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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비용 마련했습니다

고가의 특수 맞춤형 휠체어 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경기도 안산 사동에 사는 뇌병변 1급 장애인 희수(5) 이야기와 희수를 돕겠다고 나선 개그맨 김정식씨 인터뷰가 <오마이뉴스>에 나간 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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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손자한테는 이 휠체어가 꼭 필요해요"


▲ 뇌병변 1급 장애아 희수(5), 독자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으로 드디어 희수 휠체어 비용을 마련했습니다.
ⓒ 윤태
우선 기쁜 소식은 희수 휠체어 비용 420만 원을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19일 현재 <오마이뉴스>에 올라간 희수 관련 3개 기사에 독자 112명이 175만 4천원의 '좋은기사원고료'를 보내주셨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원고료 전액을 휠체어 비용에 보탤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장애인 방송인 사랑의 소리 방송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정식씨 쪽에도 휠체어 비용을 지불하고도 서너 달 치 월세 비를 낼 수 있을 만큼의 꽤 많은 성금이 모아졌습니다. 또 <오마이뉴스> 기사 이후 김정식씨가 직접 디자인해 가슴에 안고 있던 희귀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인형을 구입하겠다는 주문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모 TV 홈쇼핑 ○○팀에서는 약 4500만원 어치의 인형을 구입해 장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먼저 좋은기사원고료를 주신 독자, 시민기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익명으로 도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대전에 사는 어떤 분은 '행복한 가족들' 이라는 이름으로 희수 휠체어 비용에 보태달라고 가족들이 정성을 모아 100만원을 보내주시며 제게 격려의 전화를 주셨습니다. 몇 번이나 성함을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이름을 알고 싶어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를 보고 두 번이나 전화를 걸어 여직원에게 성함을 물었으나 그 분이 원치 않기에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아쉬웠지만 그분의 성의만 마음 속에 간직해야 했습니다.

▲ 희귀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인형을 구입하고 싶다며 제 미니홈피에 많은 분들이 문의를 하셨습니다.
ⓒ 미니홈피 캡쳐
그런가 하면 '야옹'이라는 닉네임을 쓴 <오마이뉴스> 독자는 '희수 파이팅'이라는 멘트와 함께 한 번은 아쉬웠는지 두 번에 걸쳐 원고료를 올려주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쪽지, 이메일, 미니홈피 등을 통해 희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분들이 많아 아주 바쁜 한 주를 보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모아주신 정성은 오는 23일 김정식씨,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의 박인규 피디, 저 이렇게 셋이 대표로 산타 복장 등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고 희수네 집을 찾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전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희수 기사를 쓰는 동안 도움을 주시는 다른 한 분의 따뜻한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위에도 잠깐 언급이 됐지만 모 홈쇼핑 ○○팀의 과장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미담이 있습니다

'방송 그립지 않아요. 지금 이대로가 행복해요'라는 제목으로 '밥풀떼기' 김정식씨 인터뷰가 나간 13일 저녁, 모 홈쇼핑 ○○팀의 ○○○과장이라는 분이 쪽지로 "김정식씨가 디자인한 인형을 대량으로 구입하고 싶은데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알고 싶다"며 저와 통화를 원했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많은 대기업에서 늘 하는 것처럼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과장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장님은 김정식씨 인터뷰를 비롯한 희수 휠체어 관련 기사를 뽑아 놓고 ○○팀 내부에서 몇 시간에 걸쳐 희수를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고 제게 연락을 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갑자기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 과장님 얘기인 즉, 인형을 대량으로 구입해 홈쇼핑 판매물건에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방법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식씨가 그 홈쇼핑에 잠깐 출연해 희귀 난치병 어린이 돕기 위한 인형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는 방법도 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장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무척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혹시 김정식씨를 이용해 자사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즉, 상업적인 이용으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원치 않는다면 김정식씨가 홈쇼핑에 나오지 않고, 또 희귀 난치병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인형만 대량 구입해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어떤 경우든지 제 의견을 전적으로 따라 희수와 김정식씨가 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순수하게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지난 12일 김정식씨와의 인터뷰. 그가 인형을 안고 다니는 이유는 그것을 안고 있으면 따뜻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는 인형들을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윤태
모 홈쇼핑 과장님의 진심을 알았습니다

이 문제를 더욱 구체적으로 상의하기 위해 공덕동 사랑의 소리 방송 건물에서 만나기로 한 지난 15일 저녁, 그곳에 주차할 공간이 있느냐고 묻던 그 홈쇼핑 과장님은 제가 지하철로 간다고 하자 자신도 차를 놓고 나온다고 했습니다. "날씨도 시원한데 걷는 것도 좋다"며 웃는 그 과장님의 목소리에서 상대를 배려하는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 7시, 5호선 공덕역에서 그를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의 소리 방송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가 한 가지 부탁을 했습니다.

