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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목장 입구의 계곡 설경이 눈부시다
대관령목장 입구의 계곡 설경이 눈부시다 ⓒ 김정수
겨울에는 많은 이들이 눈꽃을 보러 여행을 떠난다. 그 눈꽃 여행의 백미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평창의 삼양대관령목장이다. 삼양대관령목장은 해발 850~1470m의 강원도 대관령 일대 약 600만평의 고산 유휴지를 개척하여 초지로 일구어 놓은 곳이다.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2리에 자리한 이곳은 소황병산(1430m)과 매봉산(1173m), 선자령(1157m) 아래쪽에 드넓게 펼쳐져 있다. 소황병산은 자동차로 산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이곳은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4륜구동만 가능)

삼양대관령목장은 25km의 주도로와 120km에 이르는 비포장된 목장도로로 이루어진 방대한 지역이라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매표소에서 나누어 주는 안내도를 잘 숙지하고 다녀야 한다.

드라마 <가을동화>가 촬영된 은서, 준서 나무
드라마 <가을동화>가 촬영된 은서, 준서 나무 ⓒ 김정수
4륜 구동이 오프로드를 즐기기에 제일 좋으며, 승용차일 경우 소형차가 좋다. 겨울에는 목장을 뒤덮고 있는 순백의 눈꽃이 장관을 만들어내어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드넓은 대지 위에 펼쳐진 순백의 광장은 그 이국적인 정취로 인해 한국의 알프스에 비견된다. 야트마한 언덕에서는 천연눈썰매를 타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목장 입구에서 목장으로 연결되는 도로 옆으로 난 계곡이 눈으로 덮인 풍경 역시 이국적으로 다가온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계곡은 한편의 수묵화처럼 담백하다. 길게 이어진 새하얀 계곡은 군데군데 눈을 비집고 나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가느다란 물줄기로 인해 간신히 계곡임을 알아차리게 한다.

필자가 2003년 3월에 방문했을 때도 1m가 넘게 내린 폭설로 인해 제대로 둘러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가을동화가 촬영되었다는 '은서, 준서나무'까지는 쉽게 올라갔다. 이곳은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도망갔던 곳이다. 소나무 앞에 서자 드라마 속의 감동이 밀려왔다.

연애소설나무로 이어지는 눈길, 눈 위에 서있는 작은 나무가 연애소설나무인데 당시에는 몰랐다.
연애소설나무로 이어지는 눈길, 눈 위에 서있는 작은 나무가 연애소설나무인데 당시에는 몰랐다. ⓒ 김정수
주변이 하얗게 뒤덮인 가운데 두 그루의 소나무가 마주 선 채 외로이 서있다. 나무는 연인의 애절한 사랑의 모습을 닮아 있다. 그 위로 스산한 겨울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조금 더 걸어가자 소들의 쉼터 역할을 하는 우사가 보였다.

이곳은 필자가 다녀온 후 영화 <이중간첩>과 <별>이 촬영된 곳이다. 그 위쪽으로는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우사 근처에다 주차한 후 걸어가야 했다. 4륜구동의 지프차도 더 이상의 전진을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나아가자 눈이 무릎까지 빠지기 시작한다.

