 전임 정부의 구태를 답습했는지, 대국민 약속을 저버렸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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