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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의 불법매각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위원회 박대동 금융정책1국장이 최근 매각 불가피성을 역설하는 기고문을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공개했다. 또 노무현대통령이 박 국장의 글에 대해 의혹 해소을 바라는 댓글을 달면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외환은행 불법 매각의혹을 꾸준히 지적해온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인 이찬근 교수(인천대)가 박 국장 기고글에 대한 반론성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주>
외환은행 불법매각에 대한 국회 차원에서의 의혹이 증폭되자, 금융감독위원회 박대동 금융정책1국장은 국정브리핑 사이트에 글을 올려 매각 당시의 상황논리를 들어 매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고,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금감위의 수습 진화 노력을 격려하는 듯한 댓글을 달아 화제가 되고 있다.

본인이 공동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2004년 가을부터 본 사건에 대한 중대한 의혹을 갖고 소송과 캠페인을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주관하는 관련기관 문서검증 작업에 참여해 새로운 의혹의 단서를 포착하기도 했다.

이에 KBS 1TV는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문 변호사인 고형식씨가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문건에 기초해 금감위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외환은행을 부실은행으로 판정했는지 불명확하다는 점, 나아가서는 혹여 매수측인 론스타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정KPMG 회계법인을 통해 조작한 부실추정자료를 일체의 진위 파악 노력없이 그대로 수용했을 가능성을 보도한 것이다.

본인은 본 기고문을 통해 왜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 사건을 단순한 정쟁 차원이 아니라 국가기강의 문제로서 중시해야 하고, 따라서 사건의 진상파악에 적극 협력해야 하는가를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 금감위 박대동 국장의 해명 문건은 나름대로의 상황논리로 잘 포장되어 있으나,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제기해온 부실근거에 대한 원천적인 의혹에 전혀 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환은행을 그대로 놔두면 BIS(자기자본비율)가 2003년말 경에는 6.2%로 추락할 것으로 금감위는 단정했는데, 왜 비슷한 시점에 외환은행 이사회에 보고된 BIS 추정치인 9.3%와 중대한 차이가 나는 것인지, 6.2%의 추정치는 어떤 기관에 소속한 어떤 자에 의해 제작된 것이며, 그 자는 어떤 밑자료에 근거해서 추정치를 뽑았는지에 대한 일체의 해명이 없다.

투명한 금융감독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금감위가 이러한 기초적 사실 확인도 없이 스스로 현행 은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매우 큰 매각 건을 졸속 결정했다면 이는 최소한 국가기구가 자행한 도덕적 해이와 직무유기의 사태로서 중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졸속 행정에 의한 단순 사건으로 접고 가기에는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너무도 많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다는 점은 론스타 자신을 포함해 만 천하가 다 알고 있었는데 론스타는 매각결정 1년 전부터 이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왔다는 점, 론스타 이외의 다른 투자자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근거가 아무런 자료로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

당초 외자유치가 협상의 목적이었는데 어느 시점에서인지 경영권 매각으로 성격이 돌변했고, 매각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론스타 측을 자문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정KPMG 회계법인에 전직 재경부장관인 이헌재씨와 진념씨가 각기 고문으로 취임해 있었다는 점,

론스타와의 매각협상이 외환은행 이사회에 일체 보고되지도 않고 전혀 논의되지도 않았던 상황에서 김진표 당시 재경부 장관은 론스타에로의 매각 가능성을 불름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격 발표했다는 점, 외환은행 이사회의 회의록을 보면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정문수 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론스타 매각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이강원 당시 행장(현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이달용 당시 부행장의 빠져나가기식 안건 처리를 측면 지원했다는 점,

감독당국인 금감위가 매각의 최종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당시 금감위원장이었던 이정재씨와 재경부측 금감위원이었던 당시 김광림 재경부차관이 회의에 불참했다는 점, 의사결정에 주춤하던 금감위를 상대로 재경부는 공문을 보내 매각 결정을 재촉했으며, 이때 재경부의 당시 금융정책국장인 변양호씨(현 보고펀드 대표)와 재경부 출신으로 당시 금감위 경제정책국장을 맡고 있던 김석동씨(현 재경부 차관보)가 긴밀한 의사소통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었다는 점 등이다.

셋째, 이러한 의혹에 비추어 볼때 졸속을 강제한 파워엘리트 집단의 은밀한 담합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필요로 한다. 외환위기 이후 이 땅의 고위 공직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허가권 혹은 매각권한을 이용해 해외의 투기자본에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과 대기업체들을 속속 헐값에 매각한 바 있다.

이런 매각의 과정은 결코 투명하지 않았을 뿐만아니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력을 전적으로 결여하고 있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외환은행 불법매각사건에 주목하는 까닭은 바로 외국자본과 국내 파워엘리트 간의 위험천만한 결탁 유착에 의한 부정한 먹이사슬의 구조가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재벌과 파워엘리트간의 유착관계로 인해 많은 좌절감을 경험한 바 있으나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닌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 빚어진 한국경제의 대대적인 개방과 함께 부정부패의 고리는 해외투기자본과 권력엘리트간의 유착으로 확대재생산 되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찬근 교수
이찬근 교수
주지하듯이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정부도 자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투기펀드에게 공공성이 지극히 높은 전국적인 규모의 은행을 매각한 사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만든 은행법을 스스로 어기면서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매각했고,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론스타에 매각하기로 이미 작전계획이 짜여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또한 이런 무리수를 가능케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부실의 정도를 조작 위장했다는 가능성이 의혹의 수준을 넘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사태를 무마하는 방식으로 본 사건을 처리해서는 안된다. 어차피 노무현 정부가 한국 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는 한국사회의 제 모순을 가감 없이 까밝히는데 있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는 분열과 대립이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지만,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어차피 차기 정권의 과제인지도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본 사건의 명확한 진상규명을 지시하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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