"저기, 윤 기자님, 혹시 이거 기사 나간다면, 이니셜 말고 꼭 '모 홈쇼핑'이라고만 써 주세요. 아니, 홈쇼핑은 아예 언급 안 해도 상관없어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김정식씨 인터뷰 때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 골방 같은 식당에서 순두부국, 통에 담긴 김치, 생선 한 조각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 정도 분위기면 외식을 할만도 한데 김정식 씨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장애 아이들과 마주 앉아 밥을 먹어야 나중에 익숙해지고 진정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반찬이 없어 미안합니다" 등의 말은 굳이 필요 없었습니다. 누가 잘 나고, 못 나고 할 것 없이 이곳은 장애인과 한 몸, 한 마음이 되어 생활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식사를 하는 30분 동안 희수와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방안이 제시되고 구체화됐습니다. 정상적으로 하면 한 달 정도 걸리는 인형 대금을 상황이 급한 만큼 바로 전달해줄 수 있도록 조치한다고 과장님은 설명했습니다. 또 김정식씨가 디자인한 인형은 중국에서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인형 공장에서 수입하고 대량 수입에 따른 모든 비용과 절차를 모 홈쇼핑에서 맡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과장님은 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알려주면 아동 도서, 교구 등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장애인, 희귀 난치병 어린이 돕기 등 김정식씨가 하는 모든 일에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우리는 이후 구체적인 지원방안과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잘 돼 김정식씨가 계획하고 있는 무균실 놀이방 건립도 힘이 실리게 되었습니다. 또 확인 결과 희수네가 1년치 이상 방세가 밀려 방을 빼 달라는 주인집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한 번도 방세를 낸 적이 없고 처음 들어올 때 맡겼던 보증금 300만 원을 열 달치 방세로 몽땅 날린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밀린 희수네 방세를 갚고 조그만 전셋집을 얻어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는 한편, 지역사회 복지와 연계해 희수 할아버지에게 건물 경비 같은 일자리 제공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희수와 그의 형 희우에게는 외롭지 않도록 대학생 봉사자들로 하여금 형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30분만에 우리는 희수와 난치병 어린이 돕기 논의를 끝내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로 1시간 30분을 보냈습니다. 날도 추운데 사무적인 일이 끝나면 곧장 일어나야 하겠지만 각자 가슴 속에 간직한 훈훈한 이야기를 꺼내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10년 동안 치매를 앓다 100세를 일기로 세상을 뜨셨다는 모 홈쇼핑 과장님의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니 현재 치매를 앓고 위독한 상태에 계신 김정식씨 어머니 일이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사무적이라기보다는 장애 아이들을 돕기 위한 자원봉사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모 홈쇼핑 과장님의 경우, 이번 희귀 난치병 어린이 돕기를 추진함에 있어 전사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인 생각이 확대돼 ○○팀 자체에서 돕기로 했다는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연말에 "○○회사 불우이웃 돕기에 몇 십억 기부"라며 신문에, 인터넷에, TV뉴스에 나오는 것도 좋지만 비록 몇 십억은 아니지만 이름을 숨겨가며 팀 자체에서 지속적으로 불우 아이들을 돕겠다고 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희수 휠체어 관련 기사를 쓰면서 여태껏 썼던 400여건의 다른 기사보다 더 보람을 느꼈습니다. 마음이 따뜻한 많은 분들의 마음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한푼 두푼 좋은 기사 원고료가 올라갈 때마다 희수네의 희망도 올라갔고 희망이 극대화 돼 휠체어 비용뿐 아니라 포근한 보금자리까지 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습니다. 즉 우리 모두의 마음과 마음을 더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습니다.

▲ 김정식 씨와 라디오 21의 '땡구라미 PD' 박인규 씨(가운데), 모 홈쇼핑 과장님(오른쪽)이 함께 모여 인형을 가운데에 놓고 희수 및 희귀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회사명과 얼굴, 이름의 성 조차도 노출시키지 말아 달라는 부탁에 따라 부득이 과장님은 모자이크처리 했습니다.
ⓒ 윤태

덧붙이는 글 | 김정식 씨는 장애인 방송인 '사랑의 소리 방송' 본부장(직급은 심부름꾼)을 맡고 있으며 바로 옆 건물 '라디오 21'에서 '김정식의 밤의 대통령' 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월-금요일 11:00시-12:00시까지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밤의 대통령' 역시 장애인 위주의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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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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