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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솔직히 올해 여러가지 일들이 많지 않았습니까. 4개월동안 부동산 투기에 매달려야 했고,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에, 현금영수증제도, 여기에 종합부동산세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여러가지로 준비하면서, 나한테 호되게 혼난 직원들도 있었고… 직원들이 참 고생 많았지요."

언론에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이주성 국세청장(사진)이 9일 말문을 열었다. 이날 오전 오랜만에 서울 국세청 기자실을 찾은 이 청장은 부동산 투기를 비롯해 외국계 펀드, 고소득전문직 종사자에 대한 세무조사, 종합부동산세 납부 준비 등 올해 자신이 겪었던 여러 정책에 대한 소회를 담담하게 밝혔다.

그는 특히 부동산투기를 잡기 위해 국세청이 예정에도 없던 각종 기획세무조사 등을 추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청장은 올초부터 치솟기 시작한 서울 강남 아파트 값을 비롯해 부동산 값이 폭등하자 "부동산투기를 잡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8.31 대책 나오기 하루 전날 한 부총리와 투기대책 논의

그는 부동산 투기 가수요를 막기 위해 별도의 대책반을 만들었다면서 "지난 6월에 투기조사를 발표하면서, 3개월내에 부동산값이 내려가지 않으면 '(청장직을 내놓고) 집으로 갈 수 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 청장은 또 정부의 8.31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하기 전날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통화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부 종합대책을 내놓기 하루 전날에 한 부총리와 통화하면서 '송파거여지역에 투기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이 지역에 세무조사 실시를 발표하겠다'고 미리 알렸다"고 말했다.

이어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국세청에서 동시에 송파거여지구에 대한 세무조사도 내놨다"면서 "그때도 '2달안에 송파지역 투기가 잡히지 않으면 집으로 가겠다'는 각오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청장은 "궁극적으로 국세청이 하는 일이 (부동산 투기를 막는) 근본대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결과적으로 가격이 좀 떨어졌고 투기 가수요부분과 부동자금 연동부분에서 일정부분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외국계 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는 내가 직접 지시한 것"

부동산 투기 조사와 함께 이 청장이 올해 신경을 곤두세웠던 부분이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건 이었다. 실제로 그는 이날 기자들에게 "과세 주권을 세우기 위해 국내외 자본에 차별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외국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에 따른 것이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계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자신이 직접 지시했다고 밝힌 이 청장은 "'국세청 조사인력이 과연 외국계 펀드보다 실력이 뛰어나냐', '조사한 뒤에 성과가 없으면 어찌 하겠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며 조사 과정에서 심적 부담이 컸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조사를 받았던 외국펀드들 거의 모두가 (국세청의 과세에 대해) 세금을 다 냈다"면서 "한곳에서 이의제기가 있지만 곧 세금을 낼 것이며 연내에 좋은 얘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 청장은 외국계 펀드 과세와 검찰 고발에 대해 다른 나라 국세청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세청장 회의에서 말레이시아와 일본, 호주 국세청장으로부터 '어느 나라도 (외국계 펀드에 대해) 검찰고발까지 하지 못했는데 노하우가 무엇이냐'고 물어 오길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소개했다.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 포함한 3만9462명 중점 관리한다"

한편 이 청장은 "내년 1월에서 2월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 6813명을 포함한 자영업자 3만9462명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세금 탈루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변호사 수임료가 크거나 비급여 진료를 많이 하는 의사들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것"이라고 말해, 최근 탈루 논란이 일고 있는 변호사들의 고액 성공보수금 등에 대해 국세청이 내년초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편법증여 의혹에 대한 과세여부에 대해 이 청장은 "개별 과세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조사할 수 있는데 증여가 있던 당시 법으로만 보면 과세하기 어렵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신 "(향후 검찰수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사안이 나오면 (과세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전체 민간소비지출의 과표양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내년에 민간소비지출에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공공기관 납부금 등의 비중을 구체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내년에는 통계과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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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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