온통 새하얀 세상이라 안내도를 보고 움직여도 방향감각을 잃기 십상이다. 이정표조차 그 많은 눈속에 묻혀버려서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었다. 30분을 넘게 눈 속을 헤치며 걸어갔지만 필자가 찾던 '연애소설나무'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무를 찾는데는 실패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연애소설나무의 설경,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어놓고도 연애소설나무인지를 모르고 한참을 찾아헤매다 내려왔다. 그러다보니 사진이 1장밖에 없다.
연애소설나무의 설경, 바로 앞에서 사진을 찍어놓고도 연애소설나무인지를 모르고 한참을 찾아헤매다 내려왔다. 그러다보니 사진이 1장밖에 없다. ⓒ 김정수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냥 멋있어서 찍어두었던 사진 중에 연애소설 나무가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잎을 다 떨군 나무들이 눈밭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영화 속 여름풍경의 나무와 같은 것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2004년 여름에 다시 방문해서는 영화 속 모습과 같은 연애소설나무를 만날 수 있었다. 이곳은 세 주인공들이 함께 여행가서 비를 피하던 곳이다. 나무 주변으로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있어 사진촬영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차를 몰아 내려오다가 갈림길에서 2단지로 향했다. 조금 올라가자 낯익은 집이 보인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가 밀월여행을 가서 하루를 묵게 되는 방이다. 지붕까지 하얗게 뒤덮여 있어 동화속 백설공주의 집을 연상시킨다. 이방은 숙박료가 호텔수준으로 비싼 편이지만,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5시간이 넘는 장거리 운전을 한데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속을 걷다보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조금 더 올라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이곳에서 제일 맛있는 집으로 알려진 풀밭가든으로 가는 길목에 이글루가 보인다. 눈으로 만든 집이 3월까지 녹지 않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연애소설나무의 여름 풍경
연애소설나무의 여름 풍경 ⓒ 김정수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마치 난방을 하고 있는 안방처럼 포근하다. 이곳은 황태요리가 유명한 식당인데 입구에는 수많은 배우들의 사인이 걸려있다. 황태정식을 주문했는데 소모양의 접시 위에 황태구이가 나왔다. 한입 깨물자 담백한 맛이 전해진다. 무엇보다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밥을 2공기나 비우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삼양대관령목장은 보통 10월에 첫눈이 내려서 이듬해 5월까지 눈으로 뒤덮여 있다고 한다. 일부 고산지대는 6월까지도 눈이 쌓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간 중에 방문시에는 체인은 필수다. 3~4월은 눈이 녹아서 군데군데 질척거리기 때문에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물론 폭설이 한차례 내린 후 바로 찾아가면 멋진 설경과 마주할 수 있지만, 봄에는 제설작업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관람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삼양대관령목장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드라마 <야인시대> <임꺽정> <영웅시대> <선녀와나뭇꾼> 등이 촬영되었다. 영화로는 <중독>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등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에는 일일이 표지판을 세우고 촬영장면 사진을 함께 넣어 명장면속의 감동을 되새길 수 있도록 배려해 놓았다.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의 밀월여행지였던 별장
가을동화에서 은서와 준서의 밀월여행지였던 별장 ⓒ 김정수
1단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은서 준서 나무'가 자라고 있다. 우사를 지나면 그 위쪽에는 '연애소설 나무'가 자라고 있다. 영화 <연애소설>이 촬영된 1단지의 나무는 '연애소설 나무'라는 애칭이 붙었는데 비포장도로 옆으로 난 계단을 올라서면 언덕 위에 한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비포장도로를 10여 분 더 올라가면 '선녀와 나뭇꾼'이라 새겨진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 서면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한 낯익은 풍경의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시원한 전망을 자랑한다. 이곳은 영화 <여친소>에서 주인공들이 비포장도로인 넓은 초원을 달리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언덕에서 팔을 벌려고 경진과 명우가 함께 팔을 벌리고 바람을 맞는 장면이 촬영되었다. "나는 전생에 바람이었을 거야, 바람처럼 자유롭고 싶다. 내가 없을 때 바람이 불면 그게 나인 줄 알아.... 나 죽으면 다시 바람이 될 거야"라는 명대사를 한 곳이기도 하다.

함께 온 연인들은 이곳에 서면 으레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양팔을 크게 벌린 채 바람을 맞는 장면을 연출한다. "나는 전생에 바람이었을 거야"로 시작하는 명대사를 읊는 이들도 있다. 연인들의 그런 모습은 그대로 영화 속 풍경으로 다가와 감동을 배가시킨다.

풀밭가든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눈으로 만든 이글루
풀밭가든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눈으로 만든 이글루 ⓒ 김정수
이곳은 요즘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표지판 앞쪽의 비포장도로는 은서와 준서가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길로 '은서 준서 자전거길'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여행사에서 단체여행객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는 대부분 이곳에서 차를 돌린다. 4륜 구동이 아닌 승용차들도 이곳에서 차를 돌려 내려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후 시작되는 구불구불한 비포장도로 구간은 4륜 구동으로도 험난한 여정이다.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올라선 후 드넓은 평지가 보이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다. 이곳은 눈 덮인 겨울 전투신이 촬영된 곳이다.

이곳에서 직진해서 4km를 가면 선자령이고, 우회전해서 400m를 더 가면 동해전망대가 나온다. 1단지 위쪽에 자리한 동해전망대는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발 1140m 고지에 자리한 이곳은 목장 전경뿐 아니라 강릉시내와 주문진 경포대 등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시원한 전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자리한 '전망대 쉼터'에서 차와 음류수, 컵라면, 필름과 대관령 기념품 등을 판매한다. 동해전망대에서는 내리막길이 시작되어 한결 수월한 여행이 된다.

대관령목장 계곡의 여름 - 연인들이 계곡의 바위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대관령목장 계곡의 여름 - 연인들이 계곡의 바위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 김정수
풀밭가든의 황태정식
풀밭가든의 황태정식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 목장까지 가는 버스편이 없으므로 횡계정류소에서 택시를 이용한다. (문의 : 횡계터미널 031-335-5289)

- 관광 문의 : 033-336-0885~6. 홈페이지 www.happygreen.net
- 맛있는 집 : 대관령목장의 삼정호 아래쪽에 자리한 풀밭가든은 황태요리가 유명한 식당이다. 황태전골, 황태찜, 황태정식이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생태찌개, 더덕정식, 더덕삼겹살, 오삼불고기, 산채비빔밥 등을 맛볼 수 있다. 숲속산장이라는 민박집도 함께 운영한다.(문의 : 031-335-5971)
- 교통정보(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횡계IC를 빠져나와 용평방면으로 달린다. 횡계의 청록원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두 번째 다리에서 우회전한후 만나는 삼거리에서 횡계초등학교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직진하다가 고가도로 아래의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접어들어 대관령목장 이정표를 따라간다.
- 대중교통 : 동서울터미널이나 원주, 강릉, 진부에서 횡계행 버스를 이용한다.  

12월 여행이벤트 응모

*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며, CJ케이블넷 경남방송 리포터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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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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