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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 <말아톤>의 흥행성공, 가수 강원래씨의 재기활동에도 불구하고 방송 속의 장애인 이미지는 여전히 천편일률적이고 전근대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5일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에서의 장애인 인권실태와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공중파방송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오락, 보도ㆍ시사, 교양프로그램 속에 장애인 이미지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 방송 속의 장애인 이미지가 여전히 온정주의적이고 전근대적 시각에 머물려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복지타임즈
드라마 - 장애는 업보

'열여덟 스물아홉', '변호사들', '그 여름의 태풍', '프라하의 연인'을 모니터한 드라마 분야에서는 우선 남녀차별적인 시각과 고정관념이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남성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나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성격 내지 꿈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는 등 일부 긍정적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 반해 여성장애인은 등장 자체도 드물 뿐만 아니라 등장하더라도 청순가련형 내지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었다.

또 '프라하의 연인'의 윤규(윤영준 분)의 예에서 보듯이 장애인은 감정기복이 없고, 남성도 그렇다고 여성도 아닌 무성(無性)의 캐릭터로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등 장애인들은 여전히 착하고 나약하고 의존적이고 갈등의 원인제공자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 여름의 태풍'이나 '열여덟 스물아홉'과 같은 작품은 기본 설정자체가 장애를 죄의 대가나 업보로 설정하고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보다는 장애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키는 연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오락분야 - 구색 맞추기의 한계

▲ 의욕적으로 시작했지만 조기종영으로 끝난 '신동엽의 D-day'. 장애인 이창순 씨를 공동 MC로 내세웠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부족과 자질부족으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 MBC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신동엽의 D-day', '진호야 사랑해', KBS '폭소클럽'의 '바퀴달린 사나이' 등을 모니터한 오락 분야에서는 장애 특성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거나 장애인 인권 침해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장애에 대한 정보와 함께 웃음을 주려는 접근은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지만 '진호야 사랑해'처럼 스무 살 청년을 대상으로 개인 일기장 공개, 목욕탕체험 등의 방영은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개그맨 등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바퀴달린 사나이'의 경우는 신선한 시도에 반해 개그맨인 박대운씨의 능력 미흡, 그리고 제작 지원 부재로 실패한 케이스. 개그프로그램의 기본요소인 '웃음'은 보이지 않고 '강요된 교훈'만이 존재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동엽의 D-day'에서 공동 MC로 발탁된 이창순씨의 경우도 '안녕하세요', '다음주에 뵙겠습니다'의 두 마디가 전부였을 정도로 자질 부족과 함께 구색 맞추기에 전락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그쳤다.

보도ㆍ시사분야 - 온정주의적 이미지의 재확인

보도시사분야에서의 장애인 이미지는 더욱 심각했다. 우선 방송3사의 장애인 관련 보도는 전체 기사의 1%에도 못 미쳤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의 요구에 대한 관심과 요구를 정확히 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 방송 3사는 수영의 김진호 선수(자폐) 이야기만 비중 있게 다룬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또한 휠체어 장애인 양궁선수를 풀 샷으로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휠체어장애인임을 부각시킨다든가, 절단장애인의 절단된 팔, 휠체어바퀴를 밀거나 전동휠체어의 조이스틱을 조작하는 손 등을 클로즈업한다든가, 장애발생 당시의 사연 등을 물어봄으로써 눈물을 유도하는 행위 등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제공하거나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연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잦은 클로즈업, 느린 화면, 애절한 음악 등의 잦은 노출도 장애인은 약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며, 언제나 선하다는 전형적인 온정주의 이미지를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양 분야 - 편성시간대의 열악성

'사랑의 가족', '희망풍경'을 모니터링한 교양 분야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장애에 관련한 문제나 이슈들을 풀어가는 점에서 제작진들의 노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 역시 지나치게 장애를 부각하는 카메라 기법을 사용한다는 점과 '사랑의 가족'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후 4시, '희망풍경'이 토요일 오후 6시대로 시청률이 낮은 시간대에 편성되어 시청률 지상주의에 묶여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심승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방송모니터회원은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해볼 때 이런 왜곡되고 부정적인 장애인 이미지는 시청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이는 사회적 소수계층인 장애인들의 삶을 더욱더 위축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며 ▲장애인 당사자와 제작진과의 공식적인 소통구조 확립 ▲방송에서의 장애인의 실질적 참여 ▲장애인 인식교육의 사회적 확대 ▲지표나 가이드라인을 통한 방송제작 풍토 개선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복지타임즈 www.bokjitimes.com 12월 16일자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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